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자전거, 강아지. 제가 무서워하는 세 가지입니다. 모두 어릴 때 다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중에서도 자전거는 정말 무섭습니다. 아빠 자전거 뒤에 멀쩡히 앉아 가다가 그대로 떨어졌거든요. 그것도 도로에서요. 만약 뒤에 차가 있었다면 크게 다칠 뻔했지요. 또, 혼자 자전거 연습하다 내리막길에서 고꾸라진 적도 있고요. 그래서 자전거만 보면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구구단처럼 한번 익히면 나이가 들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자전거. 사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탈 일이 거의 없어서 배울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친구들과 바닷가로 놀러 간 어느 날, 유일하게 자전거를 못 타는 저 때문에 한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커플 자전거를 빌려 뒤에 저를 태우고 다니느라요. 그날 처음으로 자전거 못 배운 걸 후회한 것 같아요. 그 뒤에도 종종 놀러 갈 때마다 자전거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며칠 전, 친한 친구와 경주 보문단지를 둘러볼 때였어요. 걷기에는 너무 넓고, 버스를 타면 따스한 봄날을 만끽할 수 없어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자전거 앞에 서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요. 포기하고 그냥 걸어 다닐까 생각도 했지만, 여행의 즐거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타자마자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자 자전거를 대여해 준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자전거를 탈 때는 앞을 보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해.”
넘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어릴 때의 아찔한 기억이 머릿속을 휘저었지만 힘껏 페달을 밟았습니다. 달리다, 멈추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위험하면 브레이크를 잡으면 되고, 휘청거려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페달을 밟으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요. 어느새 저는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 자전거 못 타요.”라고 늘 말하던 제가 자전거를 타고 두 시간이나 달리는 모습, 그날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로 할 수 없던 게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는 바로 제 생각에 있었어요. 다음에는 수영에 도전해 보려고요. 마음은 이미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고 있으니, 분명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글 《좋은생각》 김정화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