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파랑길 2차 순례 14일 차. 보성(20210601)
유월의 시작이네요. 오늘은 순례단 쉼의 날입니다. 옆방 사람들 말고는 숙소도 조용합니다. 텃밭에 오이꽃이 노랗게 피었네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걸으면서 먹으라고 건빵을 주십니다. 오전에 순례일기와 사진을 카페에 올리고 나니 12시가 되었네요.
점심은 남은 된장국에 라면을 넣고 끓여서 먹었습니다. 승철이가 된장라면은 처음 먹어 본다고 합니다. 숙소 청소를 하고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보성 불이학당으로 출발합니다.
장흥 회진에서 보성 공룡로 불이학당까지 지도를 보고 경로를 적어두었습니다. 가다가 정남진 전망대에 갔는데, 그곳에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네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의 삶과 죽음을 생각합니다.
해안길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불이학당에 도착합니다. 박화강 선생님께서 출타 중이셔서 마루에 앉아 기다립니다. 잠시 후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선생님 여동생 내외분이 다녀 가셨네요. 4시 30분쯤 선생님과 득량만 방조제 길을 걸었습니다. 사람이 꿈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네요. 자신의 삶을 통해 얻은 말씀이라 가슴에 와 닿습니다. 방조제 끝에 이르러 아시는 분을 만나 막걸리 한 잔을 나눴네요.
불이학당에 돌아오니 득량반점 사장님이 와 계십니다. 선생님은 약속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고 승철이랑 득량반점에 갔네요. 탕수육과 자장면 그리고 개발 중인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식구라 하시며 챙겨주시는 마음, 오늘도 길 위에서 천사를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15일 차. 보성(20210602)
불이학당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마을 뒤편에 오봉산이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밤새 몸과 마음이 개운합니다.
박화강 선생님과 아침 밥모심을 하고 함께 걷기를 시작합니다. 선생님은 1시간 정도 걷다가 어촌마을 체험장에서 댁으로 돌아가시고, 우리는 계속 걷습니다. 승철이랑 모험을 해보기로 하고 길이 없는 바닷길을 가 봅니다. 암벽을 타는 듯한 난코스가 나타납니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하고 계속 갑니다. 드디어 산소 마을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산소 마을은 공룡 알 화석이 발견된 곳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회천농협 방향으로 길을 잡고 갑니다. 사방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옥수수 모종을 심느라 동남아시아 여성분들이 여념이 없네요. 땡볕에서 온종일 일하는 모습을 봅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모두 무탈하기를 기도합니다.
객산마을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잡니다. 하늘이 흐리다가 볕이 났다가를 반복합니다. 몸을 추스르고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불이학당에 도착하니 선생님께서 걷기 운동 가신다고 해서 같이 길을 나섭니다. 어제 걸었던 득량만 방조제길을 오늘도 걷네요. 6시 30분 정도에 숙소에 왔네요. 마을 분들이 오셔서 함께 마을에 있는 식당에 갔습니다. 시원한 연포탕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오늘도 길 위에서 따뜻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16일 차. 보성-고흥(20210603)
어제 밭에서 주슨 감자를 삶아 아침 밥모심을 합니다. 선생님 방에서 뜨거운 백차를 마시며, 비가 내리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박기순 열사 평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고흥 숙소로 출발합니다. 아쉬움과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갑니다.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녹동항을 지나 숙소에 도착합니다. 밥을 짓고 카레를 해서 점심을 먹습니다. 행복합니다.
걷기에 나섭니다. 숙소를 출발해서 잠두마을을 지나 장예마을에 도착해서 한적한 바닷가에 몸을 맡깁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10시 30분쯤인가 두더지께서 오셨습니다. 늦은 밤 불을 밝히고 오붓한 시간을 즐기다 잠자리에 듭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17일 차. 고흥(20210604)
아침이 밝았습니다. 방문을 여니 푸른 바다가 수평선을 몰고 밀려올 듯 거침이 없네요. 아름답습니다. 감자 삶는 소리가 부글부글, 하도 듣기 좋아서 귀를 기울입니다. 도시락과 삶은 감자, 토마토를 싸서 거금도로 길을 나섭니다. 처음 가 보는 길이라 설렙니다.
새터마을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등성을 지나 이름 모를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거기서부터 바윗길을 타고 갑니다. 가다가 멈칫, 거북손이 보여서 세 개를 따서 가져갑니다. 소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삶은 감자와 토마토를 참으로 먹습니다. 두더지는 순천으로 가시고 우리는 쇠머리마을을 향해 출발합니다.
쇠머리 마을과 연소 마을 바닷길을 걷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여러 모양으로 움직입니다. 하나로마트에 들러 삼치를 사다가 구워 먹습니다. 풍족한 밥상입니다. 저녁노을이 황홀합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18일 차. 고흥(20210605)
소록도로 출발합니다. 소록도 입구 검문소에서 소록도 통행을 통제하고 있네요. 1년이 되어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풍양면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하늘이 뿌해서 시야가 흐릿합니다. 2시간 30분쯤 가니 오마 삼거리 정면에 오마 간척지 한센인 추모공원이 나오네요.
공원 끝에 정자가 있어 점심을 먹고 쉬었다 가기로 갑니다. 멀리 오마 간척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간척 공사에 동원된 한센인들의 피와 눈물이 고여있는 곳이라 마음이 짠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오늘은 고등어를 사서 구웠습니다. 상추에 싸서 맛있게 먹었네요.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19일 차. 고흥(20210606)
아침마다 펼쳐지는 바다를 봅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인 듯 경계가 사라집니다. 밥을 짓고 감자를 삶고 김치를 볶습니다.
오늘은 금진항을 지나 신평마을 선착장에 가려고 합니다. 거금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바닷길을 따라 걷습니다. 딸기와 오디가 배고픔도 목마름도 달래주며 길을 밝혀주네요.
신평마을 바닷가에서 밥모심을 합니다. 찰나에 아무런 생각도 욕망도 사라짐을 느낍니다. 침묵이 흐르자 고요가 말을 합니다. 거금도 적대봉 능선이 멈춤은 침묵이라고 말을 합니다.
건어물 시장에 들러 서대를 사서, 보성에서 주워 온 감자를 넣고 서대 조림을 합니다. 뱃사람 동무들 고맙습니다. 붉은 노을이 하늘에서 내려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20일 차. 고흥(20210607)
맑은 하늘이 열렸습니다. 오늘 하루 순례길에 마음을 모으고 출발합니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입구에 다다릅니다. 오르막길 시작입니다. 포장된 산길을 1.5킬로 올라가는데, 절로 걸음이 느려지고 땀이 온몸을 적십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과학관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어제 걸었던 순례길과 적대봉이 보이네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다시 마주합니다.
오늘은 휴관이라 고요합니다. 쉼터에서 감자와 토마토를 먹습니다. 앉아 있자니 서늘해집니다. 장예마을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녹동읍 쪽으로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서 내려갑니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12시가 되어 장수마을에 도착합니다. 밥모심 할 자리를 찾아 바닷가로 갑니다. 소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밥모심을 합니다. 밥이 들어가니 정신이 차려지네요. 건너편 천관산도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를 가나 길 가 주변에 금계국 천지입니다. 수국이 피기 시작하네요. 수확한 마늘을 말리기에는 땡볕이 좋지요.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빨래하니 배가 고파 삶은 감자를 먹습니다. 오늘 저녁은 참치김치볶음, 오이고추, 카레, 서대 조림 이렇게 남은 반찬에 밥모심을 합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와 있네요. 마무리 모임을 하고 하루를 정리합니다. 지금 여기에 몸과 마음이 머무르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2차 순례 21일 차. 고흥-사랑어린마을인생학교(20210608)
2차 순례 마무리는 사랑어린마을에 가서 합니다. 아침 열기를 하고 짐 정리를 합니다. 숙소 주인 내외분께 인사를 드리고 순천으로 길을 나섭니다. 고흥에서 순천 가는 국도를 따라 사랑어린마을에 도착합니다.
사랑어린사람들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관옥 할아버지 마음공부 시간에 함께 합니다. 남녘교회 목사님 내외분을 다시 뵙게 되어 좋습니다. 밥모심을 하고 나서 성현, 승철이와 순례 마무리 시간을 가집니다. 무사히 사랑어린마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어 고맙습니다.
첫댓글 현동~오랫만에 뵈서 반갑고 든든하고...^^ 3차 순례길도 응원하구요, 따로 또 같이. 그렇게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