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비라니......
봄비가 내리는데 봄비 같지 않습니다.
방사능 예고가 없었던 엊그제 초하룻날의 가랑비는 봄을 담고 내렸는데......
그 날의 봄비는 맞아도 좋을 만큼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포크레인 소음, 전키톱 소리도 멈춘 조용한 도량을 봄비를 맞으며 한 바퀴 돌았습니다.
오랜 만에 숨었던 소리가 드러났습니다.
작은 박새 소리가 들립니다.
행여 가랑비 소리를 놓칠까 가만가만 걷습니다.
가랑비 소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
기왓장에 내리는 소리,
움튼 나뭇가지에 내리는 소리,
젖은 땅에 내리는 소리,
기왓골을 타고 내린 가랑비는 이따금 똑똑 낙숫물 소리를 냅니다.
낙엽에 내리는 빗소리는 다람쥐가 밟고 지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비 맞은 동백잎은 물기를 머금고 반짝입니다.
봉오리 째 떨어진 동백꽃은 더욱 붉고 탐스럽습니다.
떨어진 꽃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낙엽마저 비에 젖으니 불그스레 혈색이 돌고 윤택이 납니다.
붉은 저녁 노을빛의 황홀한 아름다움 같습니다.
우리 인생의 노을빛이 저 떨어진 동백꽃과 물기 머금은 낙엽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 지......
조용히 걷고 보니 가랑비는 혼자서는 소리가 없습니다.
비는 내리면서 다른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소리도 인연 없으면 나지 않는다니......
모든 현상은 인연을 통해 존재한다는
제법무아 (諸法無我)의 의미, 봄비가 대지를 적시듯 가르칩니다.
응향각에 들어서니 오랜 만에 봄비처럼 오신 인연
우리의 카페지기 박 선생님 부부.
고흥에서 금탑사까지 갖고 오신,
두 분의 따뜻한 마음 같았던 카푸치노
그 맛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박 선생님, 극락전 옆 목련꽃 한 송이 보내 드립니다. 초하룻날의 빗방울 머금은 그대로.
박 선생님은 목련꽃이 활짝 피었을 때보다 이렇게 벙글었을 때가 더 아름답다 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