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현대중공업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이 지난 2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5년 전 회사를 나갔던 ‘선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현대중공업은 12일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같은 회장이지만 이 회장은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CEO이고 최길선 회장은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사실상 선배가 후배 밑에 있게 된 셈이다.
5년 전만 해도 이 회장은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으로 최 대표이사 밑에 있었지만, 지금은 직위가 역전된 셈이다. 46년생인 최 회장은 52년생인 이 회장(1975년 입사)보다 나이로는 6년, 입사 연차로는 3년 선배다.
최 회장은 지난 1972년 회사 설립 추진 당시부터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른바 창립멤버다. 입사 12년 만인 1984년에 임원이 된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1월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회사가 좀 더 젊어지고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당시 최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직을 맡은 게 지금의 이 회장(당시 부사장)이다.
최 회장의 용퇴 이후 회사를 이끌어갈 ‘젊은 피’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이가 이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5년간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을 잘 이끌어 왔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지난 2분기에 사상 최대인 1조1137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 회장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숙고끝에 돌파구를 찾아냈다. 바로 ‘선배 최길선’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지난 2분기에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 대부분은 조선,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비롯됐다. 조선이 5540억원, 해양이 3740억원, 플랜트가 23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장은 ‘선배 최길선’에게 다시 회사로 돌아와 이토록 상황이 어려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벼랑끝에 선 조선·해양·플랜트 분야를 회생시키기 위해 최 회장만한 적임자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선배 최길선’은 ‘후배 이재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힘든 역할을 기꺼이 짊어졌다. 현대중공업 창립멤버로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백의종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용단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재성 회장은 회사 전반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최길선 회장은 2분기에 주로 적자를 낸 조선·해양·플랜트를 총괄하는 역할”이라며 “울산조선소 착공 당시부터 현대중공업과 함께 했던 최 회장의 경험이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맨손으로 현대중공업을 일으킨 일원이자, 우리나라 조선산업 40여년 역사와 함께한 최 회장의 경험과 연륜이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을 다시 바로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조선] 현대重 '구원투수' 영입…총괄회장 최길선
작성자 : GSC
작성일 : 2014-08-20 오후 10:42:20
조회 : 53
조선업 1위 이끈 야전사령관…생산부문 진두지휘 이재성 회장 현직 유지
최길선 회장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이 12일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68)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했다. 회사 사정에 밝은 구원 투수를 영입해 단시일 내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취지다.
최 신임 회장은 공식적인 취임식 없이 이날부터 울산 본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조선·해양·플랜트 3개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본 데 따른 비상경영 체제의 일환”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생산 부문을 일으킬 경험자를 영입한 것”이라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현직을 유지한다. 회사 측은 이 회장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고 최 신임 회장은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 부문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임명된 만큼 원래 재무통이었던 이 회장의 역할은 재무·기획 등으로 국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1등 한국 조선업 이끈 인물
전북 군산 출신인 최 신임 회장은 업계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조선 전문가다. 1972년 현대중공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임원으로 임명됐다. 1997년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 사장, 2001년 현대중공업 사장, 2004년 현대미포조선 사장을 지냈고 2005년 12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재임명돼 2009년 11월까지 일했다. 이후에는 관동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으로도 재직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하면 곧 단단한 체구의 ‘최길선’이 떠오를 정도”라며 “한국 조선업의 역사를 이끌어온 사람 중 하나”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국내 최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세계 최초 선박 육상건조 방식 도입 등을 추진하며 2000년대 한국 조선업이 세계 1등으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
2009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고 그의 재임기간에 투자한 군산 조선소에 일감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그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그의 밑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던 사람이 이 회장이다. 그는 최 신임 회장의 입사 3년 후배다.
◆경영정상화가 당면 과제
갑작스러운 인사는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2분기에 매출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을 기록했다. 손익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됐고 매출도 2.1% 감소했다.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원인으로는 플랜트 저가 수주가 첫 번째로 꼽힌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등에서 수주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향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자 5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규모 플랜트 수주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3분기에도 실적 호전을 장담할 수 없다. 최 신임 회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최 신임 회장이 최고의 현장 전문가인 만큼 수익성 위주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