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5. 07
다들 잘 아는 이야기겠지만, 카푸치노와 카페라떼는 모두 에스프레소라는 커피 추출방식을
기반으로 우유를 섞어서 만든 음료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대략 거품 양의 차이 정도로 얼핏
알 것 같긴한데 뭔가 석연치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두 커피를 비교해서 설명
하려 한다.
스타벅스에 가서 카푸치노와 까페라떼 두 음료를 주문하면 위와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둘 중에 어느 쪽이 카푸치노일까? 그렇다. 오른쪽 음료가 카푸치노다.
그런데 정작 맛을 보면 두 음료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맨 위에 올라간 거품의
양이 조금 다른 정도? 이것마저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 뚜껑 닫고 나면 뚜껑 주변
부분이 거품을 잘 잡고 있는 바람에 커피 맛만 나지 우유 거품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다.
1. 에스프레소 커피의 발명
이 커피들의 시작도 역시 이탈리아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카푸치노와 까페라떼의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 그리고 그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머신의 역사는 1901년
이탈리아 베제라에서 한 개의 보일러와 4개의 그룹을 가진 머신에서 최로로 나온다.
그렇지만 커피업계에서는 1946년에 개발된 가찌아의 피스톤 펌프식 머신을 세계
최초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인정하는 추세이다.
2. 카푸치노의 등장
위의 사진은 언젠가 제가 만든 카푸치노 한 잔이다. 컵의 표면 위로 보이는
새하얀 커품이 부드럽지만 촘촘하게 올라와있네요. 어때요 맛있어 보이나요?
우리가 아는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등의 음료가 나타난 것은 20세기 초반의
일이다. 에스프레소 발명 전후의 유사 커피들이 대중화되어가던 것이 1900년
초반부터다. 그 당시 영국의 차 문화에서는 홍차에 우유를 약간 섞어 마시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었기에 에스프레소 이전의 커피에도 홍차와 마찬
가지로 우유를 어느 정도 섞어 마시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고 이런 유사성은
커피에 우유를 섞어 다양하게 만드는 바리에이션(Variation) 커피의 메뉴를
개발하게 된다.
20세가 초의 이탈리아 전통을 그대로 잇는 방식으로 커피를 만드는 커피숍은
약 150~180㎖의 잔을 사용한다. 과거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의 양보다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비율이 결정하는 농도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차츰 거품을 만드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이후에는 어느 정도 적당한 거품이
있는 것도 카푸치노의 넓은 정의 안으로 흡수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거품의 양이 잔에서 1cm 이상 덮여야 좋은 카푸치노라고 본다.
카푸치노를 당시, 혹은 오늘날에도 이탈리아의 전통을 잘 따르려는 커피숍
위주로 정의하자면 에스프레소와 우유 그리고 우유 거품 등의 비율을 잔의
높이로 본다면 1:1:1이 되며, 그 양으로 본다면 1 : 2 : 3 의 비율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카푸치노의 잔은 아래가 좁고 위가 넓다. )
3. 미국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커피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명이 1901년에서 1946년 정도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볼 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군이 경험했던 커피들은
그 과도기의 커피였을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시 미국은 경제 대국
으로 성장했지만 그 당시 에스프레소 머신의 크기나 운송의 어려움
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1927년에 처음으로 이 기계가 등장한다. 당시
미국 사람들의 커피 취향은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4. 미국에서의 까페라떼
까페라떼는 카푸치노가 미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또 미국 사람들이 원했던 아메리카노 정도의 농도로 맞추다
보니 아무래도 전통적인 카푸치노 보다는 우유를 더 많이 넣는 편이 입맛에
맞았을 것이다.
1샷의 에스프레소를 넣는 카푸치노가 대륙의 기질을 가진 미국인의 스케일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으로 넘어오게 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가 미국인
의 취향에 만족스러워 할 만큼의 양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2샷의 에스프레소
를 넣어서 그 용량을 키우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오늘날에는 미국에서도 세련된
조그마한 카푸치노 잔에 1샷의 에스프레소나 2샷의 리스트레또를 넣어 만든
카푸치노로 일반화되었다.
5. 한국의 카푸치노와 까페라떼
이천년대 한국의 커피문화는 주로 프랜차이즈들을 통해서 발전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프랜차이즈의 특성이 커피 제조 방식과 그 문화에도 깊이 영향을
주게 되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아주 고급의 커피라기 보다는 중급 이상의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다량으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의 경우 여러 면에서
실용성을 위해 많은 부분을 획일화 시켰다. 예컨대 커피 잔의 크기도 그렇다.
모든 음료마다 적절한 고유의 크기가 있는데,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마다 적절한 컵을 일일이 다 준비하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스타벅스와 같이 똑같은 크기의 컵에 단지 거품의 양적
차이만으로 카푸치노와 까페라떼를 차별화 시켰다. 게다가 프랜차이즈의
어설픈 바리스타들은 저마다 부족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Bar) 안에 뛰어들었고 그들이 만들어 주는 커피 역시 한참 부족한 것들
이었다. 만약 소비자가 카푸치노와 까페라떼를 동시에 주문할 경우 그 둘을
정확히 구분할 수가 없어서 직원들에 도리어 되물어보는 진기한 현상들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것 역시 소비자들도 커피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생기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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