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라는 것이 남들이 모르는 감동적이고 눈에 확 띄는 큰거 한방이 있는 집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정보가 왜곡되어 마치 패시브하우스는 특별한 마니아층을 위한 집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우려스럽다.
그간 소개되어온 패시브하우스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한방을 좋아 하는 탓에 원래 없는 한방을 만들어 억지로 붙힌 면이 없잖아 있었다.
불필요한 과장이 있었다는 얘기다.
대단한 집이 되어야만 했기에 전에 없던 과격한 수식어들이 차용된 점이 없잖아 있었다.
'겨울에 난방 없이도 실내 온도가 20도 이상을 유지한다' -> 그런 패시브 하우스 없다.
'겨울에도 난방비가 들지 않는다" -> 역시 그런 패시브 하우스는 없다.
'난방비가 일반 주택의 1/10에 불과하다' -> 이 역시 '중부 유럽 표준 주택의 1/10' 이라는 표현을 아무 비판없이 차용해 쓰는 것인데 국내 실정에 비추어 얼추 맞기는 한 것 같은데 글타고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뭔데?
실로 엄청난 집이다. 나는 충분히 그런 평가를 줄 수 있다.
나는 비 안새고,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사계절 어느정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집이 필요했다.
대단찮은 성능 같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패시브 이전의 집들 중 그것을 보증하는 집은 없었다.
패시브 아니고서는 벽에 금칠을 한다해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물리학적인 뚜렷한 증거가 있기에 이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내가 진 집이 딱 그 정도 수준의 집이다.
패시브라고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저 쥔이 조금만 관리하면 곰팡이나 결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춘 집일 뿐이다.
우리가 자고나면 천지가 개벽하는 격동의 시기를 자주 겪다 보니 밋밋한거 보다는 자극적이고 화끈한 족적이 남는 큰거 한방을 매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광고일 수록 눈길도 잘 주고 호감도 많이 준다.
에너지 절약 10%~20% 개선했다는 정도 가지고는 지나가는 개가 웃는 세태가 되었다. 못되도 개선 효과가 70% 는 되야 테레비라도 한번 나가본다.
그러나 지나가는 개는 웃을 지 몰라도 에너지 분야에서 분명히 그 정도 성과가 있다면 노벨물리학상 감이다.
큰거 한방 없다.
세간에 떠도는 큰거 한방은 그래서 사실은 헛방이다.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불편하고, 사소하거나 불필요한 것처럼 보여서 무시하거나 부실하게 시공되는 그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켜켜이 쌓이고 쌓여서 비로서 겨우 살만한 집이 만들어 진다. 그게 패시브하우스다. 딴게 아니다.
내 집에 사용된 기술들이 따져 보면 다 사용해야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므로 딱 이대로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방식의 단편적인 접근은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전문가가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고 넘어가야하는 기술적 요소가 있다라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 기술들 중에는 몰라서 않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어찌보면 너무나 사소해 보이기에 저것 하나쯤 않한다고 무슨 큰 문제가 있겠어? 하고 생략하거나 대충 때우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살만한 집을 짓기가 쉽지 않다.
작은거 수십방으로 해결해야하는데 이것이 분명한 큰거 한방으로 대체가 않된다.
분명한 큰거 한방 내질러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무시하고 넘어 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패시브하우스던 뭐던 살만한 집이라는 것은 단열재 30cm 같은 굵직한 타이틀이 아니라 수십-수백개의 디테일로 완성된다.
'혁신(Innovation)은 쥐 잡듯이가 아니라 이 잡듯이 해야만 이룰 수 있다'
쥐는 동네 전체가 한날 한시에 날을 잡아 결행해야 효과가 있다.
눈에 보이고 떠들썩 하고 화려한 이벤트다.
잔치같고 혁명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는 쥐 잡듯이 해서는 잡을 수가 없다.
날이면 날마다 한마리건 두마리건 보이는 족족 잡아 조져야 박멸할 수가 있다.
진짜 혁신은 그런 것이다. 가끔 있는 에볼류션은 몇 백년에 한번 있는 것이다.
몇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 유달리 내 생애 동안은 자고나면 매일 같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해도, 불편해도, 사소해 보여도 해야할 것은 원칙대로 해야한다.
패시브하우스를 만드는 기술은 건물 외부로 드러나는 것보다 숨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그 숨어있는 진정성이 패시브를 만들어 낸다.
진짜 중요한 부분의 시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대충 때워놓고 눈에 보이는 곳에 반짝이는 못하나 더 박아 주고 문앞에 이쁜 기둥하나 더 세워주고 하는 것을 잘 하는 것이라 칭찬하면서 의미있는 진보를 기대할 수 없다.
람다패시브하우스의 소개 글에 화려한 그림도 미사여구도 없다.
그런것보다는 건축에 사용된 기술을 중심으로 소소하고 자잘한 그렇지만 놓치면 않되는 얘기들로 채워지기를 원했다.
(그림을 클릭하면 고해상도 원본을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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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축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행보라 생각합니다
은근 자랑스럽네요..이런 건축물이 행복도시 단독주택지에 지어졌다는게.. 획일적인 단지 설계공모보다 저는 이런
자유로운 동선이 훨 좋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