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10.9.19~20
#.산행코스:백무동->한신계곡->세석대피소(1박)->장터목대피소->백무동계곡->백무동
넓고도 깊어서 장엄한 산!
겸손함으로 입을 다문 침묵 앞에서만 그 참모습을 보여주는 산!
한없는 넓이와 깊이로 세상에서 상처입은 몸들을
숨겨주고 그 영혼을 부화시켜 주는 산!
빨치산들의 붉은 사상마저도 품어주었던 산!
그리하여 마침내 어머니의 산이라고 불리우는 산!
지리산!!
그 산이 그리워서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가는 길에 (19일(일요일) 오후 2시)
백무동에서 '입산'을 했습니다.
올 초 설 연휴,고향가는 길 눈 내리는
백무동계곡을 따라 장터목으로 올라 천왕봉 일출을 보았던
그 때의 감회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한신계곡의 한적한 등산로를 따라 올랐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계곡으로 하산했는데
계절이 무색할정도로 한신계곡에는 계곡물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세석대피소를 약 0.8km를 남겨둔 8부능선까지도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추석이 가까운 시기의 날씨치고는 무척 더웠는데
수량이 풍부한 계곡물 덕분에 그나마 수월한 산행이었습니다.
입산 기점인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오르려면 백무동 계곡으로,
세석으로 오르려면 한신 계곡으로 올라야 합니다.
한신 계곡 초입에서 만나는 '첫 나들이 폭포'
첫 나들이 폭포(한신계곡)
한신계곡
첫 나들이 폭포(지리산 한신 계곡)
한신 계곡
가내소 폭포(한신계곡)
옛날 백무동의 마천 사람들은 가뭄이 들때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에머랄드빛 가득한 폭포수가 음이온을 내 뿜으며 휴혹을 했는데
끝내 견디지 못하고 입수하고 말았습니다.
사십 년 동안 온 몸에 싸인 티끌
천 섬 맑은 물에 다 씻어 버렸네
티끌이 오장육부 속에 다시 생긴다면
당장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리.
남명 조식선생의 시비( 詩碑)에 새겨진 " 욕천( 浴川) " 에서.
돌탑위에 앉은 잠자리가 가을숲을 기다리며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는
걸핏하면 주변 환경탓을 하는 나같은 이에게 성찰의 기회를 줍니다.
셀프타이머 촬영
바위 구절초(세석평전)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세석대피소 도착(pm 6시)
산오이풀과 쑥부쟁이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세석평전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저녁식사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입산객들
세석대피소에서의 하룻밤
미리 인터넷을 통하여 예약을 해야합니다.
숙박요금은 1박 7천원,담요한장 당 1천원이 추가됩니다.
세석평전의 아침(9월20일,am05시 30분)
'밥대신 바람을 먹고 이불 대신 이슬을 덮고잔다'는 '풍찬노숙'
이날 세석대피소는 예약을 하지 않은 입산객들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충분했는데도 저분들은 밖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세석평전의 흙과 바람과 이슬을 온몸으로 온전히 체험하기위해서는
하룻밤 정도의 고행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석대피소
세석평전
구절초
손으로 비비면 오이냄새가 나는 '산오이풀꽃'(세석평전)
고산 지대답게 날씨의 변화가 무쌍했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왔다 이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을 빼꼼히 보이다가
곧바로 운무가 덮이곤 했습니다.
습지에서 잘 자란다는 '용담꽃'(지리산 세석평전,습지에서)
동자꽃(세석평전)
구절초와 쑥부쟁이(세석평전)
세석평전의 구상나무들
세석평전의 습지
곰의 쓸개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야생화 '용담꽃'
용담꽃과 산오이풀(세석평전)
용담꽃(세석평전 습지)
잔돌배기 밤하늘에
은하별이 쏟아지면
텐트에 개스등
불을 밝혀서
잊혀지는 산 이야기
아쉬워하며
은하수 기울도록
끝이 없는데
백무동 길목에서
헤어진 산친구
아쉬움과 그리움에
정을 더하여
님과의 산행길을
생각하다가
용담꽃 피는 밤을
나는 지샜다
세석평전/권경업
지리산 주능선상의 고지대에 위치하는 분지형의 고원인 '세석평전'입니다.
'작은돌 넓은들'이라는 뜻의 이곳 세석평전에
해방 후 빨치산들의 군사훈련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후 빨치산 소탕 작전을 위해 곳곳을 파헤쳐 훼손이 심각했으나
복원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상나무 군락지와 계절 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들의 천국이며
특히 철쭉이 피는 5월말에서 6월초순의 이곳은 '지상낙원'이라 할만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평전
촛대봉에서 바라본 청학동 방향
산오이풀꽃 군락지(세석평전)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바라본 백무동
해맞이 바위(연하봉 가는길)
구름과 바람의 길 - 이성선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이 나의 길이다.
지리 10경중의 하나인 '연하선경'
쑥부쟁이
지리산 중산리~성삼재 구간을 역 종주중이신 일가족
딸과 아들이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바위 구절초
구절초를 바라보며
구재기
巫女의 눈 밖으로 쫓겨난 꽃
하이얀 구절초를 바라보며
이 땅에도 하루가 소리 없이 지나갔음을 알았다
가을빛이란, 잔 솔가지 사이로 빠져나온 가을햇살이란
물레방아 바퀴에서 흐느끼며 물방울로 흐르던 千房山 물소리는 사라지고
어느 새 세상과 어울려 싸운 곳에는 흰 머리칼만 돋아났다.
人事는 잠잠히 오고 가는 산허리에 감돌고
코 끝에 향기로 묻어나는 것은 새털처럼 가비야운 한 점 웃음뿐
느닷없이 발등 위로 이름 모를 낙엽 하나 떨어졌다.
못 견딜 바람 사이로 千房山 해거름을 걷는데
처음으로 가는 허리에 돋아난 두 다리가 서러웠다
이따금 꺼져가는 햇살이 있는 듯 없는 듯
실상은 하잘 것 없는 세상의 외출조차 몰라야 했다.
잊어버린 생각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마련할 자리도 없이
끝내 슬퍼버린 머리칼을 말끔히 빗어 내렸다
모두가 제 자리에 들어 주위를 한 번 휘돌아볼 즈음
멀리 손 가는 데 없이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는데
저녁 냄새가 산 아래 마을에서 몰려왔다
이제 구태여 千房山 봉우리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좋았다
뜨거워지는 눈두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하이얀 구절초를 바라보면서
더욱 가까와진 하늘 저만큼
새소리랑, 멀리 산등성이에서 달려오는 산짐승 울음소리랑
巫女가 홀로 깨어있음을 알았다
지리바꽃(연하봉 가는길에서)
연하봉
연하봉 가는길가에 핀 가을 야생화
고사목과 쑥부쟁이
짚신나물(연하봉)
쑥부쟁이(장터목 가는길)
고려엉겅퀴
꽃무릇(잎과 꽃이 같은 시기에 없어서 '상사화'와 헷갈려 하는꽃)
구름으로 뒤덮인 저 언덕위의 봉우리는 '제석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때 벌목과 방화로 아픔을 겪은 흔적들이 아직도 산등성이에
널부러져 있는 고사목들이 그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석봉을 넘어서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입니다.
서가(序歌) - 이근배
가을의 첫 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꺼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 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뜨릴 꽃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쨍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 줄에 쓴다.
장터목산장
우체통(장터목)
아버지와 아들(백무동 계곡,'참샘'에서)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것!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
산을 알게해준다는 것!
힘겨워 하면서도
저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저 분이 부러웠습니다.
고불사(백무동)
백무동으로 하산 후 승용차를 몰고 남원 뱀사골에서 성삼재를 향하여.
성삼재
성삼재 휴게소
어느새 가을산 분위기가 납니다.
성삼재를 넘어가면서 바라본 구름속의 노고단
성삼재를 넘어 하동 평사리로 향합니다.
하동 평사리와 순천만 후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모쪼록 소중한 분들과 풍요롭고 넉넉한 한가위 되셨길 바랍니다.
"산은 살아있다.
어떤 생명체 보다 민감하게 거창하게 풍성한 생명력과 섬세한 심미감과
마를줄 모르는 정열을 지니고 있는것이 산이다.
산에 봄이 오면 봄의 산이 된다기 보다 봄 그 자체가 된다.
여름이 오면 여름 그 자체가 되고,가을이 오면 가을 그 자체가 되고,
겨울이 오면 겨울 그 자체가 된다.
계절이 산을 스쳐가는것이 아니라 산이 그 의지와 정열로써
산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하소설,<지리산,저자 이병주>제2권 209페이지에서.
"지이산(智異山)이라고 쓰고
지리산이라고 읽는다"
이병주<지리산>에서.
봉우리/김민기
첫댓글 봄꽃 보러갔던 5~6월과 눈꽃 보러갔던 겨울과는 사믓 다른 색깔이군요.. 사계절을 다 봐야겠네요..
넘넘 부러워요~~^^ 자유로운 청춘이여~~(?)
둘레길 간답시고 3코스돌고 왔더니 넘 실망했어요.. 한적한 옛 정서를 담고 싶었는데 방송 탄 이후로 거기도 서울과 마찬가지더라구요~~^^ 급실망
차라리 천왕봉 일출이나 볼껄~~~ㅎㅎ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선한씨 담엔 함께가요~~ 넘 잘보구 갑니다~~^^
지리산 둘레길도 코스 선택을 잘해야할듯합니다.^^ 다음엔 같이가요~
윤선한님 지리산 종주 계획하고 계시죠 지리산 풍광에 가슴이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10월 단풍시즌에 종주를 추진할 예정인데요 관건은 대피소 예약입니다.대피소 예약이 안될경우 '풍찬노숙'을 감내하실분^^들 위주로 팀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명절 인사가 늦었습니다.소중한 분들과 좋은시간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