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예술이 만나는 농업테마파크를 꿈꾸는 귀농인 찌들은 일상에 희망을 심어준 농업 폐교라고는 하지만 당장이라도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인포분교. 경북 예천군 호명면 월포리에 위치한 인포분교는 귀농 2년차 우국영씨의 귀농 본부이다.
지난해 3월 30일 귀농을 시작한 우국영 씨는 소위 잘나가는 광고회사의 대표였다. 광고와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건축회사의 홍보팀에 근무하다 조그마한 광고회사를 차리게 된다. 빠른 판단력과 노력으로 회사는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되어 성공한 광고회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광고회사 운영으로 높은 수익을 얻기는 했지만 잦은 출장과 광고 수주에 그는 점점 지쳐만 갔다.
"광고라는게 신선해야 하잖아요. 광고시장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항상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 삼성동을 지나가다 우연히 '푸드 비엔날레 코리아 2010'이라는 행사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음식과 문화, 예술을 만나다'라는 발상이 너무 기발했습니다. 뭔가 쿵 하고 가슴에 와닿는게 '앞으로 내 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농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국영씨는 평소에도 사과밭에서 실시하는 음악회라던지, 남이섬에서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푸드 비엔날레를 방문해서 실제로 우리 농업이 예술로 접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었다고 한다. 예술농업, 경관농업을 실시해보겠다는 생각에 그는 귀농을 결심했다.
교육과 현실의 괴리감을 귀농을 결심한 그는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도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있고 계신, 고향이지만 이곳으로 돌아온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따갑기만 했다. "연고지에서 귀농을 하면 일단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곳 예천군 호명면 월포리는 우씨 집안의 집성촌이기 때문에 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너무 많은 관심이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귀농을 할 경우 행정적인 지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지자체의 재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그는 말했다. 귀농 교육을 받을 때 꿈꿨던 핑크빛 상상에 비해 현실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는 것이다. 귀농하는 분들은 이러한 점을 숙지해 현실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귀농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내 몸에 맞는 농사를 짓자 고향에 들어와서 그가 자리 잡은 곳은 예천군의 인포분교이다. 그가 다녔던 모교이기도 한 인포분교는 2년 전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가 되고 말았다. 폐교를 활용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생각한 그는 친환경 축산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취미로 하는 귀농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손익 분기점을 찾자고 생각했습니다. 자금 회수가 가장 빠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축산 부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생활을 할 때에도 아이들을 생각해 계란은 가장 비싼 유기 유정란을 먹었습니다. 양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받고 학교 뒤편에 양계장을 지었습니다."
학교 뒤편에 양계장을 짓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죽은 닭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고약한 냄새가 나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는 양계장 실패의 요인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편하게 쉽게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이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작은 케이지 안에서 쉴 새 없이 사료만을 먹고 자라는 닭이 건강할리 없을 것이고, 이러한 닭들은 또 다른 환경 문제들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그는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의 입장에서 닭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닭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충북 자연농업 학교에서 친환경 양계에 대한 교육을 받고 경북축산기술 연구소에서 재래 토종닭 500수를 분양받았다. 양계장도 학교 뒤편에서 햇볕이 잘 드는 운동장 쪽으로 옮겼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닭이 살기 좋은 환경을 꾸미는 것이다. "항상 햇빛이 드는 자연순환식 양계사를 지었습니다. 축사의 방향을 정남향으로, 하루 내내 자연의 햇빛이 골고루 들어올 수 있는 아주 쾌적한 계사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계분 냄새의 악취로 고약했던 것이 친환경적인 계사를 짓고 나니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계분을 따로 치울 필요도 없고 계사의 바닥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양계사 앞쪽으로 넓은 운동공간을 마련해 매일 닭들이 마당에 나와 자유롭게 놀고 있습니다. 너무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계란의 숫자가 조금 적기는 하네요." 500여 수의 토종닭들은 이제 200수 정도 남아있다. 그동안 친환경 양계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실험한 결과 이제 알맞은 개체수와 키우는 방법에 대해 터득을 하게 된 것이다. 사료의 경우도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이용해 자가 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200여 수의 양계는 하루에 70~80알의 계란을 생산하고 생산된 계란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그는 친환경 양계와 더불어 올해부터는 오리를 입식해 키우고 있다. 무슨 농사든지 1년은 해봐야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교에서 배운 교육을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귀농을 할 때 수익성만을 생각해서 한 품목에 전념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 외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품목에 대해 조금씩 실험을 해 본 후 자신의 몸에 맞는 농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작목은 일단 친환경 양계입니다. 귀농해서 저렴한 임대료로 땅을 구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을 개간했습니다. 그 과정을 오래 하다 보니 전답 개간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귀농을 처음 시작할 때 시작한 양계, 그리고 재래종 메밀을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횡성에서 재래품종인 메밀을 분양받아 증식파종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증식을 마쳤습니다. 루틴 성분이 일반 메밀보다 월등한 메밀로 내년부터 대량 증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계와 메밀 외에도 지난해 참깨, 고구마, 단호박, 자색 무 등 다양한 작목을 시작했다.
농업테마마파크를 꿈꾼다 학교 뒤편 텃밭의 참깨 농사가 무척 잘됐다. 주위 어르신들도 농사가 무척 잘 됐다고 말을 해주어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 년 내내 지었던 참깨의 가격은 생각보다 매우 낮았다.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 가공을 하기로 결심했다. 일 년 동안 지었던 참깨를 가지고 모두 참기름을 만든 것이다. 광고와 디자인을 전공했던 실력으로 '예천 옛 참기름 참꼬시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참깨를 파는 것보다 3~4배의 가격을 더 받았던 것이다. 시범적으로 300병을 만들었지만 주문은 500 여 병이나 들어왔다. 특별한 홍보 없이 직거래로만 팔았는데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다. 참깨를 수매해 더 많이 팔 수 있었지만 정직하게 참깨를 생산한 만큼만 참기름을 판매했다.
귀농을 시작하면서 계획한 그림이 조금씩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귀농을 시작할 때 꿈꿨던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경관농업과 체험농장이 합쳐진 농업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 고향 예천은 산수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 정도면 남이섬 못지않은 관광명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눈으로 즐기고, 체험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먹을 수 있는 농업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도시민들은 관광지를 찾으면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찾는다. 이러한 부문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1차적으로는 폐교를 이용해 시범적으로 작은 체험농장을 만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친환경 양계, 오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폐교 운동장에서는 블루베리 재배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블루베리는 친환경 재배가 가능할 뿐 아니라 사시사철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기 때문에 체험농장으로는 최고의 작목일 것이라 생각해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일단은 성공한 모델을 보여주어야 마을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폐교를 이용해 도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친환경체험농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블루베리 정원을 조성하고, 운동장 한쪽에서는 친환경 양계와 오리를, 뒤편에는 다양한 쌈채소 텃밭을 운영할 것입니다. 친환경 양계와 오리로 단기수입을 창출하고 참기름 등의 가공식품으로 장기수입을 창출해 규모를 더 키운다면 마을 기업과 마을 공동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체험 농장의 규모를 확대해 마을 단위의 사업을 펼쳐 작은 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농업테마파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능성 메밀과 자색 무를 심은 것도 마을 단위의 새로운 소득 작목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브랜드를 만든다는 그는 낮에는 농사일로, 밤에는 브랜드 작업과 농업테마파크를 구상하느냐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꿈꾸는 이는 아름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우국영씨. 농업테마파크를 꿈꾸는 아름다운 귀농인 우국영씨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 자료 출처 : 농림수산식품부, 새싹농부! 희망을 노래하다, 20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