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도 욕설도 없다. 야구부 운영비를 학부모들이 대부분 내야 하는 여타 야구부와 달리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적다. 이른바 ‘모범 야구부’ 장충고는 모범 야구선수들을 만들어내는 걸까.
지난해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우승에 이어 올해도 황금사자기를 따낸 장충고가 2008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잭폿을 터뜨렸다.
1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에서 장충고 졸업예정 선수 중 무려 5명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 발표 내내 행사장 뒤편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조마조마 기다리던 장충고 유영준 감독은 7라운드에서 두산이 장충고 투수 박민석을 지명하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날 지명 대상자 794명 중 8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모두 55명. 생존확률은 7%가 채 안됐다. 사회적으로 취업난이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프로야구 취업시장인 2차 지명 취업률도 최근 3년 중 최저였다. 지난해에는 59명이 지명됐고 재작년에는 66명이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장충고의 ‘취업률’은 무려 50%. 야구부 졸업예정 선수 10명 중 5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나머지 5명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유감독은 “고려대, 건국대, 중앙대, 홍익대 등으로 진학할 예정”이라며 특유의 사람좋은 미소를 지었다.
진학과 취업을 합해 10명이 모두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100%다.
유감독은 “내가 잘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선수들이 다들 착하고 성실하게 운동했고 구단들이 잘 봐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미네소타행을 취소하고 국내 야구에 남기로 한 장충고 최원제는 1라운드 8순위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최원제는 사실 경기고를 다니다 장충고로 전학을 왔다.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인 최원제를 유감독이 눈여겨보고 데려와 보란듯이 성공시켰다.
유감독은 프로 출신이 아닌 실업팀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포수 출신. 2002년 장충고 감독으로 부임해 구타·욕설 없는 팀 운영으로 ‘모범 야구부’를 만들며 야구 명문교로 탈바꿈시켰다. ‘야구하기 좋다’는 소문에 중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악습과 구태를 끊은 모범 야구부의 성공 스토리는 계속 진행 중이다.
한편 2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LG는 광주일고 정찬헌을 택했다. 관심을 모았던 전 시카고 화이트삭스 출신 안병학은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 스카우트는 “테스트하러 오라고 해서 갔는데 몸이 전혀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