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소설
- 추천: 곱빼기가 아닌 보통을 원하시는 분께
75p
엄마는 늘 우리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우리란 말 속에는 내가 너를 위해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협력이었고, 한 명이 앞서 걷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보폭을 맞춘다는 뜻이었다.
113p
노을은 엄마에게 새로운 삶이자 생명을 의미했다. 태양이 다시 뜬다는 약속과도 같았다. 엄마는 자신의 삶에 찾아온 새 생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노을이란 이름이 너무 값지게 생각되었다. 비단 찬란한 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훨씬 눈부신 것들이 가슴속에 뜨겁게 퍼져 나갔다. 사랑과 헌신, 삶을 단단히 움겨잡은 강한 힘 같은 것들 말이다.
127p
다른 쪽으로 평균을 웃도는 녀석이 참 많다.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거나 운동신경이 발달한 아이들, 그림에 소질을 보이거나 춤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그들에게 기준과 평균은 절대 성적이 될 수 없다. 혹시 또 모를 일이다. 녀석들은 과도가 아닌 거목을 자르는 무쇠 도끼나 강철 검인지도.
155p
공감은 동정과는 다를 것이다. 동정이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라면 공감은 가까이 다가가 상대를 감싸 안는 일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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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에 살짝 어긋나 있으면서도 우리는 계속 '보통'을 외치며 산다.
그리고 '보통'을 기준으로 늘렸다 잘랐다를 반복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리는 또 '보통' 너머를 동경한다.
여기 모든 것이 '보통'이 아닌 노을이가 살고 있다.
보통을 넘어서는 노을이의 주변 인간관계들이 노을이를 보통이게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 노을이가 어떻게 보통을 넘어서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소설이다.
각자의 길이 놓여진 해의 마지막 모퉁이에서
더 이상 노을이는 보통의 '고속도로'를 열망하지 않는다.
요즘 내가 부대끼는 삶들도 마찬가지다.
자꾸만 나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버거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발 물러나 보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한 발 물러서시겠습니까, 네, 저도 그러면 한 발 물러나 있겠습니다.
추신: 그리고 여기 노을이의 엄마의 삶을 보면 삶에 대한 당당함으로 빛이 난다.
어린 노을이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오는 치킨 냄새에 반지하방에서 코를 벌름대면서 고파하던 날
어린 엄마는 손을 호호불며 나가서 치킨맛 과자를 한 봉지 사와서
아들과 가위바이보 내기를 해서 과자를 하나씩 획득을 해 나가는 게임을 한다.
노을이는 이제 자기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획득한 소중한 과자에 온 마음이 쏠린다.
지혜로운 엄마.
노을이 엄마의 이름은 최지혜 씨다.
그래서 노을이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두 명의 남자는 그 무엇으로가 아닌
그녀를 최지혜 씨, 지혜 씨라고 부른다.
이름은 이렇게 불리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