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타 가는 길 (1516)
라파엘로
라파엘로(Raffaello, 1483-1520)는 교황 율리우스 2세와 레오 10세에게
총애받았던 르네상스 최고의 화가이다.
<골고타 가는 길>은 대형제단화로 시칠리아의 도시 팔레르모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로 스파시모의 올리베타노 수도원으로부터 의뢰받아 그린 것이다.
1517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시칠리아 섬으로 우송되다가 배가 도중에
난파되는 바람에 바다에 빠졌으나 제노바의 항구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발견되었다.
1622년 스페인의 총독 페란도 데 폰세카가 펠리페 4세를 위해
이 그림을 구입했으며, 1633년 마드리드 궁전에 걸리게 되었다.
1813년부터 1822년에 이 제단화는 약탈 되어 파리에 있었다가,
그 기간에 캔버스로 옮겨진 다음 스페인으로 반환되었다.
이 시기에 그린 라파엘로의 다른 작품들처럼 부분적으로 공방의 조수들,
특히 줄리오 로마노와 조반프란체스코 페니에 의해 그려졌지만,
밑그림만은 완전히 라파엘로의 것이다.
라파엘로는 골고타로 가는 장면을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세로로 그렸고
극적인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앞부분 중앙에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쓰러져서 성모를 바라보고 있다.
베일을 쓰고 있는 성모는 팔을 앞으로 벌리며 아들을 애처로이 바라보고 있다.
녹색 옷에 붉은 망토를 입고 성모를 뒤에서 부축하는 사도 요한과
붉은 옷을 입고 성모를 옆에서 부축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모를 따르는 예루살렘의 여인들은 비탄에 잠겨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예수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갈 키레네 사람 시몬이
강한 팔로 십자가를 세우고 있고,
사형을 집행하는 사내는 예수를 일으키기 위해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몸을 비틀어 호송 끈을 잡아당기고 있으며,
사형을 집행하는 다른 한 사내도 십자가를 잡고 창으로 예수를 위협하고 있다.
그 뒤에 붉은 깃발을 든 군사가 말을 타고 예수를 보려고 뒤를 돌아보고 있다.
그가 펼친 붉은색 깃발은 순교와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인류를 위한 사랑임을 말해주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흰말을 타고 무언가 지시하는 사람이 백인대장인 듯하다.
그는 지휘봉을 내밀며 시몬에게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라고 명령하고 있고,
그의 뒤에는 창을 들고 투구를 쓴 로마 군사들이 그를 따르고 있다.
멀리 골고타 언덕이 보이고, 그곳에 두 개의 십자가가 세워졌으며,
예수님의 십자가 행렬은 그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전면 중앙에 있는 돌에 “RAPHAEL URBINAS”라고 적혀 있어
우르비노의 라파엘로 작품임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