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이해, 보살핌 같은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이 국민 5명 중 1명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독거노인 등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물질적 지원 뿐 아니라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 연구팀은 국내 60세 이상 노인 5852명을 8년 동안 추적관찰하며 정서적 지지와 물질적 지지가 각각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 분석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지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이해 등 감정적 지원을 받는 ‘정서적 지지’와 가사, 식사, 진료, 거동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물질적 지지’다.
연구결과, 물질적 지지는 치매 발병률에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정서적 지지는 차이를 낳았다. 충분한 정서적 지지를 받는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매년 1000명당 9명에 그친 반면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인의 경우 발병률이 연 1000명당 15.1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서적 지지와 치매 발병 위험의 연관성은 특히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여성은 치매 발병 위험이 61%, 치매 중 가장 흔하다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66% 각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물질적 형태의 도움보다 정서적인 공감과 이해가 치매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있음을 밝힌 최초의 연구로, 치매를 예방하려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활동의 양보다 질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연구결과에서 중요성이 밝혀진 정서적 지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표준화,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국가 단위의 치매 예방 전략을 수립할 때 사회적으로 고립된 고위험 노인을 대상으로 가족이나 유관기관에 종사하는 이른바 사회적 가족들이 정서적 지지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