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티오, 2명으로 줄이자
야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KBO에 공개 건의함
스포츠에 관한 한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야구사랑’만큼은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글을 통해 밝혔듯이 나는 LG 트윈스의 골수팬이다. 하여 올해 성적에 대해 무척 아쉽다. 그리고 속이 쓰리기도 하다. 그렇게도 터지지 않던 만년 거포 유망주 정의윤이 SK로 이적하자마자 홈런을 펑펑 쏘아올리니 LG 팬으로서 속이 쓰린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LG로 이적해온 임훈 또한 잘하고 있으니 잘된 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박병호와 서건창 이용규 등 LG에서 건너간 선수들이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LG 팬으로서는 아쉽지만 나는 늘 그들을 응원해왔다. LG에서건 어디서건 그들이 성공하는 게 그들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 프로야구 발전에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정의윤 역시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거포로 성장해주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그건 내가 LG 트윈스만의 팬이 아니라 우리나라 프로야구 전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야구팬’으로서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사적인 얘기를 늘어놓느냐고?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현재 외국인 용병 티오를 팀당 3명으로 정해놓고 있다. 기술과 힘이 좋은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프로야구가 더욱 볼거리가 많아지고 화려해졌으니 흥행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매사에 좋기만 한 일이 있던가. 대개 어떤 일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하여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그에 따른 장단점을 냉철히 분석하고 따져보는 게 좋다. 하여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생각을 올해 페넌트 레이스를 끝내고 이제 막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KBO에 공개적으로 건의하고 싶다.
외국인 선수 티오를 늘리면 프로야구 전체의 수준이 높아지고 볼거리도 풍성해지기는 한다. 특히 올해 NC 다이노스의 테임즈가 이룩한 40홈런 40도루의 기록은 우리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좀처럼 깨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국내 선수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야구선수 중 프로야구 1군의 높은 벽에 진입하는 선수는 10%도 안된다. 그 중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야구선수 중에 프로야구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5%도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스무 명 중에 한 명도 안되는 선택된 소수만이 프로야구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프로의 세계”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눈에는 프로야구 1군 선수로 현장에서 뛰지는 못하지만 재능 있고 성실한 선수들이 너무나 많이 보여 아쉽고 안타깝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그런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내와 두 아이 모두 LG 트윈스의 골수팬인 건 나와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으니까.)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들이 전성기를 맞을 나이인 서른하나와 스물여덟, 그러니까 1986년생 동기이며 LG 트윈스에서 발아하지 못하고 팀을 옮겨 꽃을 피운 박병호와 정의윤보다 한 아이는 한 살이 많고 한 아이는 두 살이 적다. 하여 프로야구 선수들의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이 클로즈업된 TV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아이같이 안쓰럽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쇄국정책을 쓸 것까지는 없지만, 야구가 좋아서, 야구로 성공하고 싶어서, 땀 흘리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우리의 젊은 아들들에게 좀 더 넓은 기회를 주면 안될까? 외국인 선수 티오를 2명으로 제한하자. 이건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오래도록 사랑해온 팬으로서, 또한 외국인 티오가 2명에서 3명으로 바뀐 뒤부터 그 득실에 대해 계속 따져본 사람으로서 KBO에 공개적으로 건의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