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밀리언달러’를 받았다. 74편의 시를 4부로 편집하여 홍진북스에서 냈다. 그 중 7편을 골라 어제 한라수목원에서 찍은 죽절초와 같이 올린다. 작가는 제주출생으로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 2002년 제5회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 공모 당선 시집 ‘송악산 염소똥’ (현) 제주작가 회원이다.
♧ 시인의 말 “송악산이 언니를 먹여 살렴수다.” 어느 후배의 말이다 내 일터여서가 아니다 고사리, 달래, 산깻잎, 몰래 쥐어주는 친정곳간 같은 산 풀 풀 풀내 나는 것들을 다듬어 울궈낸 나의 졸시 그래도 산만한 백그라운드가 어디 있겠는가 산에 오르지 않는 날은 불안하다 산은 어머니 왼쪽가슴이다 그 푸른 심장소리를 들어야만 안정이 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된바람 휙휙 회초리를 드는 산의 호된 꾸중 앞에 슬그머니 두 번째 시집을 내민다
♧ 밀리언 달러 산까치 한 걸음 뒤로 말끔히 빼 입고 “송악송악, 송악송악” 주인행세 하지만 송악산 산지기 장끼 깡통소리가 정겨운 칠월 먼 길 찾아주신 산북손님 반가워 대접할 것 없을까 산을 잡고 보채는데 수국 꽃 고깔모 쓰고 길을 환히 터줍니다 “좋다 좋아” 추임새 넣던 수국 길이 끝나고 하얗게 거품 오른 유도화에 취할 즈음 싸르르 오장을 흩는 절우리바람 오! 이 맛,
♧ 활 사는 게 왜 이렇게 팽팽해야 하는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열두 달 돌려막기로 삶을 조율하는 나 기본에 충실하라고 어깨 힘을 빼라고 한겨울 매운 선율에 귀를 열어 두라고 부르르 삭정이 끝을 긋고 가는 모슬포바람
♧ 비구성 세상 가장 빛나는 그림 한 점 꼽으라면 삶의 무게가 내려앉은 어머니 엉치뼈다 사랑의 불립문자로 자식농사 일구신
♧ 그리운 별 선반물 배고픈 다리 도깨비에 홀렸을까 그믐수금 나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네 만취한 발자국 같은 가랑잎만 구르네 어디쯤 오셨을까 깜박 잠이 든 사이 선로를 탈선한 나라빗동네 하꼬방집들 꿈나라 그리운 행성 무근성 가는 길 풋잠결 괘종소리 은땡은땡 맘 졸이다 회전의자 한 소절 흩뿌려진 왕사탕 뽕 뽕 뽕 터진 창구멍 빛이 새던 어린 날
♧ 현(絃) 바람에 스러졌다 일어서는 풀잎 무저항이 저항인 푸른 전술을 읽는 순간 팽-팽---히 울음을 먹은 칼의 소리 듣는다
♧ 개양귀비 꽃 앞에 흔들리지 않는 건 없어 흔들고, 흔들리고 싶은, 바람의 바람처럼 주홍의 금기를 깨고 살비비고 싶다 아!
♧ 풀독 벌겋게 고사리 꺾다 뭔가가 ‘쏙’ 찌르네 화끈화끈 오~ 죽겠네, 풀빛 오르가즘 얼마나 사랑이 고파 내 살집에 무정란을 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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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