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91회 ― 수진의 브랜드
1982년 9월.
K예술대학교.
2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은 각자의 꿈을 향해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과 조금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 거야."
실습실.
수진은 패턴을 그리고,
원단을 자르고,
재봉을 반복했다.
준혁이 다가와 물었다.
"수진."
"요즘 학교 끝나고도 안 보이던데?"
수진이 미소를 지었다.
"브랜드 준비."
"브랜드?"
"응."
"작지만."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해 보려고."
준혁은 감탄했다.
"벌써?"
며칠 뒤.
수진은 학교 앞 작은 골목에 있는 10평 남짓한 작업실을 빌렸다.
낡은 재봉틀 두 대.
큰 재단 테이블 하나.
벽에는 직접 그린 디자인 스케치가 가득 붙어 있었다.
아직 간판도 없었다.
하지만 수진의 눈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때.
김태석 교수가 작업실을 찾아왔다.
"생각보다 빨리 시작했구나."
수진는 놀라며 인사했다.
"교수님!"
교수는 천천히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작아도."
"꿈은 크구나."
수진은 환하게 웃었다.
"네."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순 없지만."
"크게 성장할 수는 있으니까요."
김태석 교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마음이다."
며칠 동안.
수진은 혼자 모든 일을 했다.
디자인.
패턴.
재단.
봉제.
심지어 포장까지.
밤늦게 불이 꺼지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준혁과 재민,
은별이 작업실을 찾아왔다.
재민이 문을 열자마자 외쳤다.
"사장님!"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사장님이야."
"아직 첫 손님도 없는데."
은별이 작은 화분을 내밀었다.
"개업 선물."
"잘될 거야."
준혁은 직접 만든 나무 간판을 꺼냈다.
간판에는 예쁜 글씨로 적혀 있었다.
'SUJIN ATELIER'
수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준혁이 만든 거야?"
준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패턴은 아직 강인 선배를 못 이기지만."
"톱질은 좀 합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며칠 뒤.
첫 손님이 찾아왔다.
젊은 직장인이었다.
"맞춤 재킷 하나 부탁드립니다."
수진은 정성스럽게 치수를 재고,
손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회사에서 편하게 입고 싶어요."
"하지만."
"조금은 특별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진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딱 한 벌뿐인 옷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완성된 재킷을 입은 손님은
거울 앞에서 연신 감탄했다.
"정말 편하네요."
"그런데도 멋있어요."
수진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첫 주문.
첫 성공이었다.
그날 저녁.
수진은 작업실 문을 닫고 혼자 앉아 있었다.
작은 작업실.
첫 주문서.
첫 매출.
비록 시작은 작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큰 꿈이 담겨 있었다.
수진은 벽에 붙은 브랜드 로고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기다려."
"언젠가는."
"세계가 내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 거야."
그 무렵.
파리.
강인은 학교 게시판 앞에서 세계 각국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소개를 읽고 있었다.
문득 그는 미소를 지었다.
"수진이라면."
"분명 자기 브랜드를 만들었겠지."
강인은 친구들의 성장 소식을 떠올리며
더욱 힘차게 스케치북을 펼쳤다.
서울에서는 미송이 신인상을 받으며 성장하고,
도윤은 최고의 모델을 향해 달리고,
재민은 새로운 패턴을 연구하고,
수진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브랜드를 시작했다.
모두가 서로 다른 무대 위에서,
같은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 제91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