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문저리라는 물고기 이름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문저리는 흔히 여러 종류의 망둥이를 구분 짓지 않고 가리키는 방언입니다. 이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 여러 지역에서 두루두루 불리는 지방 말입니다. 많은 종의 망둑이 무리들 중에서도 특히 풀망둑, 왜풀망둑, 문절망둑 등에 많이 붙여지는 사투리지요. 이번 호에 소개되어 여기 사진으로 나온 주인공은, 한껏 도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풀망둑입니다. 물론 이 녀석도 '문저리' 라는 사투리로 널리 불리지요.
필자는 수시로 수산시장을 찾습니다. 얼마 전에도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니 <문저리, 원산지 목포>라는 글자판 아래 놓인 커다란 대야 안에서 펄떡이며 서로 몸을 비비는 많은 수의 풀망둑들을 보았습니다. 값이 싸면서도 회맛이 좋다고 사가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주인에게 물어 보니 국을 끓여도 그 맛이 아주 시원한 것이 일품이라며 사갈 것을 종용합니다. 문저리의 표준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문저리가 표준어 자체라고 말합니다. 망둥이는 들어 보았어도 풀망둑이라는 필자의 말은 금시초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강의 하구나 바다에서 낚시로 풀망둑을 잡는 태공들도 풀망둑이라는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풀망둑은 바다에도 살고 강의 하류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만조시 차오르는 바닷물의 역류를 따라 강의 중류까지 출몰하는 개체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바닷물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강의 상류나 완전 민물로 이루어진 호수, 수로 같은 곳에서는 거의 보기 힘듭니다.
망둥이 종 중에서는 대형 개체로, 큰 풀망둑은 거의 50㎝에 가까운 것도 있습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훼리호 배를 타고 석모도에 내리면 작은 포구 옆으로 늘어선 간이 횟집에서 문저리(풀망둑) 별미 요리를 맛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엔 음식의 재료로서가 아닌 관상어로도 풀망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르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으므로 채집한 곳의 물을 충분히 담은 통에 기포기를 틀어서 가져온 뒤 수조에 왕소금을 넣어주다가 서서히 민물로 바꿔나가면 꽤 오래 삽니다. 수조내의 돌 틈에 얼굴을 삐죽 내밀고 있는 10㎝ 정도의 풀망둑의 귀엽고 앙증맞음은 열대어나 금붕어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운치로 이를 길러 본 사람들은 잊지를 못합니다. 연안 바다나 강 하류에서 낚시를 하는 분들은 풀망둑을 보고 아주 멍청한 고기라고들 합니다. 지렁이만 있으면 쉽게 잡히고 풀망둑 한 마리를 잡아 그 살로 미끼를 하면 또 다른 풀망둑이 낚이고, 잡았던 녀석을 놓아주면 낚싯 바늘에 상처난 그 입으로 또 다시 미끼를 덥석 물기 때문에 아주 미련한 물고기라는 것이죠. 시골에서는 밤에 바다나 강의 가장자리로 몰려드는 풀망둑을 반두나 삼태기 등을 이용하여 잡았습니다. 잘 잡히는 풀망둑 사냥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물가를 첨벙대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특히 사리 때에는 바다에 사는 풀망둑들이 죄다 강으로 도피해 온 느낌이 들 정도로 바글거렸습니다. 지금도 한강의 하류인 행주, 방화에는 만조 때 풀망둑의 반상회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김포를 지나 올라오는 동안 수십 겹씩 쳐진 그물들을 어떻게 피해서 올라오는지 그 게릴라성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밤낚시 나온 강태공 중에는 아예 초고추장을 준비해 와서 둘러앉아 소주와 더불어 즉석 풀망둑회를 들며 한 점 권하는 분들도 만납니다만, 강의 하류에서 나는 오니의 썩는 냄새에 휘휘 손을 젓고는 얼른 자리를 피해 버리지요.
물론 지금 어물전에 나오는 풀망둑들은 어선을 이용하여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것들입니다. 바다에서 직접 체포(?)된 풀망둑이라도 기생충에 안전하지 않다고 합니다. 고급은 아니지만 맛이 고소하다 하여 횟감으로 즐기고 있으니 비브리오균 등이 설치는 여름에는 더 조심을 해야할 것입니다.
풀망둑은 육식성으로 몸이 길쭉하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길며 꼬리지느러미는 부채와 같이 생겼습니다. 풀망둑과 친척 뻘로 남해에서 꼬시래기라고 주로 불리는 문절망둑하고는 여러 가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올해도 여러 곳에서 풀망둑 꺼칠한 비늘 많이 만져 보고 놓아준 한해입니다. ■두레 ■
강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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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선 자주 자주
소금 짠 기운 벗어나라
외침이 솟는 것이다.
그래서
바지락. 거북손과 놀다가도
당기는 욕정에
밀치고 들입다 올라가는 것이다.
더 가서 숨이 가빠지더라도
아가미에 숨은 바다 방울
하나 남아 있다면
거기 강에 눌러앉고 싶구나.
지느러미 사이 푸르스름 비친
강변 불빛 더 눈물겹던 날
낚시에 잡혀 간 친구가
그리워서라도
나는 물차는 날 또 이 곳에
기여이
올라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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