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오마이] 혜암선사 열반비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

[박희용]

▲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 앞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10대 종정이었던 혜암 스님이 남긴 교훈이 새겨져 있다.
ⓒ 해인사	혜암

▲ 대한불교 조계종 10대 종정 혜암 스님의 비석과 사리탑 제막식이 26일 해인사에서 열렸다.
ⓒ 해인사	혜암

“공부하다 죽어라.”

성철 스님의 뒤를 이어 대한불교 조계종 10대 종정이 되었던 혜암 스님(속명 김남영, 1920~1999)이 보살과 제자들에게 설파한 화두다.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 앞에는 스님의 교훈이 새겨져 있다.

‘가야산 대쪽’으로 불리었던 스님의 사리탑 제막식과 추모제가 26일 해인사에서 거행되었다. 1999년 12월 31일 오전 10시 23분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微笑屈)에서 입적했던 스님의 영골 등에서는 총 86과의 오색사리가 나왔다.

이날 ‘혜암 대종사 비석과 사리탑’ 제막식에는 조계종 법전 겸 해인총림 방장인 법전 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심의조 합천군수, 유도재 합천군의회 의장, 윤재호 합천군의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법전 스님은 이날 “바위 위에서 꽃 피는 소식이 들리니”라는 제목의 법어를 통해 “‘일종식’과 ‘장자불와’는 선사의 가풍이요 ‘공부하다 죽어라’는 노납(老衲)의 대갈일성이로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혜암 대종사께서는 열반에 드신 지 10여년만에 탑비로서 가야산에 다시 나투었다. 평소 ‘정진하라’는 그 가르침이 다시 유훈이 되어 온 가야산에 메아리 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한불교 조계종 10대 종정을 지낸 혜암 스님.
ⓒ 해인사	혜암

혜암 스님은 고행정진으로 참선수행에 물도해온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으로 꼽힌다.

1920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한 스님은 1946년 해인사에 출가한 날로부터 평생토록 눕지 않고 정진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일일일식(一日一食)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1993년 성철 스님의 뒤를 이어 해인총림의 방장을 역임하였으며, 1994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에 이어 그해 4월 조계종 제10대 종정으로 추대되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부터 스님은 조계종 개혁불사와 1998년 조계종 종단사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리탑 제막식에 스님이 남긴 ‘임종게(臨終偈)’를 다시 읊어 보면 다음과 같다.

“나의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마음 또한 머물 바 없도다/무쇠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돌사자는 소리 높여 부르짖도다(我身本非有요 心亦無所住라 鐵牛含月走하고 石獅大哮吼로다.”

2007.12.27 10:19

ⓒ 2007 OhmyNews

[박희용]

1974년 겨울 함박눈 나리던 날 봉화 왕두산 각화사 오르는 큰길에서 혜암선사를 처음 뵈었습니다. 안동교대 불교학생회 겨울 수련회가 각화사에 있어 나중 혼자 찾아가던 길. 버스 정류장 앞 눈길에 서서 노스님(지금의 내 나이였군!)께 '각화사 어디로 가지요?'하고 물었더니 '저리로'하곤 날 몇 초간 보더니, '요즈음 미국에서도 불교가 성합니다'하시더군요. 하얀 눈길에 서서 날 보던 그 모습 그 눈길이 아직도 따뜻합니다. 비록 1분도 안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게 불교와 스님상을 심어준 유일한 분이십니다. 제대 이후 수소문 했더니 남쪽으로 가셨다더니 해인사 가셨군요, 도 높으시어 출세도 하셨고. 열반비 앞 분향재배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