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풍경소리]

결혼기념일

4월 27일 토요일은 결혼 43주년 기념일이다.

아내와 간단한 외식을 하고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

오전에 존경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동아백화점 9층 자연밥상에서 뷔페로 점심을 먹었다.

커피는 현대백화점 뒤 영남대로에 있는 펠리체에서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를 마시고 헤어젔다.

영남대로는 1392년부터 1910년까지 존재했던 한성에서 동래까지 잇는 간선도로이다.

충주를 거쳐 우리지역의 문경, 함창, 상주, 선산, 인동, 칠곡, 대구(반월당), 청도(팔조령)을 지난다.

Felice는 이탈리아어로 행복을 뜻한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하면 행복이 저절로 찾아온다.

펠리체는 커피 향과 맛이 참 좋은 집이다.

옛날 과거 보러 가던 영남대로에 있는 유럽풍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아이러니하다.

작은 약속도 약속인데 아내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한게 미안하다.

5시 라팍에서 LG와 경기가 열려 3루 7구역에 갔다.

둘째 딸이 엄마, 아빠 좌석 티켓팅을 확인하고 옆자리를 깜짝 예매해 함께 관람했다.

참 센스 있는 딸이다.

열심히 응원했으나 많은 점수 차이로 패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아내의 긴급 제안으로 김광석 거리에 갔다.

토요일이라 방문객이 많았다.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대구 시티투어 코스에도 있어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김광석 그의 음성이 들려온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

       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생략)

한 바퀴 돌고나니 출출하다.

‘방천 가족 족발집’에서 족발 안주에 소주, 맥주를 맛나게 먹었다. 길 양쪽 큰가게에 손님이 많았다.

김광석 거리 방문 손님은 모두 들리는 것 같다.

딸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고 쏘았다.

사랑스러운 딸, 고맙다.

결혼기념일 하면 생에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2006년 공보관 재직시절 30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계획도, 예약도 없이 무작정 2박 3일 전국 일주를 떠난 사건이다.

자세한 기록이 없어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내와 우연히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3시에 출발하여 울진 죽변 바닷가 모텔 겸 횟집에서 1박 했다.

저녁에는 회를, 아침에는 물곰국을 먹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삼척, 강릉, 속초를 거쳐 고성 통일전망대에 갔다.

점심은 통일전망대로 가는 7번 국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먹었다.

다시 강릉으로 내려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인천으로 가는 중 차가 너무 막혀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인천은 포기하고 저녁에 소래포구에 들려 시장 구경을 했다.

소래포구에도 모텔이 있었으나 잠을 잘 호텔을 찾아 나섰다.

요즘 같이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캄캄한 밤 시화호를 가로질러 헤메고 다녔으나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9시경 작은 도로변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낙지 칼국수인데 낙지가 질겨서 먹지 못했다는 아내의 말이다.

식당 인근에서 모텔을 찾아 들어 갔으나 분위기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호텔을 찾다가 고생만 하고 결국 러브호텔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날 15시간 운전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음 날 제부도에서 이침 겸 점심을 먹고,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에서 휴식하고, 광주를 거쳐 대구에 왔다.

생각하면 할수록 얼마나 멍청한 행동을 했는지 쓴웃음이 난다.

지금도 아내가 그때를 가끔씩 이야기 한다.

좋은 기억도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지만 고생한 일도 잊을 수 없나 보다.

지난해에는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겸해서 몽삭 핸드백을 선물했다.

선물이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도가 행복하다.

기념일이 아니어도 예상하지 못한 작은 정성이 큰 감동을 준다.

항상 옆에 있어 모르고 지나가는 행복도 있다.

‘행복’

    행복은 여기에

    행복은 특정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오

    서 있은 그대로 머무는 그곳에 행복

       이 함께한다오

    머무는 그곳에서 행복을 느껴라.

    마음것 행복에 취해라.

    행복, 늘 여기에

    행복, 늘 나와 함께‘

존경하는 지인이 선물한 ‘머무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정여 스님, 담앤북스, 2019년 3월)’이라는 책(p.46)의 내용이다.

‘지금이라는 시간의 조각들’이 기억 속에 생략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보, 당신을 사랑합니다.

2019년 4월 27일

토요일

결혼 43주년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