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9 토요일
우연한 기회로 한북정맥의 최전방 남방한계선상의 적근산을 다녀올 수가 있어서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왕재산악회의 카니발 차량으로 회장을 포함하여 11명의 산객이 사당역을 출발한다.
오늘의 산행은 왕재산악회의 회장이 주선한 것으로 승리부대(15사단)전우회의 1박2일간 부대 방문 행사에 전우회 가족으로 참석한다. 산악회회장이 전우회 고문으로 재직중이다.
사당역을 오전 7시10분에 출발하여 9시30분 중간 집합지인 화천군 사내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전국 각지에서 30여명의 회원과 가족들이 모였다.
9시56분 부대의 안내자가 우리 일행을 사단본부로 이동 시킨다.
10시40분 승리전망대로 옮긴 일행을 군악대가 환영한다. 그리고 2층 전망대로 올라 군사분계선과 남북방한계선을 바라보고 사방을 조망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五聖山1065m↓
鷄雄山604m↓
남쪽의 大成山1175m↓
전망대 관람석에서 중대장의 브리핑↓
여기서 또 군악대의 환영속에 단체촬영이 진행된다.
장병식당에서 점심식사는 햄버거로 준비했다. 안내자의 설명이 매주 토요일은 햄버거식이란다. 이것으로 적근산을 오를 생각에 걱정이다.
하여튼 1시 정각에 산행 시작이다. 안내장교와 위생병이 앞장 선다.
처음엔 부대 행군시 정상까지 15km 구간을 5시간-5시간30분 소요되는 급경사 산길임을 강조하며 산행을 자제하고 트레킹 수준의 5km 3시간 코스를 권한다.
회원 몇이 정상까지 고집하니 출발 2시간이 소요된 지점에서 되돌아 오기로 하고 출발한다.
출발 35분후인 1시35분에 주파리 방향 안내판이 길옆에 서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지 그냥 지나치기 쉽겠다. 그나마 길안내판은 이것이 처음이고 전부다. 그리고 그쪽으로 사람이 다닌 흔적은 전혀 없다. 무엇 때문에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1시49분 길가에 위령비가 서있다. 1978년에 산불진화중 장병 10여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단다. 얼마나 큰불이었기에........
위령비를 지나면서 부터 산길은 더욱 가파라 허리를 바짝 구부리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뒤로 미끄러져 넘어질 것같다. 경사가 작은 구간은 비포장이고 경사가 매우 가파른 곳은 시멘트 포장이다.
3시까지 정상을 못 밟으면 그자리서 돌아서야 하기에 물한모금 마실 시간도 아끼고 걷기보다 뛰다싶이 달리는 산행은 지옥과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이 산길이지 걷고있는 길은 자갈과 시멘트로 포장된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가는 고행길이다.
2시39분 적근산대장군과 여장군 장승이 나를 반긴다. 아마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이 이장승에게 안전과 행운을 비는 것 같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30여분간은 경사도가 40도는 될 것같다. 이제는 완만한 흙길로 변했다.
장승을 뒤로하니 넓은 헬기장 너머로 GP통제소가 보이고 초병이 바로 위로 정상이라 일러준다.
2시45분 드디어 赤根山1073m 고스락이다. 부대에서 이산을 수복한 것이 자랑스러워 정상석을 세웠을 것이다.
감개가 무량하다. 한북정맥을 적근산 이상 밟을 수 있는 날이 내 생전에 있을 수가 있을까?
백두대간은 금강산을 밟았고 한북정맥은 적근산 정상석을 만졌으니 북쪽 맨끝까지 갈 수 있는 큰 산길은 다 밟았다. 산사람으로 여한이 없다.
적근산 바로 아래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있다. 빤히 보인다. 바로 코아래다.
오늘 정상을 밟은 회원은 나를 포함하여 6명이고 4명은 중도에 안내장교의 제지로 뒤돌아서야 했다. 1명은 저아래서 스스로 포기했다.
오를 때 못 마신 물을 몽땅 목을 넘긴다. 하산하면서 마신 물의 양이 2L다.
3시27분 아까 지나간 위령비앞이다. 이곳이 전체 구간의 절반 지점 같다.
4시14분 적근산대대 산길 날머리에 도착한다. 왕복 산행시간은 3시간 14분이다.
아래사진의 도로가 적근산 도로의 시작이며 끝이다.
지금 내다리는 내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통증이 심하여 멘소레담으로 맛사지하여 통증을 달랜다.
나보다 좀 뒤에 하산한 인솔장교가 이런 노인네들은 생전 처음 본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두른다.
부대에서 저녁식사를 권하는데 왕재산악회 일행은 그냥 출발한다. 회장은 전우회 고문으로 행사에 참여한다며 잔류한다.
아침에 김밥 한줄과 점심 햄버거 반쪽으로 15km의 적근산을 3시간14분에 주파한 왕재 여러분 오늘 수고했습니다. 나는 오늘 무언가 엄청 수지 맞춘 기분으로 황홀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