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른 김정용 베드로 신부님
전국으로 실시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순례 시국미사 유튜브를 잠시 시청하는데, 낯익은 분의 모습이 들어왔다. 김정용 베드로 신부님?~! . "핵 폐기물 해양 투기 결사 반대"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잡고서.
-김정용 베드로 신부님: 해양투기 결사반대 메시지를 드신 분-
그분은 광주평생교육원 소임 시 함께 일하시던 원장 신부님이셨다. 현재는 두 번째로 광주신학교로 돌아가시어 총장 신부님으로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반가워 사진을 캡처했다. 그리고 카톡으로 안부 문자를 드리고.
기억으로만 만나도 참으로 좋으신 분. 함께 할 때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그분은 젊은 나이에 벌써 교회의 큰 어른이셨다. 함께하면서 훌륭한 점을 참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교육원 원장님 직책에 걸맞게 중요하고 본질적인 교육적 정신으로 충만하셨고, 그것을 현장으로 옮기시고 직원들을 훈련하고 고무시키셨다. 빈약한 예산인데도 서울교구 사제 평생교육 참석차 사무직원 전원이 KTX 타고 상경했는데, 정작 명동성당 교육 장소에 서울교구 부제만 신학생들만 몇 될 뿐 썰렁한 현장 모습이었다. 우리들의 그 뿌듯함이라니.
사무실 현장 모든 직원에게 한결같이 존중하며 잘 대해 주셨다. 회자되는 한 나라 태평 시대가 이와 같았을 것이다. 가을 소풍에 결혼한 여직원이 임신 중이라 동행하지 못했다. 단풍이 고운 적성산 정상에서 신부님 혼자 직원을 챙겨 전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같은 여성인 수녀인 나도 못 챙기고 있었는데 혼자 부끄럽고 또 참 멋져 보이셨다. 교육원을 더 활성화하시기 위해 동기 신부님을 부르셨는데 갖추어진 원장실을 성큼 내주시고, 자신은 비좁고 남루하고 심지어 겨울철 난방 마저 잘 들어오지 않는 2층 끝방으로 사무실로 옮겨 집무를 모시던 모습을 보면서 흔치 않은 겸덕과 지혜를 갖춘 어른의 모습을 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스스로 물으면서.
담당 수녀도 항상 존중하고 배려하시며 잘 대해 주셨다. 신부님은 같이 일하는 수녀님과도 잘 지내는 것이 소명 중의 하나라고 하셨다. 가장 감사한 것은 두 차례의 교구 성서 통독 피정에 참석하도록 경비와 시간을 내 주신 점이다. 적지 않는 피정비였는데 시간도 그렇고. 그 결과 민들레 홀씨처럼 소속 수녀회와 회원들에게도 전파하여 큰 축복을 받았다. 특히 나에게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었다. 복음의 기회를 주신 이 부분은 내가 두고두고 감사할 큰 은혜다.
통합 사무실을 구상하시면서 피정자들 강의 구상과 준비로 개인 사무실이 필요할 것 같으니 작은 방 하나를 주십사고 청하니 기꺼이 주셨다. 마침 공간도 적당한 곳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직원과 똑같이 했어야하지 않나 자신에게 후회가 된다.
신부님은 때로는 본인에게 엄격하기도 하시지만 너그러운 모습의 자연인이었다. 음악하고는 좀 멀어보이시는데 뜻밖에. 클레식 기타 레슨을 하시는 등. 기타는 오매불망 관심이 있어 말씀드려 같은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다. 뭐든 말씀드리면 교육적 마인드로 오케이셨다. 기타 열심히 했지만, 마스터는 하지 못한 채 현재 더 재밌고 유익한 성경에 밀려 뒤안길로 보냈다.
시간과 세월이 많이 흘러가고 서로 다른 공간,시간,관계로 살아가는 처지이지만 이렇게 간접 또는 직접의 우연한 조우에도 퇴색함 없는 존경을 받는 그분은 참으로 큰 어른이시다.
걱정 한 자락,
'나는 나와 만난 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이든 수도승 철부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