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골프장 잔디는 누렇게 겨울 옷을 입기 시작한다. 하지만 요즘 골프장은 아직도 푸른잔디에 빨간단풍마저 곱게들어 마치 녹색치마에 붉은저고리를 입고있는 새색시 처럼 보인다. 양잔디를 심은 골프장이 늘어난 까닭이다.
양잔디로 바꿔바꿔 골프장잔디는 잘 아는대로 크게 한국잔디와 양잔디로 나뉜다. 한국 잔디는 난지형이고 양잔디는 한지형 잔디다. 따라서 잔디 성격도 반대다. 한국 잔디는 여름에 생육이 왕성하고 병해에 강해서 유지 보수가 쉽다. 그래서 휴면기간이길고, 피해 회복력이 느리며 잔디질 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잔디 관리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골프장에서는 한국잔디를심었다.
반면 양잔디는 한여름 만빼면 연중 생육이 활발하고 추운날씨에 강해서 겨울에도 독야청청할 수 있다. 녹색 기간이 긴것도 긴것이지만 잔디질과 색감도훌륭하다. 피해복구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관리비가 많이든다. 최근 골프장 과잉공급의 시대와 함께 골퍼들도 오랫동안 색과질이 우수한 양잔디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새로지어지는 골프장은 물론이고, 기존의 골프장도 양 잔디로 바꾸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그린은 벤트그래스, 페어웨이와 티잉그라운드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는 형태다.
현재 제주의 골프장은 대부분이 양잔디고, 중부권에서는스카이72를 비롯해서 곤지암, 캐슬파인, 필로스, 몽베르, 렉스필드, 썬힐, 버드우드, 비발디파크, 버치힐, 휘닉스파크, 파인리즈, 하이원등이 양잔디다. 남부권에서는 군산, 진주, 함평 다이너스티에 가면 잔디가 지금도 푸르다.
최근의 양잔디로의 교체는 그린키퍼와 같은 잔디관리인력이 크게 늘어난 것에서도 기인한다. 잔디에 대한 고급 기술자들이 늘면서 잔디 관리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때문. 물론 양잔디가 무조건 고급이고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골프장에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 중지,들잔디(야지), 갯잔디, 왕잔디 등 한국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동래 베네스트에 깔린 금잔디는 섬세한 질감에 밀도가 높고 늦가을이 되면 불타는 것처럼 변색되는 멋이 일품이다. 또 안양베네스트는 직접개발하고 특허까지 낸 안양중지로 유명하다. 안양 중지는 야지, 금잔디의 교잡형인데 잎이 가늘고 줄기의 밀도가 촘촘하며 지지력이 높아 볼을 잘세워 준다.
골프박사, 잔디박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작품이다. 같은 삼성에버랜드에서 운영하는가평베네스트, 세븐힐스도 안양중지를 쓴다.
하이핸디캐퍼는 한국 잔디가 쉬워 한편 양잔디와 한국잔디는 외적 차이 말고 실제 샷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흔히 골퍼들은 양잔디가 나을것이라는 선입견이있다. 많은 아마추어골퍼들은 기가막히게 볼이 백스핀을 먹고 굴러가는 장면을 로망으로 생각하는데 양잔디는 짧고 촘촘하여 백스핀이 걸리 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클럽 헤드가 잔디보다 볼을 먼저 때리고 백스핀에 걸려 굴러가는 것은 로우 핸디캐퍼나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하이 핸디 캐퍼에게는 오히려 양잔디가 더 치기 어렵고 골프엘보에 걸릴 위험도 높다고말한다. 초보자는 한국잔디가 낫다는 것.
양잔디는 볼을 예리하게 맞출 수 있는 실력있는 골퍼라야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양잔디는 줄기 폭이 얇고 좁아 볼을 지지하는 힘이약하다. 또 부드러워서 채에 많이 감긴다. 이 때문에 볼과 지면사이에 클럽 에지가 정확히 들어가서 디보트를 떠야하는 샷, 즉 강한다운블로로 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토핑이나 생크가 나기 십상이다. 다행히 양잔디는 디보트가 나도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복구기간 이짧다. 실력있는 골퍼라면 양잔디 골프장에서 PGA투어프로 처럼 시원하게 뗏장을 떠가며 샷의 묘미를 한껏느껴도 된다. 반면 한국 잔디는 잎이 뻣뻣하고 두꺼워서 볼을 세워준다. 그래서 적당하게 맞히기만 해도 볼이 날아간다.
디보트를 내지 않아도 충분히 샷이 나오니 볼을 정확하게 찍기 어려운 하이핸디캐퍼나 비기너에게 는 더 좋은 셈이다. 양잔디와 반대로 한국잔디는 디보트가생기면 회복력이느리다. 이런 이유로도 한국잔디는 디보트가 생기지 않도록 쓸어치는 것이 낫다. 단 이른 봄이나 늦가을, 잔디가 듬성할때 볼이 떠있지 않은 라이에서는 다운 블로로 내려 쳐야 미스 샷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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