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가 묻고 교무가 답하다] 제 인생 순위가 달라졌어요
김인서 교무
Q. 결혼 전에는 제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남편과 아이가 생기면서 중요 순서가 점점 바뀌더니 어느새 저는 제 인생 중요순위에서 꼴찌가 되었습니다. 제 물건은 무조건 싼 것만 사게 되고 생일도 의무적으로 챙기게 돼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A. <주역>에는 풍화가인(風火家人)이라는 괘가 있습니다. 이는 아름답고 이상적인 여인을 상징하는데, 자식을 귀하게 여기고 남편을 위하는 현모양처의 삶을 사는 여인을 뜻합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젊고 고왔던 모습에서 세월과 삶의 흔적으로 점차 주름지고 거칠어진 모습으로 변하지만, 내면은 아내와 엄마로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다는 마음이 가득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런 삶 속에서 남편과 자녀들이 그 마음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가득해질 수 있습니다.
희생과 사랑으로 여성의 삶이 차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전부터 반복돼 온 것이 아닐까요? 영국의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을 편찬했습니다. 그는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으로 ‘자기 집착’을 꼽았습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행복한 삶은 외부 세계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타인을 배려하는 여성의 삶이 더 현실적으로 행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풍화가인의 모습과 일맥상통합니다.
남편과 자녀의 물건은 좋은 것을 사주고 자신의 물건은 저렴한 것으로 대체하는 여성의 삶은 결코 어리석은 삶이 아닙니다. 정토님은 자신의 이익보다 가족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다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원만한 인격을 이루기 위해서 무상한 모든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영원한 천상락을 구하기에 힘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천지의 응용무념한 도를 체 받아서 동정 간 무념의 도를 양성하여 은혜를 베푼 후 그 관념과 상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해 주셨습니다. 내가 양보나 희생을 했다는 감정이 쌓이게 되면 이는 원만하지 못한 갈등과 상극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고민의 내용처럼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을 위하는 선택을 할 때 자신과 가족을 모두 고려하고 이 둘이 충돌할 때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송교당
[2024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