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 물신숭배(物神崇拜)·영혼신앙(靈魂信仰) 또는 만유정령설(萬有 精靈說)이라고도 번역되는 애니미즘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아니마(영혼)에서 나온 말이다. 영국의 인류학 자 E.B.타일러가 《원시문화》(1871)에서 이 말을 처음 사용하였는데, 애니미즘적 사고방식은 ‘야만인의 철학’으로써 종교의 기원을 설명하는 동시에, 나아가서는 종교의 근본원리가 되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 된다. 타일러에 의하면 애니미즘적 사고방식은 꿈과 죽음의 경험에서 추리되어 성립되었을 것이라고 한 다. 가령 잠자고 있는 동안 몸은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도 멀리 떠나 있는 꿈을 꾼다거나, 또는 죽 음 직후에는 외관상 아무 변화는 없으나 살아 있을 때의 상태와는 다른 것을 느낀다. 그래서 육체와 유리 되어 활동하는 원리, 즉 영혼을 상정(想定)하게 되었다. 수면과 가사(假死)는 영혼의 일시적 부재(不在)상 태이며, 죽음은 그 영원한 부재상태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고 난 뒤에도 영혼은 독립하여 활동하기 때문 에 그것을 숭배하는 데서 종교가 비롯되었으며, 동물이나 나아가서는 자연물에까지 영혼을 인정함으로써 신의 관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같은 타일러의 학설은 주지주의적(主知主義的) 종교관을 갖고 있는 사람 들의 비판을 받기도 하고, 또한 원시인에게서 꿈이 그처럼 중대한 경험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두고 논란도 있었으나, 이원론(二元論)의 사고양식을 설명하는 양식으로서 아직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있다. 보통 사 람이 넋을 잃으면 질병에 걸리거나 죽는다고 믿는데, 무당이 행하는 병치료법은 그같이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내어 환자의 육체에 되돌려주는 일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인디오 사회에서는, 인간과 특정의 동물이 넋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신앙을 흔히 보게 되는데, 그 상대 동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고 믿고 있 다.
정령숭배(精靈崇拜, spiritism)
인간의 영혼 이외의 동·식물의 체내나 그 밖의 모든 사물에 그것과는 독립된 존재로서 잠정적으로 깃들 어 있다고 생각되는 영혼을 숭배하는 일. 정령은 넓은 의미에서는 영혼·사령(死靈)·조령(祖靈)·영귀(靈 鬼)·신성(神性)·귀신들을 포함하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신들과 같은 명확한 개성을 갖지 않은 종교적 대상을 말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E.B.타일러가 그의 저서 《Primitive Culture》(1871)에서 처음 사용 한 용어로서, 인간의 영혼이 외계의 사물에 적용된 것이 정령이라고 하였다. 원시종교나 민간신앙에서는 정령의 관념이 지배적이어서 정령에 대한 숭배도 성행하였다. 정령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깊은 관계가 있 다고 믿어지므로 두려운 마음에서 정령을 위무(慰撫)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례가 행해진다. 한국의 ‘넋’, 미얀마의 ‘나트(nat)’, 태국의 ‘피(phi)’, 인도네시아의 ‘아니토(anito)’ 등은 모두 정령이라 고 보아 무방할 존재들이다. 정령숭배는 조상숭배·자연숭배·샤머니즘 등과도 관계를 갖는가 하면, 또한 세계종교를 포함한 현대의 모든 종교의 기층부(基層部)와도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어서 다양한 양상(樣 相)을 나타낸다. 속신(俗信)의 유령도 그 한 종류이다. 타일러가 말한 애니미즘의 하나이지만, 그는 생령 (生靈)을 종교의 기원으로 삼은 데 대하여 W.B.스펜서는 사령숭배를 가장 오래 된 신앙이라고 하였다. 사 령(死靈)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화복(禍福)과 관계가 있다는 관념이 발달한 것은 농경 정주생활(定住生 活)이 시작될 무렵부터이며, 사령의 운명에 대한 관념도 발달하여 음식물을 바치며 제(祭)를 지내게 된다. 사령에 대한 태도는 친애나 존경보다는 외포(畏怖)·공포와 같은 요소가 강하다. 특히 사령이 무사하게 사자(死者)의 나라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상에 머무르거나 되돌아오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사자에게 돈 을 주거나 관(棺)을 회전시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리게 하는 것 등은 그러한 데서 오는 주법(呪法)이다. 제사를 지내주는 사람이 없는 영을 더욱 무서워한다. 세월이 지나면 사령을 추선(追善)하거나 뼈를 씻는 등의 제2의 장례를 지내기도 하는데, 조령(祖靈)이라고 하는 존재가 되면 조상숭배(祖上崇拜)로 불리는 단계가 된다.
토테미즘(totemism)
토템 신앙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체제 및 종교 형태. 토템이라는 말은 북아메리카 인디언인 오지브와족 (族)이 어떤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을 신성시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과 특수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그 동·식물류(독수리·수달·곰·메기·떡갈나무 등)를 토템이라 하여 집단의 상징으로 삼은 데서 유래 한다. 이와 같이 인간집단과 동·식물 또는 자연물이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집단의 명칭을 그 동·식물 이나 자연물에서 따붙인 예는 미개민족 사이에서 널리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토템이라는 말은 이런 유의 사회현상에 있어서 집단의 상징이나 징표로서의 동·식물이나 자연물을 가리키는 데 널리 쓰이며, 토테미 즘이란 토템과 인간집단과의 여러 가지 관계를 둘러싼 신념·의례·풍습 등의 제도화된 체계를 가리킨다. 토템은 어느 특정 개인에 관계된 수호신이나 초자연력의 원천으로서의 동물, 또는 샤먼(무당)의 동물신 등과 동일시되는 일이 있어, 이런 입장에서 보는 토테미즘설도 있으나 현재에 와서 이것들은 엄밀한 의미 에서의 토템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토템은 본래 집단적 상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어느 집단과 어느 동·식물, 자연물과의 결합이 토테미즘이라는 설도 그대로 긍정할 수만은 없다. 서아프리카 의 표인(豹人:leopard men)의 비밀결사에서는 표범을 집단의 상징으로 삼고, 이것과 관계 있는 의식을 행 하지만 이것을 토테미즘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어떤 현상이 토테미즘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합 치되어야 한다. 그 조건 또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집단은 그 집단의 토템의 이름으로 불린다. ② 집단 과 토템과의 관계는 신화·전설에 의하여 뒷받침되어 있다. ③ 토템으로 하고 있는 동·식물을 죽이거나 잡아먹는 일은 금기(禁忌)로 하고 있다. ④ 동일 토템 집단 내에서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다. ⑤ 토템에 대 해서 집단적 의식을 행한다. 토테미즘은 현재도 북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멜라네시아·인도 등 넓은 범위에 존재하고 있으며, 전에는 남아메리카·폴리네시아·아프리카·북극 에스키모에도 존재했다고 한 다. 토테미즘은 J.F.맥레넌의 조직적인 연구에 의해 1870년경부터 학계와 일반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 E. 뒤르켐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 정밀한 연구에 의해서 종교기원론·본질론으로서 전 개되었으며, 그 후의 조사연구로 여러 가지 측면이나 형태가 밝혀지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토테미즘을 제 도적인 주술(呪術), 종교적 현상으로 보는 점에서는 여러 학문 사이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으나 그 실체는 아직 충분히 해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샤머니즘(shamanism)
원시종교의 한 형태 또는 그 단계. 엑스터시[忘我·脫我·恍惚]와 같은 이상심리 상태에서 초자연적 존재 와 직접 접촉·교섭하여, 이 과정 중에 점복(占卜)·예언·치병(治病)·제의(祭儀)·사령(死靈)의 인도(引 導) 등을 행하는 주술·종교적 직능자인 샤먼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현상을 말한다. 북아시아의 샤머니즘 이 가장 고전적·전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에 따라 여러 샤머니즘의 형태가 있으며, 다른 종교 현상과 복합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원】 샤먼이란 말은 17세기 후반 트란스바이칼 지방과 예니세이강가에서 퉁구스인(人)을 접했던 한 러시아인에 의하여 알려졌는데, 이 말의 어원에 대하여 19세기의 동양학자들은 샤먼의 관념 내용과 병행 하여 산스크리트의 승려를 뜻하는 시라마나(sramana), 팔리어(語)의 사마나(samana)에서 샤먼의 어원을 찾는 수입어설을 주장하였고, 20세기에 들어와서 J.네메스와 B.라우퍼 등은 퉁구스계 제종족 사이에서 주 술사의 일종을 지칭하는 saman, saman, s’aman 등에서 유래하였다는 퉁구스 토착어설을 주장하였다. 이같이 샤먼의 어원에 대한 해설은 구구하나, 대체로 퉁구스 토착어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실제로 샤먼이 란 말은 퉁구스·부랴트·야쿠트족에서만 쓰이는 말이며, 또한 샤먼의 역할이 북아시아 제종족 사이에서 는 매우 중요하고 유사하지만 샤먼을 지칭하는 명칭은 여러 가지이고, 그 의미도 다양하다.
【분포】 본래 샤머니즘이라는 말은 북아시아의 제종족, 즉 보굴·오스댜크·사모예드·퉁구스족(族) 등 우랄 알타이 제종족과, 유카기르·축치 코리야크족 등의 고아시아족의 종교체계와 현상을 지칭한 것이었 지만, 점차 종교학·민족학·인류학 등에서 세계 각지의 유사종교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널리 사용되 었다. 샤머니즘이 처음 관찰된 곳이 시베리아이기 때문에, 샤머니즘의 지방적 의미는 일단 북아시아 제민 족에서 행하는 종교현상을 지칭하는 것이 되었고, 또한 베링해협으로부터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이르는 광 대한 북아시아 전역 자체 안의 ‘샤머니즘 문화파동(Schamanistsche Kulturwelle)’으로 인하여 북아시 아 샤머니즘은 독자적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의 샤머니즘은 가장 고전적·전형적 형태로 알 려져 있다. 그러나 학문적 의미에서 볼 때 샤머니즘은 북아시아 이외에도 동아시아·동남아시아·중앙아 시아와 남·북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지에 분포하는 하나의 원초적 종교형태이다.
【역사】 독일의 일부 고고학자들은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남서 유럽 후기 구석기시대 샤머니즘의 존재를 상정(想定)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정적인 것은 못된다. 시베리아 고고학의 성과에 의하면 청동기시대에 들 어와서야 희미하게나마 샤머니즘의 존재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한편 민족학의 측면에서는 샤먼의 보 조령(補助靈)·보호령이 대부분 동물 모습의 정령이고, 샤먼의 복식에 해골·새·동물무늬의 모티프가 그 려진다. 그리고 샤먼이 된 동기 중에, 샤먼 후보자가 해골로 화하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체험을 한 자가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샤머니즘은 동물층이라는 일련의 수렵민적 관념·습속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또한 역사발전에 따른 사회·경제의 변천과 종교적 신앙의 변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샤머니즘의 기 원을 토테미즘에서 찾는 종교사가들은, 샤먼은 원래 정령을 지배하는 일이 가능했던 토템 동물의 계승자 로서,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 발전하면서 토템 신앙에서 샤머니즘적 이데올로기와 의례로 진화하였 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개는 샤머니즘이 계급발생 이전 시대와 식량의 수렵·채집 단계에서 생성·발달했 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입무(入巫)방법 및 과정】 M.엘리아데는 중앙·북동 아시아의 예로서 샤먼이 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 은 몇 가지가 있다고 한다. ① 샤먼적 직능의 세습적 전달에 의한 샤먼, 즉 세습무(世襲巫) ② 신·정령의 소명(召命)에 의한 샤먼, 즉 강신무(降神巫) ③ 자유의지 또는 씨족의 의지에 의한 개인적 샤먼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 세습무와 강신무가 전형적이다. 세습무이든 강신무이든, 장래의 샤먼 후보자는 어릴 때부터 그 소질을 보여 매우 신경질적이고 우울하며, 민감하고 몽롱하여 환각과 황홀상태에 빠지기 쉽다. 샤먼은 성별에 구애 없이 남자가 되기도 하고 또 여자가 되기도 하나, 일반적으로 입무과정에서는 무병(巫病)을 심하게 앓거나 환상 경험이라는 특수한 체험을 거치게 된다. 에스키모족(族)의 예를 보면 원인 모를 병을 앓거나 혼자 고행을 하다가 환상 속에서 신·정령을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순간 이것을 경험한 사람은 신·정령과 접한 것으로 여겨 샤먼을 찾아가 병을 고친 뒤, 그 샤먼에게서 샤먼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배우고 나서 독자적인 샤먼이 된다. 그런데 샤먼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무병이나 환상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부족도 있다. 예를 들면 차리카우아 아파치족의 일부 샤먼은 환상을 경험하지 않고, 한 샤먼 에게 학습하고 샤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학습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무병이나 환상을 경험 한 샤먼과 비교하여 그 기능·능력면에서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환상·무병을 경험하는 일은 신·정령의 부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회피할 수는 없다. 길리야크족의 한 샤먼이 “내가 만약 샤먼이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죽고 말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그들이 이러한 강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샤먼의 직능】 샤먼은 무격(巫覡)·주의(呪醫)·사제(司祭)·예언자, 신령(神靈)의 대변자, 사령(死靈)의 인도자 등으로 기능한다. 사람들은 샤먼이 엑스터시의 기술로 초인격적인 상태가 되어 초인적 능력을 발 휘한다고 믿는다.
【한국의 샤먼】 샤먼을 한자(漢字)로 무격이라고 쓰는데, 무(巫:여성), 격(覡:남성)을 차용한 말이다. 따라 서 샤머니즘을 무격신앙·무속(巫俗)신앙이라 하며, 샤먼을 무(巫)·무녀(巫女)·무당(巫堂)·무자(巫子)· 무복(巫卜)·신자(神子)·단골·만신·박수·심방 등으로 부르지만, 대개는 남녀의 성에 따라 박수(남 성)·무당(여성)의 호칭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한국 무속의 샤머니즘 여부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긍 정·부정으로 학설이 나뉘며, 또한 북부의 강신무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계통이고 남부의 세습무는 남방 계의 주술사 계통이라는 설도 있으나, 무속은 그 전체가 샤머니즘이라는 것이 학계의 통념이다. 한국 무 속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아주 오랜 고대사회 때부터 한민족의 주요한 신앙형태였다는 점만은 분명 하다. 국조 단군이 무당이라는 설도 있지만, 무속이 문헌상에 분명히 나타나는 것은 삼국시대로서, 신라 2 대왕 남해차차웅(南解次次雄)은 왕호(王號)이자 무칭(巫稱)을 의미하며, 이 외에도 《삼국사기》 《삼국유 사》에 단편적으로 무당의 기록이 보인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가진 무속은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 고, 오늘날까지 대다수 민중 속에서 크게 변질됨이 없이 존속되어 왔다. 무당의 형태는 지역에 따라 다소 의 차이를 보이는데, 남부지역은 혈통을 따라 대대로 무당의 사제권이 계승되는 세습무가 지배적인 데 비 해, 중·북부지역은 신(神)의 영력(靈力)에 의해 무당이 되는 강신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무당의 성격 차에 따라서 무속의 신관(神觀)·신단(神壇)·제의식(祭儀式) 등 전반에 걸쳐 대조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