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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작품방 스크랩 이애자 시집 ‘밀리언달러’
김창집 추천 0 조회 60 10.12.10 08: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애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밀리언달러’를 받았다.

74편의 시를 4부로 편집하여

홍진북스에서 냈다.


그 중 7편을 골라

어제 한라수목원에서 찍은

죽절초와 같이 올린다.


작가는 제주출생으로

2002년 제주작가 신인상

2002년 제5회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 공모 당선

시집 ‘송악산 염소똥’

(현) 제주작가 회원이다.



 

♧ 시인의 말


“송악산이 언니를 먹여 살렴수다.”

어느 후배의 말이다

내 일터여서가 아니다

고사리, 달래, 산깻잎, 몰래 쥐어주는 친정곳간 같은 산

풀 풀 풀내 나는 것들을 다듬어 울궈낸 나의 졸시

그래도 산만한 백그라운드가 어디 있겠는가


산에 오르지 않는 날은 불안하다

산은 어머니 왼쪽가슴이다

그 푸른 심장소리를 들어야만 안정이 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된바람 휙휙 회초리를 드는

산의 호된 꾸중 앞에

슬그머니 두 번째 시집을 내민다



 

♧ 밀리언 달러


산까치 한 걸음 뒤로 말끔히 빼 입고

“송악송악, 송악송악” 주인행세 하지만

송악산 산지기 장끼 깡통소리가 정겨운 칠월


먼 길 찾아주신 산북손님 반가워

대접할 것 없을까 산을 잡고 보채는데

수국 꽃 고깔모 쓰고 길을 환히 터줍니다


“좋다 좋아” 추임새 넣던 수국 길이 끝나고

하얗게 거품 오른 유도화에 취할 즈음

싸르르 오장을 흩는 절우리바람 오! 이 맛,



 

♧ 활


사는 게 왜 이렇게 팽팽해야 하는가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열두 달 돌려막기로 삶을 조율하는 나


기본에 충실하라고 어깨 힘을 빼라고

한겨울 매운 선율에 귀를 열어 두라고

부르르 삭정이 끝을 긋고 가는 모슬포바람



 

♧ 비구성


세상 가장 빛나는

그림 한 점 꼽으라면


삶의 무게가 내려앉은

어머니

엉치뼈다


사랑의 불립문자로

자식농사

일구신



 

♧ 그리운 별


선반물 배고픈 다리 도깨비에 홀렸을까

그믐수금 나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네

만취한 발자국 같은 가랑잎만 구르네


어디쯤 오셨을까 깜박 잠이 든 사이

선로를 탈선한 나라빗동네 하꼬방집들

꿈나라 그리운 행성 무근성 가는 길


풋잠결 괘종소리 은땡은땡 맘 졸이다

회전의자 한 소절 흩뿌려진 왕사탕

뽕 뽕 뽕 터진 창구멍 빛이 새던 어린 날



 

♧ 현(絃)


바람에 스러졌다 일어서는 풀잎


무저항이 저항인 푸른 전술을 읽는 순간


팽-팽---히

울음을 먹은

칼의 소리

듣는다



 

♧ 개양귀비


꽃 앞에 흔들리지 않는 건 없어


흔들고, 

흔들리고 싶은,

바람의 바람처럼


주홍의 금기를 깨고

살비비고

싶다

아!



 

♧ 풀독


벌겋게 고사리 꺾다

뭔가가 ‘쏙’ 찌르네


화끈화끈

오~

죽겠네,

풀빛 오르가즘


얼마나 사랑이 고파

내 살집에

무정란을 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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