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제가 50대 초반 쯤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제가 '행정철학'과 '도시사회학' 과목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4학년 학생이던 이광필 학생이 제 강의를 들었어요. 3시간 연강을 해야 해서 1시간 가량 강의를 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음 강의를 하곤 했습니다.
40여 명 행정학을 전공하는 고학년들이 이 강의를 들었는데, 그중 조용히 차분하게 강의에 임하는 학생을 발견했습니다. 속으로 '저 친구는 일반 학생들과는 무언가 다른 점'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쉬는 시간이면 제게 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는 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때론 야간근무로 피곤하기도 할 텐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졸업을 한 그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도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고 어느 날인가에는 공연을 한다고 해서 제가 직접 가보았습니다.
그때 아마 제 기억으로는 삼성(?)에 다니는 전문직 아가씨와 교제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 얼굴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두 사람은 결혼했고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권투도 배워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몇 달에 한 번씩은 시합에도 나가곤 합니다.
"왜 하필 권투냐?"고 묻자, 그는 "마음을 다스리려고요."라고 했습니다.
참 대단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졸업한 다음 다카스 3기에서 공부하면서 마음공부에 관심을 가진 경찰관, 업무에 지쳐 만사가 귀찮을 텐데도 꼬박꼬박 강의에 오는 그를 볼 때마다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해마다 기호일보사에서 마련해주신 '인문학 콘서트' 초창기에는 공연에 그가 피아노 연주로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남동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데 얼마 전 돈을 잃어버린 딱한 사람을 도와 끝까지 추적해 그 돈을 찾아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돈을 찾게 된 그 아주머니가 경찰서 게시판에 이광필 경찰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첫댓글 우리 3기에 이광필쌤이지요.
오랫만에 마음따뜻해지는 글로
만나니 너무 반가워요. 부드러우며
수줍음도 가지신 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