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HC모임은 내 아내가 잠들어 있는 양평의 갈월공원 자연장 묘소를 찾아갔다. 이세상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세상은 또 사람들이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곳은 이 땅과 내가 같이 영원히 몸담을 곳이기도 하다. 최현근 회장을 비롯해서 나석중시인 정숙진화백 김동일시인 이훈자 시인 박순천시인이 참석하여 최 회장의 담담하고 간절한 기도가가 있었다. 나는 곡주 한잔을 올리고 경배하였다. 이훈자 시인이 간단한 차림 상을 위해 애써주었다. 박순천 시인을 내가 가져간 조화 몇 송이를 묘소 주변에 심었다. 정숙진 화백도 이모저모 살피며 도와주었다. 땅이 얼어서 조화가 잘 꽂히지 않았다. 조화로 단장한 묘소는 좀 더 화려하게 자연을 아름답게 꾸며 주었다. 겨울철의 들판은 그래도 바람이 없이 온화하게 빛으로 감싸주고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큰 얻음은 아내가 이어준 내 혈육의 끈이다. 그리고 이세상은 아름답고 화려하다.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 아내가 이어준 혈육의 끈을 잡고 살아 왔다. 내가 이세상을 친숙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 준 사람이 또한 아내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서 일생을 희생한 아내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모든 사람들은 아내로부터 그러한 혈육의 끈을 이어받는다. 아내가 말년에 혈관성 치매를 앓으면서 나의 도움으로 살아온 병상의 5년간이 어찌 보면 가장 평화스러운 시간이었다. 말은 잘 못해도 다 알아 들을 수 있었으니 충분히 눈빛으로 말을 하고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말 앞에 눈빛이 더 친근한 말인지도 모른다.
우리일행은 자연장의 들판에서 고인들이 잠든 고요한 침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안식하기를 바랬다. 1월의 날씨치고는 그래도 따스한 느낌의 햇빛이 밝게 비쳐주고 있었다. 멀리에는 용문산이 바라보이고 배면은 한강이 흘러가는 형상의 평풍으로 둘러쌓인 갈월공원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아주 소박한 곳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곳을 택하여 아내에게 주었으며 나 또한 그러한 이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소박한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모두 화려한 것을 꿈꾸지만 소유하는 것은 화려함이 아닌 매우 간결하고 단순한 것이다. 소박하게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엄숙한 자리는 가장 소박하고 욕심이 없는 곳이다. 무소유와 욕심을 비로소 이 땅에 내려놓는 자리이기도 하다.
[시] 황홀한 포옹
서창원
내가 이 세상을 끌어안기를 주저 할 때
당신은 내 곁으로 다가오가서 말했어요
세상의 보석을 다 가진 당신이 왜 그렇게
이 세상을 두려워하는 가요
당신이 포옹할 가장 가까운 자리에 제가 왔어요
한번 포옹해 봐요
아름답고 황홀한 세상이 열릴거에요
나는 그러한 열쇠를 가지고 왔어요
4월 리락 꽃이 교정에 피어나듯이
마음에도 찬란한 꽃이 필거에요
내 영혼은 내 손에도
얼굴에도 꽃처럼 피어 있어요
안보이면 한번 포옹해 봐요
이 세상에 올 때 하늘에서 많은 것 중에서
저는 편지 한 장만 가져 왔어요
편지 내용은 “포옹”이 전부 였어요
당신의 아내가 되고 자손을 낳고
이 세상을 살다가 나는 먼저 이곳에 왔어요
그래요 당신의 아름다운 말소리 들려와요
바람으로 들려와요
꽃잎으로도 말해 주는 군요
당신의 돌비석이 있는 공원에
이별한 당신을 위해
오늘 친구들과 왔어요
술 한 잔 올릴게요
술도 마시면 황홀해요
아름다운 포옹처럼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