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6)
2006-09-04 09:49:28
106차 정기산행기(광교산) - 이민영
1. 일시 : 2006년 9월 3일(일)
2. 곳 : 광교산-백운산
3. 참가 : 민영(대장), 병욱, 재봉, 석모, 길래, 상국(6명)
며칠 전, 많은 멤버들이 모여서 진하게 술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야 말로 가을맞이 모임이었습니다. 매너 좋은 한효용과 양석모는 미리 짠 것도 아닌데 막내회집 주방 할머니용 박카스를 각각 따로 3분 간격으로 1 박스씩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 주방 할머니는 박카스가 인생의 낙 중 하나라고 하지요. 할머니 그날 운 좋은 날이었습니다. 박카스 두 박스에다 오랜만에 인물 좋고 매너 좋은 두 오랜 손님을 한 번에 맞았으니까요. 그래서 인지 그날 회접시에 따로 광어 뱃살이 넉넉하게 올라 왔었지요.
실은 오랜만에 ㅉㄱ인 제가 지은 죄를 씻으려 우리의 순수 청년 신곡사님을 주빈으로 맞으려 하였는데 쬐금 스케쥴에 차질이 생겨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지요. 우리 산행팀은 아직 아니지만 최근 승진한 정경석군이 참석을 하여 자리가 좀 더 빛났고 장차 새로운 산행 식구가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집이 일산이라 북한산 쪽으로는 참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9월 첫 일요일에 그 남대문 모임 후 닷새만에 광교산행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원 산행대장 (서모)의 빈약한 인품탓인지 (요즘 배가 많이 들어갔음. 오늘도 발목에 1Kg 씩 차고 왔음) 산행참석이 좀 저조하더이다. 참가자 : 양석모, 이재봉, 서상국, 조길래, 김병욱, 이민영.
병욱이가 메시지를 보낸다. 수서 분당선 안이라고. 10분 늦게 조인하여 전철을 타고 미금역으로. 7번 출구로 나왔으나 7번은 없고 8번 출구라서 두리번거리는데 오늘 대장 서상국이 뒤에서 부른다. 마을 버스를 타는데 친절하게 서대장 세 명 차비를 한꺼번에 다 찍어버린다. 병욱이와 나는 전철 연장이라 공짜인데 ... 1200원 버스회사 수입 올려줬다.
버스안에서 ㅉㄱ가 서대장에게 제의한다.
“마.. 오늘 참석인원도 몇 안 되니 내가 대장해도 괜찮겠나? 내가 산행기 쓸게.”
1초만에 서대장 대답이 "그래라, 그래"하고 반기더라. 이게 Win-Win 이라는 거지.
서대장은 요번에 안 해도 되고, ㅉㄱ는 요번 한 번으로 2006년 농사 끝내서 좋고.
토월약수터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신호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 크락션 소리... 보니 양사장 사모님 홍여사가 석모와 재봉을 약수터까지 내려주고 돌아가는 길에... 수인사를 주고 받는다.
약수터에 가니 석모가 못 보던 멋있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칭찬 한마디 건네니 갑자기 신참 병욱이가 "와 나는 모자도 새거고, 바지도, 옷도, 다 오늘 새로 입고 왔는데 아무 말도 없노!" 하고 일갈한다. 이어서 하는 말 "나는 말도 안했는데 내 와이프가 다 사놓았더라..."
이게 오늘 지 집사람 자랑 시작이었던 것이다. 점심 먹을 때에는 그 자랑의 도가 거의 xx출을 넘어서서 전고참들의 안주감이 될뻔하였다.
그래도 고참들왈, “병욱이 니는 다음에 갖고 오는 음식 줄여서 반만 갖고 온나. 음식이 마이 남는다. 병욱이는 이전 졸들하고는 매너가 많이 다르니 빨리 의자도 사주자. 그라고 일년 지켜보고 누구와는 다르게 promotion도 빨리 시킵시다.” 참 화기애매한 대화들이 오고 갔지요.
오늘 길래선사님 왜 성이 조씨인지 확인해준 날이었다. 그는 나르는 “조”였다. 점심때 꺼낸 길래선사의 푸짐한 전들 (고추 방아전, 고기전에 찰떡 궁합맛의 장). 그 맛은 환상적이었다.
여기에 서상국의 새로운 비법 막걸리 샤베트와의 combination은 모두를 환상이 아니라 환장의 수준으로 올린다. 상국이 직접 부쳐온 두부전, 석모의 계란말이와 총각 김치, 병욱의 이까/오이/고추 접시와 초장, 깊은 맛의 포도, 재봉의 두부 김치와 52도의 중국 술, 모두 사람들 못 일어나게 만든다. 재봉의 중국술은 도수가 높아서도 그러하겠지만 술병 따를 때의 술병 타격내지는 흔들어대는 수작법 때문에 모두를 더 취하게 만들었나보다.
이 술이 그렇게 가벼이 잘 날아댕기던 길래 선사가 여태껏 30 산우회에서 한번도 안 한 한마디 “야, 앞에! 좀 쉬다 가자. 어이! 좀 쉬다가지!” 를 하산길에 연발하게 만들었다.
토월 약수터부터 올라 맷돌 바우를 지나, 광교산 시루봉, 백운산 정상을 각각 섭렵하여 증명사진을 찍는다. 병욱이 왈 “오늘 두 봉을 올랐으니 107차 까지 끝낸 거 아이가? 그리 계산하자”고 한다. 그리고 바라산 교차길에서 모든 고참들이 바라산은 바라만 보고 우측으로 내려가자고 하나 혼자 가보자고 우긴다. 집에 갈 때 전철에서 왈 “바라산을 가몬 108차 까지 될 낀데...” 아직 아쉬운 모양이었다.
관음사를 거쳐 고기리로 내려와 한참만에 마을 버스를 타고 미금역 부근 횟집으로 직행한다. 광어회, 아나고. 소주 7병, 맥주 6병, 많이도 마신다 내일이 월요일인데도. 많은 대화가 오고가고 많은 ㅎㅎㅎ, ㅋㅋㅋ, ㄲㄲㄲ,.. 엔돌핀을 증가 시킨다.
길래선사, 중국술로 부터 원기 회복 후에 그의 특기인 근육/목 마사지를 한명씩 해준다.
누구는 근육이 부드럽고, 누구는 그러하고 등등...의 콤멘트에 갑자기 둘 셋이 일어나서 팔을 비틀며 잘난 척, 부드러운 척들 한다. 그래봤자 토마토를 지나 수세미 수준으로 가는 주제들 파악 못하고... 그런데 석모는 볼륨과는 반비례로 어깨와 팔돌림이 아직 30 대 수준인 것 같다. 허리 돌림만 좀더 improve 하몬 테니스 훨씬 더 잘 칠텐데...
나와서 분당팀은 당구장으로 가고, 병욱과 나는 분당선으로 가서 수서역에서 각자 집으로 하였음. 부드런 어깨 팔들의 당구 게임 결과는 담번에 들려주길 바랍니다.
오늘 가을을 알리는 부드러운 산바람과 그 바람을 타고 오르내리는 우리들의 향긋한 대화들은 또 새로이 시작하는 한주를 아름답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