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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졸업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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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요 객원기자]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낸 황우석 교수님처럼 인간 질병 치유에 기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지난 20일 열린 KAIST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유난히 관심을 끈 졸업생이 있었다.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신의 손'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한미정(29)씨. 단백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력을 자랑하는 이상엽 교수의 제자다. 언뜻 보기에도 보통 사람들과 별 다른게 없는 한 씨가 '신의 손'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한 씨는 DNA의 'D'자도 몰랐던 생명공학 분야의 문외한이었다.
그런 그가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대구 가톨릭의대에 진학해 선배가 거의 포기한 실험을 직접 디자인하고 실험해 단번에 성공시켜버리는 사고를 쳤다. 원하는 단백질을 DNA에 집어넣는 실험이었는데 웬만한 손놀림이 아니면 실패하기 쉬운 실험이었다.
그 일이 발생한 뒤로도 남들이 풀지 못한 실험을 단숨에 해결하는 사례가 많아 교내에서 신이 내려준 실험의 귀재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원 1학년 시절 세포자체를 볼 때 신기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배들이나 동료들이 어려워 하는 실험을 제가 맡으면 간단하게 풀렸어요. '신의 손'이란 별명은 실험하기만 하면 거의 성공한다고 해서 교수님이 붙여주신거예요.'
그는 석박사과정에서 연구한 단백질 관련 연구성과가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 미생물학회지를 비롯 프로테오믹스誌 등 해외 유명 학술지에 게재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꼴찌였어요'...대학시절에서야 '꿈' 발견
한 씨는 여느 KAIST 학생들과는 사뭇 다른 과거를 갖고 있다. 보통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학교에서 진학했거나 일반고등학교라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KAIST로 진학한 사례와는 비교된다.
한 씨는 대구 울진에 있는 어촌에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다녀오면 거의 매일 부모님 일을 돕고, 시간이 날 때는 TV를 보며 지냈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선수로 활약해서 공부는 뒷전이었다.
평소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영남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뒤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우연히 세계적인 기초과학자들의 사진과 업적들이 담겨있는 기초과학 서적을 보고 '이 책에 내 이름을 넣고싶다'는 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 씨는 '인생의 비전을 맛본 뒤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면서 '아침부터 밤 12시를 넘어 새벽까지도 꼬박 연구에 매진하기도 하고 의과대학에서는 시체실 옆에서 벌벌떨면서 연구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요'
'우리나라는 밑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사람은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 연구활동 무대를 외국에서 펼치며 우리나라의 이름을 떨치겠습니다.'
한 씨는 인간질병 치료제 연구를 위해 6개월후 미국으로 박사후연수과정을 떠날 계획이다. 현재 연구하고 싶은 분야의 미국 10위권 의과대학으로부터 '연수허가' 컨펌을 받은 상태다.
지금까지 그는 세포에 산소가 없는 경우에도 세포가 생존할 수 있는 항생제 물질과 단백질 분해를 막을 수 있는 처리물질을 발견하는 등 논문보다 특허건수가 많은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그는 '앞으로 각종 암이나 전염병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면서 '최종 목표는 인류 질병을 치유하는 타겟유전자를 찾아 노벨상을 타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