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로에 필요한 상생협의회
종로구 동숭동과 혜화동 일대 대학로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다.
특히 공연문화예술인 연극과 뮤지컬 그리고 영화와 음악의 종합적 문화예술의 메카로 통한다. 1966년 서울특별시 고시가 그 유래라고는 하지만 1926년 일제 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의학부가 대학로 양편에 설립되면서부터가 그 시초인 셈이다.
그 후 대학로 주변에는 서울대 본부와 문리과대학, 법과대학, 의과대학, 미술대학 등이 자리 잡으면서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이뤘으나 1975년 의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학부가 관악구 신림동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문리과대학 부지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고, 나머지 부지는 일반인 분양과 함께 여러 문화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들어왔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비롯해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연극인협회, 소극장연합회 등 여러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들어섰고, 그 주변에는 흥사단과 샘터파랑새극장, 예술극장, 마로니에미술관 그리고 그 유명한 학전 등 크고 작은 공연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이른바 공연문화가 꽃피면서 종합적 문화예술의 거리로 부상되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찾고 즐기는 종로의 대표적 문화 명소가 자리매김된 곳이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까지 약 1.2킬로미터에 이르는 대학로 거리가 한때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젊음과 낭만의 장소로 인기를 얻으면서 혜화동과 이화동, 명륜동, 연건동 등 주변 지역 주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끼며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유명세로 인한 과유불급의 부작용도 적지않게 초래되어 많은 민원이 발생되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시는 대학로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 또는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정책을 수립했는데 이에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대학로가 침체의 모습을 보여 왔고, 그래서 종로구도 ‘대학로 문화지구 관리계획’ 등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이에대한 공리주의적 실효가 의구스러운 상황이다.
이와관련, 지난달 종로구는 ‘종로구 대학로 문화지구 관리게획 변경(안) 수립용역’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종로구 민선 8기 정문헌 구청장의 선거공약이고도 한만큼 정구청장이 이날 직접 참석하여 추진 경과와 주요변경 내용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동안 대학로 발전에 걸림돌로 치부됐던 불허업종 완화와 권장 시설 지원, 관리권역 재편, 대학로 문화지구 활성화 방안 등 주요 4개 분야 골자를 일일히 안내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일단 주민들은 정구청장의 대민 설명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구청장이 대학로 문화지구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의지에 감사를 보냈다.
물론 종로구가 아무리 관리계획을 세워도 서울시가 문화지구에 대한 관련 법규를 고치지 않는 한 ‘찻잔 속에 태풍’처럼 ‘별무소용’이라고 반응하면서도 주민들은 정구청장의 대학로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높이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날 주민설명회에 대한 실효성이 의구스럽다. 관리계획이라는 제도적 한계는 차치하더라도 대학로 활성화의 본질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로 발전 저해의 주범은 부동산에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건물주들의 비싼 임대료가 대학로 침체의 큰 원인이다. 현재 대학로에는 폐업 중이거나 텅 빈 점포가 즐비하다. 과거 활성화를 이룬 시절 보였던 많은 상인들이 대학로를 떠나간 상태다. 유명했던 음식점을 비롯해서 각종 상점들이 문을 닫고 타지로 이사를 간 셈이다. 그 배경은 오로지 비싼 임대료 탓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이미 오래전 일이고, 그 후에 들어와 정착했던 상인들도 대부분 떠나가고 없다. 대학로가 유명세를 타고 많은 인파들이 몰려들자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에 편승해서 임대료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원리가 항상 그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상가 임차 상인들이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결국 장사를 포기하고 대학로를 떠나가는 형국이다보니 자연스레 영업도 포기한 채, 빈 점포만 늘어나 점차 거리가 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근처 일부 부동산중계사들의 농간(?)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중계사들은 건물 매매가 이뤄지고 또는 임대차 계약이 진행돼야 수입이 생기는 만큼 직업 논리상 이해가 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동산중계업자들의 심한 농간(?)이 대학로 침체를 부채질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대학로에는 ‘상생협의회’가 생겼다. 대학로 건물주를 비롯해서 상인과 주민들이 모여서 대학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의회를 만들어서 자구적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공동체주의의 ‘다 같이 살기’ 풍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대학로의 비싼 임대료는 비단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공연장과 전시장 임차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사람도 없다. 사람도 없는 대학로에 무슨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겠나?
대학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의회가 먼저 활성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