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늘 하는 일이 있습니다. 삼계탕을 만들어서 어려운 분들에게 전해 드리는 일입니다.벌써 5년 째 하는 일입니다. 처음엔 10개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50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인삼을 사야 하는데?”
“금산을 가야 하나?”
아내가 중얼거렸습니다. 핑계 삼아 어디 훌쩍 돌아오고 싶은 눈치입니다. 금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차를 몰다가 언 듯 쌀가게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찹쌀부터 사지?”
찹쌀 파는 아저씨 마음씨가 참 후덕했습니다. “삼계탕 만들려면 좁쌀도 필요하겠네요.”
찹쌀을 사는데 생각지도 않은 좁쌀도 한바가지 담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금산까지 갈 필요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거기서 조금만 돌아가면석교동인가? 거기 금산 인삼 센터가 있었습니다. 좋은 아저씨를 만나서 일이 수월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오라고 음료수도 한 병씩 얻어 마셨습니다. 참 내원! 인삼을 사면서 대추도 마늘도 함께 샀습니다. 유쾌했습니다.
닭 50마리는 농협에 가서 하림 닭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비싸지요?”
“날씨가 덥잖아요. 삼계탕 계절이잖아요.”
주일날 2부 예배를 마치고 교육관에서는 마늘 까는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아니? 삼계탕에는 닭똥꼬 필요 없는데?”
“저는 그거 있는 게 좋은 줄 알고 그냥 다 달라고 했지요?”
하이고 날개쭉지하고 닭 똥꼬 부분은 좋지 않은 성분이 있어서 삼계탕 만들 때는 짤라 낸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러니 여전도회회원들이 다시 손질을 해야 했지요. 어쩐지 농협마트 직원이 ‘꽁지는 어떻게 할까요?’ 했는데 저는 아까워서 그냥 다 주세요 했거든요. ㅋㅋ
닭 속에 인삼 넣고 마늘 넣고 대추 넣고 찹쌀 좁쌀 넣고 그리고 두 다리로 열쭝 쉬어를 하면 꼭 오무려 지지요. 열쭝 쉬어 그거 중요한 기술입니다. 그냥 전달해 드리면 더운 날씨라 상할 염려가 있어서 냉동실에 죄다 집어넣었습니다. 냉동실은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틈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서둘렀습니다. 복지관 두 곳을 방문 했습니다.
“하이고 잊지 않으셨네요.”
“한결 같으시네요.”
그 다음은 장애인 여러명이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는 밀알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문은 꽁꽁 닫혀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디 출타한 모양입니다. 대청댐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한우리 쉼터로 향했습니다. 그곳도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곳입니다. 이제 낮익은 얼굴들이 여러명입니다.
“어이! 종희씨!”
나이는 30이 넘었는데 정신 연령은 유치원 수준입니다. 이제 금방 저를 알아봅니다. 그러나 제가 웃어 줄 때까지 웃지를 않습니다. 수고하시는 서 전도사님이 무척 반가워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 식구들 잔치 하겠네요.”.
좀 안타까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작은 꼬투리 같은 것을 끼우는 일을 했는데 그거 하나 하면 2원 인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1천 개 해야 2천원 버는 셈이지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소일꺼리라도 있으니 좋았는데 불경기라고 그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힘들게 사는 분들이 더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청댐을 타고 한참을 가면 충북 회덕면이 나오지요. 거기 좋은 분들이 함께 어울리는 갈릴리 마을이란 곳이 나타납니다. 그 곳도 방문했지요. 10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집에는 오후1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배가 출출했지요.
그리고 이튿날 저녁 시간에 어느 할머니가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삼계탕 잘 먹겠습니다. 삼계탕 붙들고 기도하겠습니다. 저는 움직일 수가 없어요. 찾아가지는 못하겠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반복하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송구스러웠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별 것으로 받아 주시는 마음에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삼계탕 교회? 누군가 그렇게 불렀습니다.
우리교회가 하나님께 가져갈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할까?’
방정맞은 생각이 획 스쳐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