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소백산 자락길 기행, 제7자락 '십승지 의풍 옛길' 걷기
산 높고 골이 깊은 산촌은 대개 봄꽃들이 늦게까지 핀다. 그래서일까, 봄이 길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단양 영춘(永春)을
굽 돌아 흐르는 남한강은 아직도 얼음으로 덮인 백강(白江)이 더 많다. 보름 만에 다시 영춘면 사무소를 찾았다. 겸암산
자락 온달산성 아래 굽돌이 남한강변에 있다. 백제 때는 아단성(阿旦城), 4세기 말 고구려 때는 을아단현(乙阿旦縣. 396
년 광개토 대왕 때)이라불리었던 곳. 6세기 중엽에는 다시 신라에 점령되자 그 30여 년 후인 590년에는 유명한 고구려
온달장군은 바로 이 고토를 찾으려다 산성 아래 남천(南川) 어귀에서 신라군의 유시(流矢)에 쓰러지며 죽어서도 평강공
주와의 로맨스를 남긴 고을이다.
지난 2월 26일, 소백산 자락길 제7자락, '십승지 의풍 옛길'을 걷고 왔다. 영춘면 사무소를 출발해 남쪽으로 온달산성을
바라보며 영춘면 하리 산협(느릅실)으로 이어지는 영춘 4길을 따라 고개를 넘고, 동대천을 거슬러 의풍으로 가는 18km
트레일이다. 느릅실 입구 임도를 따라 높다란 산마루를 넘어 동대리를 찾았다. 동대천을 따라 935번 지방도(영부로)가
지나는 마을은 천을 거슬러 오르며 용소 마을, 배틀 마을로 이어진다. 동대천은 소백산 국망봉 북쪽 형제봉(1,207m) 북
사면을 발원해 남한강에 유입되는 작은 지류다. 동대리에서 의풍리로 이어지는 길이 바로 7 자락길의 이름인 의풍 옛
길이다. 동대 2리, 배틀 마을에서 국도와 계곡 길을 버리고, 계곡 우측 언덕길을 올라 4km의 임도를 따라 베틀재에 올
랐다.
잿 마루의 형태가 베틀의 도투마리에 해당되는 모습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베틀재는 형제봉과 마대산을 잇는 해발 65
1m 능선 마루금에 있는 고개다. 영춘면 동대리와 의풍리를 잇는 고개인 이 잿길은 고려 때부터 있어온 옛길로 당시엔
한반도의 3대 소금 운반길(鹽路)이었다 전한다. 남한강을 거슬러 온 서해의 천일염이 이 재를 넘어 경상도와 강원도로
팔려 갔다 전한다. 한편 이 시기에 영동 해안에도 작은 규모의 염전이 있었고, 특히 울진에는 토염(土鹽)이 있었다. 토
염이란 염전 토판에 황토를 깔고 바닷물을 뿌리고 말리기를 10여 회 반복해 소금기 가득한 황토에, 다시 바닷물을 뿌
려 미네랄이 풍부하고 염도를 높인 염수(鹽水)를 다시 가마솥에 넣어 끓여, 불순물과 떫은맛을 제거해 만든 구운 소금
을 일컫는다. 조선 중기 때 이 토염은 명품의 반열에 올라 보부상에 의해 울진 봉화 간 십이령 보부상길을 통해 죽령을
넘어 한양으로 팔려 나갔었다. 소백산 줄기의 남쪽 죽령은 양(量)은 작으나 울진의 토염이 넘었고, 북쪽 베틀재는 소금
바리가 넘었었다. 그래서일까, 소백산 자락길 에돌아 걸으며 옛 소금넘이 두 재를 넘을 때는 이마를 타고 내린 땀방
울 유난히 더 짭짤했었다.
베틀재는 또 충북, 경북, 강원도 등 삼도의 접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고개다. 고갯마루 삼풍루에 올라 보면 백두대간 선달
산과 옥돌봉이 어슴프레 눈에 들고, 어래산 삼도봉(三道峰)은 가까이 보인다. 3.5km의 내리막 영부로를 따라 내려 의풍
리를 찾았다. 영부로가 28번 국도와 연하는 삼거리에 의풍마을 표지석이 서있다. 십승지(十勝地)로 알려진 유명세만큼
이나 오랜 세월을 지켜 온 표지석은 세월의 더께가 진하고 아우라가 핀다. 마포천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 김삿갓 계곡
으로 이어지고, 거슬러 곧장 올라가면 영춘초등학교 의풍 분교 앞 4거리가 나온다. 제7 자락길 날머리이자, 제8 자락
길 들머리다. 다리 건너 곧장 가면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로, 우측 마포천 지류인 마락천은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로 가
는 길목이다. '산은 첩첩하고 물길은 겹겹이라 길이 없을 성 같은 곳'을 일러 옛 선비들은 산중수복의무로(山重水複疑
無路)라 했다. 영춘면 의풍 마을로 가는 산길과 물길이 이렇듯 첩첩이다. 삼동의 끝을 알리는 정월 스무엿새 날, 십승지
의풍에도 어느새 봄기운 내려 피어 포근했었다.
촬영, 2022, 02, 26.
▼ 단양 영춘 가는 길, 차창으로 본 가곡면 남한강 강변 '병풍 석벽'
▼ 소백산 7 자락길(17,5km) = 영춘면사무소-느릅실-동대리-베틀재-의풍 초교
▼단양군 영춘면사무소
▼ 영춘면 유래비
▼영춘면 소재지 부락, 하리 표지석
▼ 하리에서 본 온달산성과 겸암산 <지난 6 자락길>
▼영춘면 하리, 느릅실 협곡 가는 길(영춘 4길)
▼ 영춘 4길 임도 삼거리, (느릅실과 동대리 가는 갈림길)
▼ 영춘면 하리, 느릅실 마을
▼ 하리 ↔ 동대리, 임도 고개
▼ 고갯마루 이정목
▼ 동대 고개 임도와 멀리 마대산
▼동대천과 영월 태화산
▼ 영춘면 동대 1리
▼ 임도
▼동대 1리
▼ 동대 1리, 영부로(935번 지방도)
▼ 동대 1리, 용소마을)
▼ 동대 2리, 동구
▼ 동대 2리, 배틀 마을 '의풍 옛길' 갈림길
▼ 의풍 옛길 임도 가는 길
▼의풍 옛길, 임도 들머리 < 베틀재 까지 4km 임도>
▼ 형제봉 북릉 임도길(의풍 옛길)
▼ 영부로(935번 지방도)에 이어지는 옛길 임도 날머리와 베틀재
▼ 필자의 베틀재 인증
▼ 베틀재(해발 651m) 삼풍정과 표지석
▼ 베틀재 전망대에서 본 어래산과 백두대간 선달산
▼ 영춘면 의풍리 마포천
▼ 의풍리, 와석리 갈림길
▼ 의풍마을 표지석
▼ 의풍리 28번 국도 변 '삼도 힐링길' 이정목
▼ 의풍리, 의풍교 앞 4거리 (의풍 초교 입구)
▼강원도 영월 김삿갓 계곡, 충북 단양 의풍리, 경북 영주 남대리를 잇는 '삼도 힐링길' 안내도
▼의풍교 앞, 마락천(마포천 지류)과 영주시 단산면 고치령(옛고개) 가는 길
▼ 마포천에 합류하는 마락천 어귀와 의풍 초교
첫댓글 지리 역사의 공부에 감사 드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항상
따뚯함에 고맙습니다 다음 지리산길에 만나요 건안 하세요!!
네, 감사드리며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