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직생활 41년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추억 할 일들이 전설처럼 주저리 주저리 열려 있는 곳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같은 봉현서부초등학교
기어이 학교가 문을 닫고야 말았다는 안타까움에
몇번을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학교엘 들렀다.
깔끔하게 정비된 교사와 놀이기구들은 그대로 있는데
제잘거리며 뛰놀아야 할 주인들은 하나 없고
주춧골에서 불어오는 꽃셈 바람 소리만이 쏴하고 밀려오더군
칼바람을 쐬며 짐바리 자전거 페달을 죽으라 밟으며
자갈모레이를 돌아서 학교를 향했던 내 생애 최고의 3년
겨울엔 난롯불에 도시락을 데워서 고추장에 밥 비벼먹고
여름엔 수영골 가재 잡아 남비에 볶아먹고
초가집 숙직실서 합숙까지 하며 달밤에도 핸드볼 연습하고
마산을 뛰면서 벌을받고 체력을 단련했던 이 곳
풀라다나스 나무밑은 야와 음악실
시멘트 공작대는 간이 탁구대
아직도 교정 구석구석 박혀있는 착하고 예쁜 아이들의 눈망울들
그들 모두가 지금은 쉰세대(할아버지 할머니 ㅋㅋ)지만
나에겐 아직까지 모두가 순박하기만 한 13살 소년소녀들
많이도 좋아했고 별스럽게도 사랑했던 그때 그 아이들
방금이라도 "선생님"하고 메달리며 애교를 부릴 것만 같은
그 아이들의 진한 손때가 묻어 있는 교정의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왜 그리도 짠하게 마음이 아픈지 찔끔했던 눈물은 바람탓이 아니였었던 것 같다.
꿈속까지 따라다니던 내가 진정 사랑했던 많은 이 곳 제자들
나의 젊음이 살아서 숨쉬고 나의 교직의 고향 같은 이 곳
봉현서부초등학교
난 지금 폐교가 되어서 바람만이 휑하니 불고 있는 운동장 복판에 서서
너무도 기억이 생생한 40년전 나와,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제자들을
하나하나 떠 올리며 아픈 마음 달래지지가 않아서 눈믈 짓고 서 있다.
영원한 추억속에서 항상 나를 웃고 울릴 봉현서부초등학교
나는 봉현서부를 모교로 부르는 모든 이들과
이 추억 이 슬픔을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첫댓글 아쉬운 추억의 저편으로 갔네요..
좋은 추억으로만...^^*
고맙습니다. 저희모교 카페로 한부 옮겨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