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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계, ‘우아한 중년층’ 주목하라! |
요즘 미국 패션계에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우아한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젊음이 패션계의 상징으로 젊음에 집착하던 모습은 끝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최근 「배글리 미시카(Badgley Mischka)」는 광고모델을 10대스타 매리케이트-애쉴리 올슨 쌍둥이 자매에서 48세의 샤론 스톤으로 교체했다.
「H&M」은 지난 9월 48세 가수 마돈나와 협업으로 트랙수트 외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마돈나를 대표얼굴로 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갭」은 61세 배우 미아 패로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로레알」은 69세의 여배우 제인 폰다와 60세의 다이앤 키튼을 홍보사절로 삼아 광고하고 있다. 기네스 펠트로의 엄마로 알려진 여배우 블리스 대너 역시 최근 딸에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광고 뿐만이 아니다. 패션계 전반적으로 베이비 부머를 향한 구애가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20대 캐주얼브랜드인 「갭」은 「포스앤타운(Forth and Towm)」을 런칭해 35세 이상 여성을 겨냥하고 있으며 10대 브랜드인 「애버크롬비 앤 피치」도 「루엘(Ruehl)」을 런칭해 25세 이상의 고객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올 7월에는 「아메리칸 이글」도 「마틴+오사」라는 아웃도어 감성의 캐주얼웨어를 런칭해 25-40세 연령을 타깃으로 했다. 「제이크루」도 더욱 클래식한 취향의 제품을 내놓았다.
반면 40대 이상의 핵심고객층을 뒤로 하고 젊은 감성으로 변신을 꾀하려 했던 「센존」은 주고객층의 이탈로 전략이 실패해 다시 사이즈를 키우고 고급 패브릭을 사용하는 등 베이비부머를 위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삭스 핍스 애비뉴 백화점의 경우도 마찬가지. 40대 핵심 고객층의 PB브랜드를 없애고 컨템포러리 라인을 키우려고 했지만 이 전략은 실패했고 다시 중단했던 베이비 부머 PB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패션 관계자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총 아트 디렉터인 사이먼 두난은 “젊은 사람들을 패션의 중심으로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깨닫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하이패션 디자이너 제품의 구매자는 결국 중년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도 “패션관계자들이 패션의 고객층은 25세의 나이에 부유하고 키가 크고(178cm) 날씬한(사이즈2) 소비자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고객은 40대 이상으로 40대 이상의 여성은 세련됐지만 젊은이처럼 옷을 입지는 않고 이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카고 정보회사에 따르면 현재 40~60세인 베이비부머들은 7천800만명에 이르며 이들이 소비의 주체로 여유자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NPD그룹의 조사도 45~64세가 전체 1천억달러(약 95조원) 여성의류 매출 중에서 2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21~34세는 16%, 35~44세가 12%를 차지해 패션계는 베이비 부머 세대를 간과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한가지 관점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젊음의 집착에서 벗어나 세월을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컨설팅업체 한 전문가는 “베이비붐 세대가 예전에는 젊음을 갈망하며 젊은 층을 모방했지만 이제 그런 노력은 사라졌다. 예리한 광고계에서는 이를 벌써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는 젊어지고자 하는 성형수술이 감소하고 은발을 날리며 스포츠를 자신만만하게 즐기는 베이비 부머 세대를 보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년층 대상의 브리지라인 브랜드 「엘렌 트레이시」의 부사장도 “늙음을 예찬하자는 게 아니라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라면서 “아무도 늙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딸처럼 보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중년층들은 적절하게 패셔너블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올가을 오드리 헵번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중년층 이상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녀의 마른 체형과 갭의 스키니 팬츠 스타일을 광고했던 「갭」도 “우리는 모든 연령을 중시한다. 패션과 스타일은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라 결국 마음에 달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연령이 아니라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패션비즈] 김은희 뉴욕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