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많은 강남구청 다른 지역 설치 지원 눈길
서울시 구청장협의회(회장 권문용 강남구청장)가 범죄예방용 폐쇄회로(CC) TV를 서울시 대부분 지역에 확대 설치키로 합의한 가운데 ‘인권침해’와 ‘치안강화’라는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네티즌들의 CCTV 설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구청장 협의회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의 25개 구청장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강서구와 도봉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의 우범지역에 CCTV를 설치한다는 데 합의했다. 강남구청은 이미 지난해에 설치, 운용 중이다.
이로써 각 구는 내년부터 우선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방범용 폐쇄회로 5대 정도를 시범으로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CCTV의 시범설치지역과 설치-관리업체 등은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CCTV 설치에 소요될 예상비용 100억원 중 절반은 강남구가 나머지는 각 자치구가 부담하기로 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이와 관련 “강남구 자체 여론조사에서 ‘요즘 범죄는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되므로 강남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역에 CCTV가 설치되길 원한다’는 의견이 82%나 됐다”며 “이에 따라 다른 자치구의 CCTV 설치비를 강남구가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청장협의회는 CCTV 설치로 범죄예방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서울시에 교부금을 요청해 방범용 CCTV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CCTV를 시범운영한 강남구 지역의 경우 5대 범죄가 전년대비 37% 감소했고 강절도 사건은 41%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2002년 논현동에 CCTV 5대를 시범설치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구 전역 골목길에 272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각 구청장들도 이런 CCTV의 치안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CTV가 사생활 침해요소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법률이나 시 조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CCTV 설치를 확대하는 것은 안 된다”면서 “오히려 범죄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찬반토론도 뜨겁다. 대체적으로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과 범죄예방을 위해서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bcg2005’는 “아예 칩을 몸 속에 이식하라”며 “CCTV보다 더 확실한 방법으로 도입되면 범죄율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범죄율 줄이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는 나라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songofajax’는 “서울시장이 빅브라더가 되는 건가”라며 “경찰청 해체하고, 경찰들 봉급 국민세금으로 주지마라, CCTV 감시청 운영하고, 사설 경비업체에 맡기라”고 꼬집었다.
‘appie21’은 “당장 범죄는 줄겠지만 서울시민 전체를 일단 범죄의 용의선상에 올려놓는 어처구니 없는 짓”이라며 “길을 가는데 누군가 뒤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살 맛 나겠는가”라고 말해 CCTV 설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CCTV설치를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세훈’이라는 네티즌은 “갈수록 강력범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vcam98'도 “길거리에서 사생활이 침범되면 얼마나 되나”라며 “범죄당하는 사람 구하고 (범죄율을) 줄이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lip1482'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이나, 공공장소에서의 CCTV 촬영은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소중한 우리 가족이 길에서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강남구 지역 시범설치운영 때도 찬반논란이 거셌던 CCTV는 범죄율 저하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서울 대부분 지역 설치를 앞두고 다시금 거센 논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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