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백호스카우트 가족 여러분, 모두들 편안히 지내고 계시지요?
여기는 전세계 스카우트들의 영원한 고향, 필립핀 마킬링 캠프장입니다.
1959년에 제10회 세계잼버리를 개최한 장소로, 지금은 제26회 아태잼버리를 개최하고 있지요.
이번 잼버리 행사기간 중에 제10회 세계잼버리 개최 50주년 기념 참가자 재회행사가 이곳에서 개최됩니다.
이제는 꼬꼬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신 선배 스카우트분들의 존경스러운 모습을 조만간 이곳에서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날, 사랑하는 우리 백호가족들이
시라소니 과정 준비와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 겸 송년회 준비하는 것을 뒤로 하고 단실을 나왔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싱싱한 회, 돼지족발, 각종 음식과 과일들, 모두들 맛있게들 즐겼겠지요?
매일매일 잔치하는 백호가족들이 벌써 모두들 보고 싶어집니다...
단실에서 리무진 공항버스 터미널까지 운전해 준 이은호 대장님과
짧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우리 백호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스르르 리무진 버스가 출발할 때에,
이은호 대장님, 허준호 대장님, 강석호 대장님, 백광윤 대장님 등등
고마운 후배 대장님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렇게 좋은 후배 대장님들이 많은 저는 정말 행복한 스카우트 대장입니다.
필립핀으로 12월에 여행을 오는 것은 전쟁을 방불하더군요.
12월 한달간 외국에 나간 필립핀 근로자와 내국인들만 500만명 이상이 귀국을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골프와 따스한 필립핀 날씨를 찾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을 합하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필립핀 출입국을 하는 것이지요.
본인이 탑승한 대한항공 역시 완전 만석이 되어서...
운이 좋게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시켜줘서 편안하게 숙면을 하며 필립핀으로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단실에서 이것저것 마무리할 것들이 있어서 꼬박 밤을 새웠는데, 너무나 기분 좋은 여행의 출발이었지요.
필립핀 마닐라 공항에 착륙하여 비행기 문이 열리자,
공항 직원이 “SANG HO SHIM - APR COMMITTEE MEMBER"라는 표지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습니다.
아태이사로 한번 으쓱해지는 순간이었지요. ^^
특별조치를 한 신속한 입국수속이라던가 VIP룸 대우는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그만 짐찾는 곳에서 40분 이상을 허비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출입국을 하는 성수기인지라
짐 찾는 곳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하였습니다.
어쨌든 짐도 찾고 필립핀연맹에서 마중 나온 사람들과 함께
필립핀중앙본부에 있는 타마로 유스호스텔에서 두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 세시에 다시 마닐라 공항으로 가서 아태이사인 스리람 네팔연맹 치프스카우트를 영접하였습니다.
스리람 아태이사와 함께 마킬링 캠프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여섯시,
마킬링 캠프장 입구에서부터 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합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허름한 호텔이나 유스호스텔에 묵게 되면
가끔은 낙후한 시설에 나도 모르게 불평과 함께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캠프장에 도착하면,
그 캠프장의 규모나 시설에 상관없이 그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느낌이라니요!
어느 야영장이건 야영장 입구를 넘어서면
중학교 1학년 소년대 시절,
50주년 한국잼버리의 3층 높이 캠프파이어 모닥불의 열기가 가슴 속에 확 밀려들어옵니다.
- 2009. 12. 26.
우리의 빛나는 김현진 로버스카우트를 비롯하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IST 세명은 마킬링 영지가 좁을 정도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열대지방의 느슨한 행동이 몸에 밴 이곳 사람들과 비교해서,
우리 대한민국 IST들은 휙휙 날아다니는 날쌘돌이들이지요.
김현진 대원이 배정된 스카우트샵의 책임자에게 우리 김현진 대원 어떻냐고 물어보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최고!라고 말합니다.
그럴때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지요.
잼버리운영팀으로 앞서 야영장에 입소한 범스카우트 정서용 대장님,
그리고 아태지역 유스어드바이저인 서지은 로버스카우트도 IST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백호스카우트 대원들이 이런 국제적인 행사의 곳곳에서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 대표단이 도착을 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리 스카우트 대원들...
솔직히 우리 백호스카우트만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아태잼버리에 참가한 한국대표단 전체가
전국의 쟁쟁한 지역대 대장님들과 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그 일사분란한 분위기와 행동에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자꾸 경험하고 많이 만나야 서로 배우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런 멋진 잼버리를 체험하는 한국대표단 대원들을 보면서,
우리 백호스카우트 대원들도 가슴 터질듯한 열정이 넘치는 청소년 시절에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이런 해외 잼버리를 많이 경험해야
앞으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일주일간의 긴 기간 동안 여러 나라의 대원들과 힘든 야영을 함께 하며 우정을 쌓고,
서툰 영어로 친구를 만들어가며 어우러져서 개영식, 폐영식의 젊음의 열광을 함께 즐기고,
유스포럼을 통해 각 나라 청소년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패치스와핑이나 과정활동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은,
다른 어느 청소년활동에서 체험할 수 없는 값진 일들입니다.
하루종일 졸며 다른 생각하며 학원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일반 학생들은
더욱이 꿈꿀 수 없는 호연지기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고요.
한국대표단 영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한국대표단 단장님이신 김진기 중앙이사님과의 대화 중에
용산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말씀을 드리자,
김진기 단장님께서 슬그머니 일어나시더니 갑자기
“심상호, 업드려 뻗쳐, 나 용고 13회 졸업생이야”하셔서 한바탕 웃음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고성 세계잼버리장이나 순천 잼버리장의 시설에 비하면
마킬링의 야영장 시설은 그야말로 열악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스카우트 캠프는 시설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님을 이곳에서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 좋은 시설에서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더위를 짜증내는
국내 잼버리장에서의 우리 한국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리에 떠올라 내심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아침 일찍부터 구호에 맞춰 행군을 하는 대원들,
여기저기의 구호들, 환호함성들, 야영장을 울려 퍼지는 타악기의 리듬소리들.
에너지와 생동감이 넘치나는 잼버리장,
이제 드디어 잼버리가 시작이구나 가슴이 더욱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 2009. 12. 28.
이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제26회 아태잼버리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매일매일 글로 써서 백호 대장님들과 대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정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벌써 아태잼버리의 폐영식을 마치고 2010년도 3일이 지난 아침에,
마킬링 잼버리장 스카우트 호텔 3층 방에서
창밖의 마킬링 야영장 숲속을 내려다보며 마무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잼버리 기간 중에 만난 정겨운 각국의 스카우트 친구들.
다소 영어가 짧더라도, 그리고 서로가 조금 불편하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그저 환한 웃음으로 다 이해가 되는 좋은 친구들.
아태연맹 이사 자격으로 각종 회의와 공식석상에 참가하면서
우리 백호대원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은 국제감각과 지침들.
개영식, 폐영식, 새해맞이 축제, 과정활동에서 보여주는 스카우트들의 열기.
비록 우리보다 경제사정은 열악하지만
마음은 우리보다 열배 이상 따뜻한 필립핀 지도자와 대원들의 모습들
- 조금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면, 여기저기서 들어주려하고 함께 밀고끌고 하는 모습들,
대답이 힘들 정도로 서로서로 계속해대는 인사들...
한국스카우트연맹 리셉션에서 보여준 한국대표단의 단결된 모습과 저력.
너무나 많은 추억을 또 가슴에 간직하고 잼버리장을 떠납니다.
베이든포우엘경이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라고 선언한 가장 큰 이유가
그 분의 삶에서 잼버리를 많이 체험하셔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의 열기가 오늘 아침 새소리와 함께 평온한 정적 속에,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숲과 맑은 하늘이 창밖에 보입니다.
언제 또 삶에 피곤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에,
이 아름다운 잼버리장의 아침을 생각하며 힘을 얻을 것입니다.
나는 제26회 아태잼버리에 참가했던 행복한 스카우트이다 하고 말이지요.
지금 이 시간이면 어제 하루종일 시라소니 고행과정을 하며 행군을 하고 비박을 마친
백호 대장님들과 대원들이 단실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인가, 그리고 필립핀 어느 곳에서인가
오늘도 신명나는 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백호가족들에게 힘찬 환호를 외칩니다.
Flying High, Baekho Scouts!
- 2010.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