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 3입니다. 이번에 외고를 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그런데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 게다가 엄마는 계속 제가 학원 끝나고 집에만 가면 '공부해라, 공부해라' 이 말을 하루라도 안 하시는 적이 없어요. 제가 학원을 5시에 가면 12시에 오거든요. 저는 너무 힘들어서 집에 오면 힘이 남지가 않아요. 그런데 초반에는 참을만 했는데 점점 갈수록 내가 왜 이렇게 까지 고생을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매일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밤마다 방에서 혼자 울기도해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엄마께 용기 내서 털어놓으면 '다른 애들도 다 그런 고생을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 라고 매일 같은 잔소리만 되풀이하세요. 저는 조그마한 격려를 해 달라고 한 말인데 나는 매일 너한테 격려를 해 준다고 하시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라고 하시는 말뿐이에요.
며칠 전에는 학원에서 엄마께 '너무 힘들다' 라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엄마께서 '엄마는 널 믿어 집에 오면 맛있는 거 해줄께 화이팅^^' 이라고 답장이 온 거예요. 저는 너무 감동을 받아서 학원 자습실에서 아무도 못 보게 운 적이 있어요. 저는 이런 사소한 격려를 원하는데 엄마께선 자꾸 '너만 그러는 거 아니다' 라고만 하셔요. 가끔은 정말 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 자신을 잘 믿지도 못하겠고 자꾸 눈물이 나요. 제 친구도 저랑 같은 상황인데 이런 얘기를 터놓을 사람이 그 친구 밖에 없어요. 친구도 밤마다 매일 울거든요.
엄마들은 다 왜 그럴까요? 저를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요. 강요만 할 뿐 격려도 안 해주고 저희들이 하는 말이 다 불평으로만 들리는 걸까요? 전에 제가 울던 걸 엄마가 보신 적이 있어요. 왜 우냐고 그러셔서, 너무 힘들다고 죽고 싶다고 말했는데 엄마께서 그걸 불평으로 들으시면서 '나도야... 너 때문에 나도 힘들어' 라고 말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더 눈물이 난 적도 있어요.
집에는 제 편이 한 명도 없어요. 제가 힘들다고 말하는걸 모두 불평 불만으로만 들어요. 저 정말 요즘 가출하고 싶고 너무 힘들고 살기가 싫어요. 엄마 품에 한 번 안겨서 울어보고 싶은데 엄마는 그걸 몰라요. 너무 힘든데... 어떻게 하면 엄마가 이런 제 맘을 알까요?
정말 한국이 너무 싫어요. 이렇게 까지 공부를 하게 강요하는 한국이 싫어요. 공부 때문에 엄마랑 더 갈라지는 것 같고 이 고생까지 하면서 살기 싫어요. 공부 때문에 엄마가 밉고 힘들고 슬프고 아파요. 정말 힘든데 이해해 주는 건 제 친구 밖에 없어요. 하루라도 학원을 빠지면 엄마는 화를 내세요. 아빠가 뼈빠지게 벌은 돈 낭비하지 말라면서 학원 선생님도 화내세요. 이래가지곤 외고 못 간다면서. 너무 힘들어요. 정말로......
답변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
새 학년이 시작되고 나면 항상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 때문에 삼월엔 학교에서 화장실 가는 것마저도 억지로 참고 지낼 만큼 새로운 학년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이번엔 더 잘 해봐야지 하는 다짐이 깊으면 깊을수록 고민은 컸습니다. 쉽게 친구를 사귀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바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4월이 오고 봄소풍을 다녀오면 그래도 한 두 명의 친구가 생겨서 마음이 놓이곤 했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 적당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 문제가 친구문제이던 공부문제이던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던 모두들 조금씩은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할 때, 공부가 내가 원하는 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내 마음을 짓누르는 문제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문제는 현실이 두렵다고 해서 무작정 피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문제는 피해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고 피하지 않고 부딪쳐야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싸우는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현실 문제는 무조건 피하지 말고 맞서 부딪쳐 보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그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문제로부터 돌아서서 문제 없는 척 살아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난 친구 따윈 필요 없어. 내 공부만 잘하면 친구는 저절로 생겨' 하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거나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세상으로 다시 나가야 하고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친구를 사귀어야 하고 그리고 밀린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부딪쳐야 하는 현실입니다. 실력이 없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죽기보다 싫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 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시기는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훈련,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공부를 묵묵히 해가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훈련의 기회를 통해서 실력을 쌓으면 쌓을수록 세상은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로 바꿔 돌려줄 것입니다.
시험만 없다면, 나를 괴롭히는 저 애들만 없다면, 친구가 없는 학교만 빠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지만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사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늘 내가 안고 있는 문제가 나를 깨어있게 하고 내가 더 힘을 내서 견뎌야 할 이유가 되어줍니다.
문제없는 인생이 있습니다. 해야 할 공부도 없고, 끝내야 할 숙제도 없고, 찾아주는 친구나 사람이 없어도 아무 불평이 없는 인생이 있습니다. 갚아야 할 빚도 없고, 지켜야 할 출퇴근 시간도 없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의무도 없는 인생이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의 인생이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오늘 내가 안고 있는 죽을 것 같은 문제 때문에 차라리 죽음과 내 문제를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의 생명과 나의 문제를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오늘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오늘 내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학생일 때는 공부가 가장 어려운 인생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말을 걸어오지 않은 친구들의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학교 밖을 벗어나 보면 공부나 학교 안의 친구는 그야말로 온상 속에서 느끼는 더위 정도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 밖에는 학교에서 미처 훈련 받지 못한 더 험하고 더 강한 문제들로 넘쳐납니다. 공부가 힘들어 죽고 싶어도 공부하다 죽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은 절대 공부 때문에 죽지 않습니다. 공부는 하고 있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지 하고 있는 한은 절대 스트레스가 되지 않습니다. 집중해서 공부하십시오.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십시오. 내가 만난 문제에 감사해 보십시오.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도 그 현실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달라질 것입니다.
그 달라진 눈이 바로 문제해결의 시작입니다. 친구가 없다고 불평하고 울고 있지만 마십시오. 그 시간에 차라리 친구를 칭찬하는 문자라도 하나 보내십시오. 나의 필요보다는 친구의 필요에 먼저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친구는 저절로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감사하는 사람은 공부가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문제를 문제로 보지 말고 나를 자유롭게 하는 훈련의 기회로 여기며 감사하기 바랍니다. 그때 두려움은 사라지고 현실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강금주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고 김형모의 아내. 1996년 쪽지. 한빛 두 아이를 데리고 호주로 유학. 영어학교의 가장 낮은 반에서 시작해서 호주 시드니 대학교 법대 졸업. N.S.W 주 대법원 변호사. 2009년 3월부터 김형모 발행인의 뜻을 이어 호주 변호사 대신 십대들의쪽지 발행인으로 활동)
- [출처: 십대들의쪽지 239번째 이야기 中에서 http://www.teen4u.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