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퇴직자들 조직, 민주노총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공계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노후희망유니온 사무처장)
노후희망유니온이라는 50~60대 노동자들을 주요한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있다. 이 노조가 주요하게 하는 일은 노인복지 증진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과 노인일자리 창출이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쏟아져 나오고, 노인인구는 증가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국가/사회적 대책이 없거나 미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노후희망유니온의 설립과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다.
노동조합의 측면에서 보아도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민주노총 등 기존 노동조합의 경우 퇴직전 노동자들이 주요 조직대상이라서 퇴직자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노후희망유니온이 그런 퇴직자들을 담아낼 그릇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희망유니온은 2014년 9월 20일에 설립되었다. 설립당시 상급단체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6년 현재까지 노후희망유니온의 상급조직은 없다. 이런 점을 감안, 노후희망유니온은 2016년 3월 5일에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을 설정하고, 가입을 결의하였다. 이는 노후희망유니온 조합원의 상당수가 민주노총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것이다.
그 후 노후희망유니온은 민주노총에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데, 뜻밖에도 민주노총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 이유의 핵심은, 민주노총은 16개 산별노조로 구성되어 있고, 대산별을 지향하면서 산별노조들의 통폐합을 고려 중이기 때문에 노후희망유니온이 민주노총에 직가입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민주노총은 공공노조나 서울본부에 가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희망유니온은 민주노총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째는 노후희망유니온은 금속, 공공을 비롯한 모든 산업에서 퇴직한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특정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둘째는 전국단위 노조라서 특정 지역본부에 적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16개 산별만을 고집하며 노후희망유니온의 민주노총 직가입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면 외국의 경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외국의 사례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이탈리아형이고 또 하나는 독일형이다. 이탈리아 형은 우리로 치면 총연맹(예:민주노총) 산하에 산별단위와는 별도의 은퇴자조직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퇴직후 이 은퇴자조합에 가입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은퇴자노동조합의 규모는 매우 크다. 독일형은 기존 산별노조에 퇴직자들을 담아낸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금속노조인데, 230만여명의 조합원 중 대략 30여만명이 퇴직자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어떤 유형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탈리아형을 모델로 조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경우 독일처럼 산별노조가 발전되어 있지 않아서 퇴직자들을 산별단위에서 책임질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독일금속노조는 오랜 산별노조 역사를 경과하면서 산별노조가 최고수준으로 발전했고, 또 규모가 커서 산별단위의 조직과 사업이 가능한 반면 우리의 산별노조는 역사가 일천하여 전형적 산별노조라기 보다는 기업별 노조 관행이 매우 강하게 잔존해 있고, 또 규모가 작기 때문에 퇴직자들을 그 산별노조내에 품어안고, 책임져주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탈리아처럼, 민주노총 산하에 기존 산별노조와는 다른 별도의 퇴직자조합을 설정하고, 퇴직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적절하다.
세월은 흐르고 있다. 거기에 맞춰 시대도 변화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과 비례하여 엄청난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과거와는 다르게 퇴직자들이 사회 발전의 주요 구성원이자,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변화를 따라잡으려 하기 보다는 기존의 조직형식에 매몰되어 퇴직자들 조직에 나서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사료된다.
다소 결례가 될 수 있으나 민주노총에 권고하고 싶다. 지금의 16개 산별과 지역본부 중심의 조직형식에 매여, 퇴직자들의 조직을 늦추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 출신 장노년층이 노후희망유니온을 만들어 퇴직자들을 조직하려는 노력을 존중하여 함께 퇴직자들의 조직에 나서주기를 감히 기대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