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명리듬-시로 읽는 절기 이야기
-저자 : 오철수
-출판사 : 흙살림
-발행 : 2019년 8월 20일
-쪽수 : 242
-제품구성 : 전1권
-ISBN : 9788991072169
-정가 : 15,000원
-분류 : 시 에세이
-크기 : 153 x 210
-------------------
책소개
절기는 이 땅을 살아가는 생명체의 몸과 마음에 흐르는 우주율(宇宙律)이고 생명적 리듬입니다. 생명적 리듬이기에 생명적 지혜의 거처입니다. 사람도 자연의 한 이름이라면 아무리 콘크리트더미 문화를 산다고 할지라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오히려 그 지혜들을 잘 알아서 대지의 중추신경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커다란 관심은 ‘절기를 따르는 삶의 지혜는 무엇일까?’, ‘절기를 실감하는 생명적 지혜로 삶 건강을 재구성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일이 제 몫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작은 노력은 시라는 형상이미지를 통해서 그 단초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놀란 것은, 절기의 흐름을 따르는 지혜는 생명과 관계와 조화를 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시인은 절기의 흐름 속에서 어떤 생명적 지혜를 노래하고 있을까요?
그를 찾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길을 따라 가봅니다.
우주율과 생명의 법은 믿음직한 약속인 ‘채움과 비움’의 행정을 무심하게 반복하며 차이를 생성합니다. 생명은 본능적으로 그 무심한 반복을 따라 더 건강한 삶을 살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절기의 흐름 속에 가장 아름다운 자기의 삶을 새겨 넣고 즐기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만이 다시 사계를 부르는 힘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인간의 길도 있을 겁니다.
--------------
목차
봄, 대지의 잔칫날처럼!
1. 입춘(立春), 생명적 힘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2. 우수(雨水), 마침내 녹다!
3. 경칩(驚蟄), ‘살라!’는 봄의 설법이 시작된다
4. 춘분(春分), 남쪽으로 갔던 흰 소가 돌아와 꽃을 터뜨린다
5. 청명(淸明), 사람의 노동도 꽃처럼 피기 시작한다
6. 곡우(穀雨), 곡우는 神이십니다
여름, 최대로 살라!
7. 입하(立夏), 생산의 여신을 보라!
8. 소만(小滿), 차오르는 초록에 마음의 여유를 찾다
9. 망종(芒種), 농사일로 사람꽃 필 때다
10. 하지(夏至), 차오르는 삶이 아름다운 환한 유월!
11. 소서(小暑), 태양과 초록의 사랑놀이를 보라!
12. 대서(大暑), 뜨거운 사랑은 새로움을 낳는다
가을, 돌아감을 생각하라
13. 입추(立秋), 소유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때
14. 처서(處暑),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의 너를 열매로 맺을 때
15. 백로(白露), 너의 땀을 수정으로 만들 때
16. 추분(秋分), 저만의 농담(濃淡)으로 자기를 완성할 때
17. 한로(寒露), 소유적 욕망에서 벗어나 지금의 너를 맞이할 때
18. 상강(霜降), 상강의 우주율을 따르는 방하착放下着
겨울, 생명력을 지키는 철저한 자기 비움의 길
19. 입동(立冬), 생산의 여신을 떠나보내고 비워라!
20. 소설(小雪), 우주의 걸음이 추위와 작은 봄을 교대로 겨울로 가는 까닭
21. 대설(大雪), 인간은 겸손을 배울 때다
22. 동지(冬至),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새로움으로 마음을 돌려라!
23. 소한(小寒), 기러기에게 건너가는 자의 마음가짐을 배우다
24. 대한(大寒), 겨울도 흘러간다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
저자 소개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전태일문학상(제3회)을 수상하였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과 이사를 역임하고 사이버노동대학 문화교육원 부원장을 지냈다. 시집으로는 『사랑은 메아리 같아서』, 『좋은 흙』 등이 있으며, 이론서로는 『시 쓰기 길라잡이 1~8』 등을 출간했다. 요즘은 시를 통해 생의 지혜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시로 읽는 니체』『시로 읽는 엄마사상』『사회적엄마의 사랑법』을 출간했다.
-------------------
책 속에서
추분이 바로 그런 자기완성을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너무 준비되지 않은 삶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멀어져 가는 태양을 둔 사람의 가치평가의 기준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새로운 것을 더 추구하는 때가 아니라 가진 것을 완전하게 하려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낮이 길 때를 지나 밤이 길어지는 때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소유적 욕망의 삶을 기준으로 했던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객관적으로도 “익숙하지만/ 뭔가 낯선” 얼굴이고, 그 ‘뭔가’가 느껴지는데 이전을 고집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그런 변화와 더불어 보이기 시작하는 “뭔가 낯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간의 소유적 욕망에 의해 가려 있거나 억눌려 있던 자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자기와 직면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낯선 자기는 소유적 욕망의 삶에서 보면 쭉정일 수도 알곡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유적 삶의 양식에 의한 비교는 추분(秋分) 이후에는 잘못된 평가입니다. 왜냐하면 태양이 돌아가고 있기에 역광(逆光) 속에서 아름다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제 안에 들어와 있는 인연을 다하여 “저만 아는/ 농담濃淡”으로 물드는 것입니다. 제 삶과 몫의 농담(濃淡)에 의한 무늬와 색깔과 명도와 질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