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의 화제작 007 스펙터의 개봉과 함께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 한 기사가 터져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속칭 ‘열개의 눈(Ten Eyes)’으로 불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주도하는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SSPAC·Sigint Seniors Pacific)에 관한 기사인데, 본래는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 연합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로 시작된 이 정보기관 연합 모임에 한국을 비롯한 5개 국가가 합류하여 ‘열개의 눈(Ten Eyes)’으로 확대되었다는 내용이다. (맨 아래기사)
흥미로운 것은 이번 007 시리즈의 내용이 바로 세계정보기관 연합체인 ‘아홉 개의 눈(Nine Eyes)’이 설립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펙터(Spectre, 유령)라고 하는 비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악당이 일개국가의 정보기관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테러들을 세계 곳곳에서 일으켜 이 정보기관들을 폐쇄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의 연합체인 ‘아홉 개의 눈(Nine Eyes)’이라고 하는 국제 정보기관을 설립하여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려 한다.
영화 후반에 이 악당은 007과의 격전에서 한쪽 눈을 잃게 되지만 (호루스의 눈) 어쩐 일인지 살인면허를 가진 007이 이 악당을 죽이지 않고 살려둠으로 전 세계의 모든 정보기관을 통합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모든 행동들을 감시 통제하려는 악당(호루스)의 계획이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세계 정보기관의 연합체인 ‘아홉 개의 눈(Nine Eyes)’과 ‘악당의 한쪽 눈(호루스의 눈)’이 합쳐진 ‘열개의 눈’이 결국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감시 통제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007에 등장하는 정보기관의 연합체 ‘아홉 개의 눈(9+1)’과 이 영화에 맞춰 터져나온 ‘열개의 눈’에 대한 기사를 그냥 우연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I. 007 스펙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일루미나티의 어젠더들
해골을 배경으로 팔짱을 낀 007의 모습을 통해 Skull & Bones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1. 그림자 정부 Spectre
007 시리즈 Thunderball (1961) 과 Dr. No (1962)에도 등장한 바 있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당이 이끌고 있는 비밀 단체 SPECTRE (Special Executive for Counter-intelligence, Terrorism, Revenge and Extortion)는 그대로 번역하면 ‘유령’이라는 뜻으로 이번 영화 속에서는 이 단체가 전 세계를 움직이는 비밀정부(그림자 정부)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정복을 꿈꾸는 비밀결사 단체 스펙터(유령, 그림자정부)와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외눈박이 악당
2. 컴퓨터를 통한 감시와 통제 사회 구축
각국의 정보기관들을 통합한 ‘9개의 눈’은 전 세계 정보기관들에서 보낸 정보들을 거대한 슈퍼컴퓨터로 분석하여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감시 통제하는 기관이다. 666 컴퓨터를 통해 이 땅에 모든 사람들을 감시 통제하겠다는 일루미나티의 어젠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 위치 추적을 가능케 하는 나노칩(스마트 블러드)
영화 앞부분엔 현장 투입을 앞둔 007에게 스마트 블러드로 불리는 혈관을 타고 흐를 수 있는 ‘나노 칩’을 오른 손에 삽입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스마트 블러드(나노칩)를 이식한 007의 생체 정보와 위치 정보는 실시간으로 영국 정보국인 M16으로 전달된다. 베리칩 삽입을 통해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4. 혼란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영화의 끝 부분엔 영국의 첩보국인 M16 건물이 폭파 공법을 통해 해체되는 모습과 그 옆에 전 세계의 정보기관들을 통합한 새로운 국제 정보기관(9개의 눈) 건물이 밝고 화려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이 돌아가며 비춰진다.
애꾸눈이 이끄는 비밀 단체 스펙터는 이 새로운 국제 정보기관의 설립을 위해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테러를 감행한다. “혼란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일루미나티의 어젠더와 구시대의 질서(Old World Order)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의 질서(New World Order)가 세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 마컨
007을 붙잡은 악당은 바늘과 같은 드릴을 머리속에 찔러 넣어 그를 고문하고 뇌속의 기억을 삭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뇌 지도를 완성한 저들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 뇌지도를 활용해서 대상자를 마인드컨트롤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 연합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를 넘어 태평양 국가들과 신호정보 동맹인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SSPAC·Sigint Seniors Pacific·이하 에스에스팩)을 만들었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노든 문건에서 확인됐다. 한국이 국가안보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지역 첩보활동에 관여하는 구체적인 정황은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미, 한국·싱가포르·타이·인도·프랑스와도 ‘연합체’
태평양 신호정보회담 만들고 ‘하위 파트너십’ 구축
한국, 호주가 인니 도감청할 때 ‘모종의 역할’ 한 듯
NSA 문건엔 “2012년 한국 국정원장, NSA 방문”
올해 3월 뉴질랜드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된 ‘미 국가안보국과 뉴질랜드의 정보협력 관계’라는 제목의 스노든 문건을 보면, 한국은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뉴질랜드 등 ‘파이브 아이스’ 및 싱가포르·타이·인도·프랑스 등 아시아 지역 국가가 구성원인 ‘에스에스팩’에 속해 있다. 한 뉴질랜드 언론은 이들을 ‘텐 아이스’(열개의 눈)라 불렀다.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 정도로 번역된다. 유럽 국가인 프랑스가 포함돼 있고, 아시아 주요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빠져 있다. 복수의 외교안보 전문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태평양 지역에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 등 프랑스령을 두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정보 수집 대상 국가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미국과는 밀접하지만 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력 등의 영향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건을 분석하면,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신호정보 활동 동맹을 구축했고, 한국은 이런 질서의 한 하위 파트너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태평양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의 목적은 태평양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의 정보기관 고위급들이 만나 신호정보를 교환하거나 동향을 파악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을 보면, 뉴질랜드 통신보안국(GCSB)은 이 정보교류 모임의 회원으로 최근 2년간 의장국 역할을 했으며,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정보교환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미국과 뉴질랜드가 주축인 이 모임을 파이브 아이스에 빗대 ‘텐 아이스’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문건에는 뉴질랜드가 에스에스팩과 ‘에스에스유럽’(SSEUR·유럽 신호정보 고위급 회담)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텐 아이스는 태평양에 공동 이익이 있는 10개국이 모였지만, 정보를 활발하게 교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고위급 회담인 만큼 암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따른 애로점이나 동향을 파악하는 정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