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에 볼일이 있어 갔습니다. 문구 골목을 지나니 등산용품 가게가 있고, 그 옆에 음식점이 있었습니다. 음식점 간판을 보니 메뉴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지요. - 김치찌개 된장찌개 부대찌개.... 양푼비빔밥... 생등심, 불고기, 삼겹살... 아, 푸짐하네요. 간판에 표기된 음식 이름들은 모두 표기법에 맞게 씌어 있을까요? 간판이 교과서도 아니고, 좀 틀리게 쓸 수도 있지요. 틀린 게 없는 것 같다고요? 그럼 무우국이 맞을까요, 무국이 맞을까요. 아니면 무웃국일까요, 뭇국일까요. 헷갈리지요. 예전에는 동치미를 담그는 하얀 뿌리가 있는 채소를 가리키는 표준어는 '무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가 표준어입니다. '무국'이라 쓰면 이상하지요. 무슨 옛날 아시아 국가 이름 같지요. [무:국/무국]으로 발음하지 않고 [무ː꾹/묻ː꾹 ]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어 '뭇국'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 '국'이 모두 한자어가 아니어서 사이시옷을 넣어 표기합니다. - 그러면 '김치찌개' '부대찌개'는 '김칫찌개' '부댓찌개'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요. 한글 맞춤법에서는 ㅊ,ㅋ,ㅌ,ㅍ이나, ㄲ, ㄸ, ㅃ, ㅆ, ㅉ 즉 거센소리나 된소리 앞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김칫찌개'가 아니고 '김치찌개'입니다. '부댓찌개'가 아니고 '부대찌개'입니다. 그럼 '김치국'이 맞을까요, '김칫국'이 맞을까요. 성이 '김'이고 이름이 '치국'이면 '김치국'이고요, 김치를 넣어 맛있게 끓인 국은 '김칫국'입니다. 발음이 [김치국]이 아니라 [김치꾹/김칟꾹]이기 때문에 이렇게 복합어에서 된소리 현상이 있으면 사이시옷을 넣어 씁니다. 한자말과 한자말이 결합했을 때는 발음과 상관없이 사이시옷을 넣지 않습니다. - '장맛비'냐 '장마비'냐는 '장맛비'가 표준어이지만, 발음이 '장마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맛비'라고 쓰고 [장마삐/장맏삐]로 발음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고 '장마비'로 쓰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콩비지백반'을 '콩비지빽반'으로 발음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콩비짓백반'으로 잘못 쓰는 사람도 없지요. '불고기'는 '불꼬기'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앞 말에 받침이 있어서 사이시옷을 넣을 수 없지요. '삼겹살'은 '삼겹쌀'로 '살'이 된소리로 바뀌지만, 역시 앞말에 받침이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을지 말지 걱정할 필요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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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장마차 원문보기 글쓴이: 보슬비
첫댓글 [무국]으로 알았는데...
감사합니다~
네. 자주 쓰지 않는 말은 사이시옷을 어찌 쓸지 좀 어렵지요.. 그렇지만 맞춤법 원칙과 좀 틀리게 써도 소통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선생님, 이 자료 퍼갑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넘 아까워서요.
대신 <어린이문학/우리말 클리닉>홈페이지 홍보도 했어요 - 여기에서 퍼온 글이라고 링크를 걸어놨거든요.
괜찮으시죠? 아니 좋으시죠?!...
아, 예.. 좋다고 안하면 거의 맞을 듯한 분위기..... ㅋㅋ 요즘엔 우리말 관련 글을 자주 못 올리네요..... 널리 퍼뜨려도 좋습니다. 출처를 밝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