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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저녁때 집에 가실 때는 우산을 꼭 챙기세요.
그제 보내드린 편지가 냉잇국입니다. 사이시옷을 넣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사이시옷을 이야기하면 늘 댓글이 여러 개 옵니다. 사이시옷 규정이 별로 맘에 안 드신다는 거죠.
답장 몇 개 소개해 드리고, 몇 년 전에 썼던 사이시옷을 다룬 편지를 붙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관련하여 간단한 의견이 있어서요.. 쇠고기, 소고기, 냉이국, 냉잇국..... 사실 좀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언어에는 규정이 있고 나름대로 법칙이 있겠지만 사람들이 매일 하는 말이고 의미 전달에 큰 문제만 없다면 언어의 특성상 편리성이 존중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요즘아이들이 쓰는 은어는 문제있다고 생각하지만 냉이국이라면 다 아는데 굳이 냉잇국이라 해야할까요? 또 그렇게 써야할까요? 받아보는 우리말에 많은 부분은 새로운 것을 알게되지만 어떨 때는 이렇게까지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저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
한마디로 우리 나라말에 사이 "시옷"의 사용, 남용은 우리말을 죽이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법 때문에 일상의 현실을 죽이고, 말의 아름다움을 없애는 큰 잘못으로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굣길, 장밋빛, 시곗줄 - - - , 이제 북엇국, 뭇국 이라니. 설령 발음이 그렇게 나더라도, 사이 시옷 없이 하교길, 장미빛, 북어국, 무국으로 써놓고 그렇게 읽는다고 하여 무슨 문제가 있나요 ! 학자님들께선 동의하지 않겠지만, 푸념을 해봅니다.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 오던 것이 있었는데요... 오늘의 우리말 편지를 보니 바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질문을 드립니다. 궁금한 것은 사이시옷을 쓰는 경우에는 뒷말과 항상 붙여 쓰는가 하는 것입니다. 붙여 쓴다면 한 낱말로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고요... 그렇다고 사이시옷과 그 다음 말을 띄어 쓴다는 것도 이상할 것 같은데요. 사이시옷이 들어간 말의 띄어쓰기에 대한 원칙 같은 게 있는지요?
지난 2006년에 쓴 사이시옷을 다룬 우리말 편지입니다.
[사이시옷]
며칠 전부터 이 사이시옷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실은 엄두가 안 나더군요. 분명히 쓰다 보면 길어질 것 같고... 글이 길면 재미없고, 재미없으면 안 읽고... 안 읽으면 이 편지는 쓰레기고...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오늘은 그놈의 사이시옷에 대해서 뿌리를 뽑아 봅시다. 실은 원칙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생각보다 쉬운데...
먼저,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만든 한글사전에 보면, 사이시옷은, 한글 맞춤법에서, 사잇소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쓰는 ‘ㅅ’의 이름. 순 우리말 또는 순 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 따위에 받치어 적는다. ‘아랫방’, ‘아랫니’, ‘나뭇잎’ 따위가 있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뭔 소리가 뭔 소린지...(실은 ‘무슨 소리가’...가 맞습니다. ‘뭔’은 ‘무슨’의 준말이 아닙니다. )
저는 제 방식대로 다시 풀어보겠습니다. 사이시옷을 제 나름대로 정의하면,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 뒤에 오는 낱말 첫 음절을 강하게 발음하라는 뜻으로 앞 낱말 마지막에 넣어주는 시옷”입니다. (이렇게 정의하면 사이시옷의 80%정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사이시옷은 한 낱말에는 없습니다. 낱말과 낱말이 합쳐져서 한 낱말을 만들 때, 뒤에 오는 낱말을 강하게 발음하라는 의미로(또는 뜻으로, 신호로) 모음으로 끝나는 앞 낱말의 마지막에 ㅅ을 넣어주는 거죠. 따라서 뒤에 오는 낱말이 된소리(경음, 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격음, ㅊ,ㅋ,ㅌ,ㅍ)이면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의하고 나면, 갈빗찜은 틀리고 갈비찜이 맞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왜냐하면, 갈비+찜에서 뒤에 오는 낱말이 찜으로 경음이 있으므로, 앞에 오는 낱말 갈비에 ㅅ을 붙일 수 없죠. 뱃탈이 아니고, 배탈이고, 홋떡이 아니고 호떡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섭니다. 이렇게 한 단계 넘어가고, 다음 단계! 앞에서 사이시옷은 두 낱말이 합쳐져서 하나의 낱말이 될 때...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두 낱말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쓰는 낱말은 우리 고유어와 한자어, 외래어가 있는데,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됩니다.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이 네 가지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이 뜻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 정의만 가지고도 벌써, 핑�빛이 아니고 핑크빛이며, 피잣집이 아니고 피자집이 맞다는 것을 금방 아시겠죠? 왜냐구요? 핑크, 피자가 외래어잖아요. 외래어 뒤에 오는 빛이나 집이 고유어더라도, 외래어+고유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으므로, 마땅히 핑크빛, 피자집이 맞죠.
다시 두 번째로 돌아가서, 사이시옷은 고유어와 한자어의 합성에만 사용된다고 했었죠? 그 중 한자어+한자어는 딱 여섯 가지 경우에만 사이시옷을 씁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딱 여섯 가지 경우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한자어+한자어의 합성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마땅히 이건 문제가 많은 규정입니다. 제가 봐도 문제가 많아요. 그러나 현행 맞춤법에서 그렇게 규정했으니 할 말 없죠...쩝... 따라서, 시가(市街-市價), 대가(大家-代價), 소수(小數-素數), 호수(湖水-戶數), 이점(二點-利點), 대수(代數-臺數), 초점 등에는 사이시옷을 넣어 적으면 안 됩니다. 싯가가 아니라 시가고, 댓가가 아니라 대가며,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라는 거죠. 이런 애매한 규정 때문에, 한자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드는 보기가, “소장이 법원에 갔다.”가 무슨 말이냐는 것이죠. 연구소 소장이 법원에 갔다는 말인지, 공소장을 법원으로 보냈다는 말인지 모르지 않느냐? 그래서 한자를 써야 한다. 한자를 쓰면 명확하지 않느냐...뭐 이따구(‘이따위’가 맞습니다.)가 그 사람들 주장인데요. 사이시옷 문제에서만큼은 국어학자들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한자어와 한자어가 합쳐져서 한 낱말을 만들 때 사이시옷을 넣어 적는 여섯 가지에, 솟장(訴狀 )하나만 더 넣어서 예외를 일곱 자로 만들었더라면 ...
이 정도면 사이시옷에 대해 헷갈리는 것의 80% 정도는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제는 좀더 까탈스런(‘까다로운’이 맞습니다.) 몇 가지만 더 알아볼게요.
먼저, 사이시옷 규정에, 앞말에 받침이 없고 뒷말의 첫음이 평음이더라도 ㄴ소리가 덧나는 경우엔 사이시옷을 쓴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물은 내물이 아니고 냇물이며, 이+몸은 이몸이 아니고 잇몸이죠. 이런 예로는 깻잎, 베갯잇, 바닷물, 빗물, 나뭇잎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게, 머리말과 해님입니다. 머리말은 머리+말 이지만 [머린말]로 발음하는 게 아니고 [머리말]로 발음해야 합니다. 해님도 마찬가지 [핸님]이 아니고 [해님]입니다. 그렇게 발음하니 마땅히 사이시옷을 적을 일이 없죠.
또 다른 규정은, 접미사나 조사같은 의존형태소와 연결될 때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예+부터(조사)는 ‘옛부터’가 아니라 ‘예부터’로 써야하고, 앞에서 설명한 해님도 해+님(접미사) 해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스럽다는 ‘옛스럽다’가 아니라 ‘예스럽다’고, 나라+님은 ‘나랏님’이 아니라 ‘나라님’이고... 쉽죠?
끝으로, 요즘 주위에 보면, 새로운 길 이름을 많이 달아놨죠? 이 길 이름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나릿길은 개나리길로, 경찰섯길은 경찰서길로, ○○여곳길은 ○○여고길로 적습니다. 길 이름에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 이유를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설명했는데, 그건 맨 뒤에 첨부합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예외 한두 가지와 적어놓고도 좀 이상한 표현만 좀더 살펴보고 접겠습니다.
앞에서, 뒤에 오는 낱말의 첫음절이 격음이나 경음이면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고 했죠? 그러면서, 갈비찜, 배탈, 호떡을 보기로 들었잖아요.
그런데 왜, 첫째, 셋째, 넷째, 다섯째는 ㅅ을 쓰죠? 뒤에 ㅉ이 오니까 마땅히 앞 낱말에서 ㅅ이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째는 접미사입니다. 여기에 쓰인 ‘ㅅ’은 사이시옷이 아닙니다. 이렇게 헷갈리는 게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보는 교과서에도 틀린 게 매우 많습니다. 학교가는 길은, ‘등굣길’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등교길’이라고 적고 있어요. 교과서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맞춤법 규정이라...
재밌는 거 하나만 더 하고 넘어갈게요. 며칠 전에 보내드린 식물 ‘蘭’ 발음에서, 한자어 다음에는 ‘란’, 고유어나 외래어 다음에는 ‘난’으로 읽는다고 말씀드렸었죠? 그에따라, 문주란, 금자란, 은란이 맞고, 거미난, 제비난, 지네발난이 맞다고 말씀드렸고요. 재밌는 것은, 사이시옷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생물을 분류할 때 ‘종속과목강문계’... 많이 외우셨죠? 거기서, 科, 개미과가 맞아요, 개밋과가 맞아요? 달팽이과가 맞아요, 달팽잇과가 맞아요? 충격이 크시겠지만, 개미과가 아니라 개밋과라고 쓰셔야 합니다. 달팽잇과도 마찬가지고요. 메뚜기도 메뚜깃과가 맞습니다. 고유어+科 에서 과가 된소리로 날 때는 앞에 사이시옷을 넣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한자어+科는 장미과, 국화과처럼 그냥 사이시옷 없이 씁니다.
꽤 길게 달려왔는데요. 이 정도면 사이시옷 가지고 고민하실 일은 없으실겁니다. 도로명(○○길)의 사이시옷 표기 원칙(2001년 8월 4일 결정) ‘○○길’의 발음을 [○○낄]로 표준화하고, 복합어로 처리하여 사이시옷을 받쳐 적자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길’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 첫째, 새로 이름붙이는 도로명이기 때문에 현실 발음이 된소리라고 할 기존의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둘째, 복합어에서만 된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에서도 된소리 발음이 날 수 있다. 셋째, 도로명 ‘○○길’은 ‘개나리길’, ‘개나리1길’, ‘개나리2길’과 같이 ‘○○’+‘길’로 분리되는 성질이 있어 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길’은 한글 맞춤법 제49 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유 명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되 붙일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으로 아래와 같은 고유 명사를 들 수 있는데 ‘○○+길’도 보통명사와 보통명사가 붙어 고유명사로 된 같은 유형의 것이다. 보기 : 대한중학교 청마고등학교 피리유치원 한마음아파트 장미아파트 소라아파트 소망교회 동대구시장 청마루식당 위와 같은 국어심의회의 다수 의견에 따라 ‘○○길’은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는다.
보태기) ‘첫째’ 사이시옷은 실질 형태소들이 붙은 합성어로 인정되는 것들 중에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는 말들에 한해서 적을 수 있습니다. ‘첫, 셋, 넷, 다섯’은 수 관형사로 존재하는 형태들입니다. 이 뒤에 붙어있는 ‘-째’는 수량,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 또는 명사구 뒤와 수사 뒤에 붙어 ‘차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접미사와 붙은 경우에는 사이시옷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째, 셋째, 넷째, 다섯째’ 표기는 ‘사이시옷’과는 관계가 없는 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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