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사용 모델도 나온 경차 모닝. [출처=기아차 홈페이지]
기아자동차는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는 LPG 경차 모닝(LPI)을 출시하고 지난 16일부터 전국 영업소에서
계약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아차는 "가격이 저렴한 LPG를 사용하는 모닝 LPI는 연비가 13.4km/L(자동4단 기준)로 경제성이 뛰어
나다"며 "1년간 2만km를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유류비는 129만원으로 187만원인 동급 휘발유 차량(자동4
단)에 비해 매년 58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아차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차 모닝 LPG모델 LX기본형 판매가격은 871만원(자동변속기 127만원 별도)
으로 같은 형 휘발유모델 가격 770만원보다 101만원 비싸더군요. LPG모델이 1년에 연료비를 58만원 절약
할 수 있다면 2년이면 차값이 빠지는 것이죠.
기아차는 "경차 평균 보유기간인 6. 7년간 운행하면 절감할 수 있는 유류비는 390만원이나 된다"고 강조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출처=에너지관리공단]
기아차가 모닝 휘발유-LPG모델 연료비를 비교하기 위해 적용한 휘발유, LPG가격은 지난 10일 현재 서
울지역의 휘발유, LPG 소비자가격으로 각각 1555원, 862원이었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모닝 LPG모델(자동4단)은 휘발유모델과 비교해 1년간 연료비를 58만원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평균 휘발유, LPG 소비자가격을 적용하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21일 현재 전국 충전소의
LPG(부탄가스) 판매가격은 1L에 849원,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1L에 1515원입니다. 이 가격을 적용
하면 모닝 LPG모델은 휘발유모델과 비교해 1년 유류비를 55만8000원 가량 절약할 수 있습니다. 기아차가
발표한 1년 58만원보다 2만2000원 줄어듭니다. 기아차 측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를 대입한 것이죠.
그런데 휘발유 가격은 앞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는 반면 LPG가격은 다음달 3월 급등할 가능성이 높습니
다.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 추이.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올들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죠. 국내 출고가격 책정의 기준이 되는 국제시장 휘발
유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세째주)부터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13일 1배럴에 65.13달러를 기록했던 국제시장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은 지난주 한때 51.88달러로 1배럴에 13달러 이상 급락했습니다.
지난주(세째주) 국제시장 평균 휘발유 가격은 1배럴에 55.22달러로 전주(58.67달러)보다 3.45달러 내렸
습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많이 뛰었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
면 세째주 평균가격은 1L에 500원으로 전주(512원)에 비해 12원 가량 인하되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21일 현재 전국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1L에 1515
원입니다.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이 많이 내린 것을 반영하면 1L에 13원(부가세 포함) 가량 떨어질 수 있죠.
그럼 휘발유 가격은 1L에 1502원이 됩니다.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반면 LPG 가격은 사정이 다릅니다.
LPG 가격은 통상 한달에 한번 가격이 조정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가 제시하는 CP가격과 환율
이 기준이 됩니다.
국내 LPG가격이 올들어 확 내린 것은 지난해 12월 차량용 LPG(부탄가스) CP가격이 1톤에 335달러로 폭
사의 부탄가스 CP가격은 올 1월 1톤에 380달러로 인상되었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1월 들어 많이 뛰었습
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LPG 수입사와 정유사는 이달 LPG 공급가격을 동결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달 3월 국내 LPG가격은 대폭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3월 국내 공급가격 책정의 기준이 되는 아람코사의 부탄가스 CP가격은 1톤에 505달러로 전달(380달러)
보다 125달러, 32.9% 폭등했습니다. 또 원-달러 환율도 2월들어 급등했습니다. 1월 1달러에 평균 1346.1달
러였던 원-달러 환율은 2월 20일 현재까지 1달러에 1403.78원으로 치솟았습니다.
내달 3월 국내 LPG 가격은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20일 현재까지의 환율만 반영한다면 내달 부탄가스 국내 공급가격은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1L에 126.8원
인상 요인이 생겼습니다(수입사 세전가격 1L 115.27원과 부가세 10% 포함). 이달 현재 전국 충전소의 부탄
가스 평균 판매가격은 1L에 849원이므로 내달 소비자가격은 1L에 976원으로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3월초 휘발유 1L 1502원, LPG 1L 976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기아자동차 경차 모닝 LPG모델 1년 연료비(2만km 주행 때)는 146만원이 됩니다. 반면 휘발유 모델 1년
연료비는 181만원입니다(위 첫번째 도표 참조).
LPG 모델과 휘발유 모델 연료비 차이는 기아차가 발표한 1년 58만원이 아니라 35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모닝 LPG모델과 휘발유모델의 연료비 차이는 비교 시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죠.
한국석유공사가 조사한 국내 차량용 LPG 가격은 지난해 12월 둘째주 1L에 1111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
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L에 1361원이었습니다. LPG 가격은 휘발유값의 81%를 넘
은 것이죠. 21일 현재 LPG 가격은 휘발유의 56% 수준입니다.
모닝 LPG 모델의 휘발유 모델 대비 연비는 81% 수준입니다. 지난해 12월 둘째주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모닝 LPG 모델 연료비는 휘발유 모델보다 되레 높아집니다. 휘발유 모델보다 비싼 LPG모델은 차값을 뽑
는 것은 고사하고 연료비가 더 나갈 수도 있습니다.
위는 LPG모델, 아래는 휘발유모델 가격. [출처=기아차 홈페이지]
기아자동차는 모닝 LPG 모델을 출시하면서 "LPG 가격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휘발유의 50% 수준으로 유
지된다면 유류비 절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두차례에 걸친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휘발유값 대비 LPG 가격을 50%로 맞추겠다고 했죠. 하
지만 지난해 LPG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급등했지만 "에너지 세제 개편 작업이 완료되었다"며 아무런 대책
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반 들어 LPG 차량이 외면받았죠. 경유 차량
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업체나 소비자는 또 우롱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차 LPG모델의 운명은 정부 손에 달렸다고 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