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토레- 메스너, 수수께끼를 풀다 - 라인홀트 메스너 / 김영도 2014년 하루재클럽
세로 토레...또는 세레 토레...
나에게 위의 멋진 봉우리 이름을 듣고 연상되는 것은 세가지 정도였다.
1. 우이동 등산장비골목에서 볼수 있는 배낭회사 이름...사서 메보진 않았음.
2. 어느 미친 등산가가 자신의 초등을 증명하기 위해 컴프레셔를 들고 볼트를 무지막지하게 박으며 올라갔다는 거-또라이라 생각했음.
3. 옛날에 본 산악영화 VHS 비디오-최후의 등정 세레 토레... http://blog.naver.com/enry911/90029100057 -너무나 재미났음.
막연히 위의 세가지 정도로 압축되는 세로 토레라는 봉우리가 이번에 나에게 강렬하고도 섬세히 다가 왔다.
"산서를 읽는 것은 산악인의 의무이자 즐거움이죠" 라고 말하는 변기태선배가 근자에 1인출판사를 차리고 야심차게 처음 출판한 책이 바로 세로 토레(Cerro Torre) 봉우리에 대한 것이었다.
잠깐 세로 토레(Cerro Torre)라는 봉우리가 어떤 봉우리이며 어디 붙어있나 함 보자...
아~~~멋지다. 강렬한 햇살을 받아 반사되는 붉은기와 하얀 눈이 대비되는 모습...정말 멋지다.
하늘을 찔러 뚫고 나가려는 그 기세가 정말 무섭고도 장엄하다.
높이는 기껏해야 아이거 북벽(3,970m) 보다 낮은 3,128m이다. 삼천미터 간신히 넘은 봉우리이다.
세로 토레는 남미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아이스필드 지역에 위치한 한 봉우리로 바로 옆에 토레 에거, 피츠로이 같은 봉우리와 나란히 있다. 참고로 피츠로이(3,405)보다도 낮다. 하지만 하켄하나 박을때 없는 깎아지를듯한 화강암 절벽, 바다에서부터 불기시작하는 강렬한 폭풍, 자고 일어나면 눈폭풍과 낮은 기온으로 바로 빙벽으로 변해버리는 바위벽, 정상부근에는 '얼음버섯'이라고 불리우는 태고때부터 쌓여 버섯모양으로 되있는 눈빙벽구간...이 모든 요소들로 인해 인간의 오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상한 봉우리 인것이다.
이런...지구의 한쪽 구석탱이에...그것도 아이거북벽보다도 낮은 세로 토레가 세상에 알려지고 주목을 받기 시작한것은 '돌로미테의 거미'라고 불리우는 체사레 마에스트리(Cesare Maestri)라는 걸출한 등반가 때문이었다.
그는 1959년 당대 최고 등반가중의 한명인 토니 에거(Tony Egger)와 같이 이 세로 토레 봉우리를 초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산중 파트너인 토니 에거는 추락사하기때문에 초등정의 증거는 마에스트리 주장외엔 아무것도 없었다는데서 부터 오늘날까지 최고 미스테리인 세로 토레의 초등정 비밀은 출발하기 시작한다. 당시까지 등반불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어려운 세로 토레를 마에스트리는 초등정하였다고 하여 엄청난 부와 명예를 일순간에 거머쥔다.
허나...세로 토레 초등정의 증거를 오직 증언에만 의존한다는것이 어디 가당키나 하겠냐? 여기 저기에서 마에스트리의 세로 토레 초등정을 의심하는 주장이 나오고 논란에 휩싸이자 마에스트리는 변명과 무시로 일삼다 10년이 지난 1970년 엉뚱하게도 자신의 1959년 초등정을 증명하겠다며 40kg이상되는 컴프레셔를 가지고 화강암에 볼트를 촘촘히 때려박으며 세로 토레를 오른다. 웃긴건 자신의 1959년 초등정을 증명하겠다고 오른 루트가 1959년 루트가 아닌 다른 루트였다는 것이다. 또한 정상 눈얼음 버섯구간을 오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루트는 그 이후 세로 토레를 오르는 일반적인 코스가 되었으며 조롱기 섞인 콤프레셔루트라고 부르는 불명예스런 루트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1970년 마에스트리가 가지고 오른 컴프레셔...아직도 녹슨채 세로 토레벽에 걸려있다.
1970년 마에스트리가 컴프레셔를 가지고 오른 사건으로 자신의 초등정의 의심이 해결되긴 커녕 또 다른 뜨거운 논란과 비난거리만 제공하는 꼴이 되었으며 아직까지도 체사레 마에스트리의 세로 토레 초등정의 증명은 논란중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논란거리인 마에스트리의 세로 토레 초등정을 세계적인 등반가이며 글쟁이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오랜 기간동안 실제로 세로 토레를 오른 등산가와 관계자들의 증언, 당시 초등정보고서, 그리고 여러 세미나를 통한 마에스트리 자신의 증언들... 이 모든것을 냉철히 조사하고 판단하여 세로토레의 비밀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결국 세로 토레는 1974년 카시미로 페라리라는 등반가가 4년이라는 긴세월을 공들인 끝에 깨끗한 초등정을 이루고 만다.
세로 토레보다 조금 높은 아이거북벽이 1938년 안데르 헤크마이어, 하인리히 하러등에 의해 초등된후 무려 36년이 흐른다음 비슷한 높이의 세로 토레가 초등되었으니 지리적인 여건도 있겠지만 서도 그 만큼 오르기 어려운 봉우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체사레 마에스트리는 당시 돌로미테산군에서 주목할 만한 초등반과 어려운 단독등반을 성공하여 잘 나가던 등반가였다. 그러니 그 자부심과 영웅심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을 게다...그러한 그가 당시 유일한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발터 보나티(Walter Bonatti)와 함께 지원했던 1954년 K2원정대 대원에서 본인이 인정못하는 탐탁치않은 이유로 탈락하자 그는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명예와 자부심, 명성을 되찾을 그 무엇인가 필요했을 거고 그것이 바로 세로 토레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세로 토레에 모든것을 걸었고 전력투구를 하였으며 세로 토레에선 그 누구도 자신을 앞지르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등산은 언제 어떠한 경우에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했다...즉 등반으로 돈벌이를 한다든지 공명심을 만족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등반의 본질을 벗어난 일이고 완전한 외도라 했다...
그런면에서 마에스트리는 그저 자신의 불손한 목적만을 채우려 산에 대한 외경심없이 그저 정복해내고야 마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했던거 같다...그래서 그는 초등정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세로 토레 벽에 볼트를 박아대고, 보나티는 세로 토레봉의 안부에 '희망의 안부'라고 명명하는것과는 다르게 '정복의 안부'라고 명명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것이었다.
*체사레 마에스트리
메스너는 시종일관 마에스트리의 세로 토레 초등정시비와 컴프레셔를 박고 올라간 사실에 대해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체사레 마에스트리는 당시 누구나 인정하는 대단한 등반가임에 틀림없고 세상에서 다시 없는 영웅이며 자유등반가로 평가하며 그가 스스로 자기 삶을 규정짓고 결정하며 자기식대로 등반해온 인물이라 평한다. 또한 등반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다를수 밖에 없고 남이 타인의 등반방식에 대해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 한다. 등반윤리는 각자가 자기 윤리를 지키는 것이라 한다.
또한 메스너는 마에스트리가 1959년 세로 토레를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그의 용기에 감탄하고 그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한다.
맞다!
논란의 한 중심에 서 있지만...어떻게 등반가를 그의 성취물로만 판단할수 있겠냐? 성취물에 대한 용기와 도전의식, 열정등도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수있기에 이 점을 간과해서 판단할순 없을것이다.
세로 토레 초등정의 의혹을 떠나 마에스트리가 세로 토레에 쏟아부은 열정과 집념에 대해...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알피니즘의 역사는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곧 초등정시비의 역사라고 말할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올랐다.
알피니즘의 시초가 되는 1786년 몽블랑 초등정도 역시 초등정시비가 감추어져 있었다. 수정캐는 사람이었던 발마가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같이 오른 빠가르는 오르지 못했다고 거짓을 퍼뜨려 당시엔 혼자 오른것으로 됐었다. 100여년이 지난후 사실이 밝혀져서 뒤늦게 몽블랑이 바라보이는 샤모니광장 한쪽에 빠가르의 동상이 세워졌다 하니...과거에도 이런 시비가 있었고...아주 가까운 과거에도 이런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F.S. 스마이드의 <산과 인생>에 나오는 구절을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있다.
[등산가는 기계적인 개입이나 원조을 받지않고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의 식별력과 판단력에 의존하여 산을 올라야 하며, 천박한 정복욕이란 감정은 있을수 없으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중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등산이란 성취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우주 사이의 행복스런 결합이며 생존과 존재의 완성이다.]
아마도 체사레 마에스트리 마음에는 세로 토레의 높이 보다 더 높고, 곱절이나 센 폭풍이 부는 그런 감당하기 힘든 세로 토레가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대단한 등반가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알프스, 히말라야에만 편중된 관심을 남미 파타고니아로 옮겨보는 색다른 맛도 있으며...마에스트리라는 한 등반가를 좀더 자세히 알수있는 계기가 되었다. 320페이지의 멋진 장정으로 되있으며 그 안에 20개의 짧막한 단원으로 되 있어 지루하지 않으며 읽기 편하다. 또한 양질의 반사되지 않는 고급지를 써서 눈이 피로하지 않아...하루재클럽의 변기태 선배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첫작품이라는걸 한눈에 알수있었다. 앞으로 계속 발간될 예정인 등반사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출간되길 한번 기대해 보며 화이팅도 함께 빌어본다.
따끈따끈한 책에 김영도 고문님의 서명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진덕씨 사진 인용
한자 한자 심혈을 기울여 서명을 해주시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날 그 자리는 책을 받는 이의 이름을 적기보다...'오늘의 주인공에게'라고 통일하였다...
은근 괜찮다~~~오늘의 주인공^^
감사합니다.^^
첫댓글 마에스트리 또는 세로토레에 대한 최신 소식 ^^ http://blog.naver.com/7mmrope/220277899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