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차.141123.일. 일광해변-온산산업단지/에스오일건설정문
하얀손(백씨/손씨) 부부에게 인사말도
못 전하고 06:30에 일광해변을 떠난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동해바다에
서의 일출이 내게 대단한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왜 그랬을까?
해가 바다 위 수평선이 아닌 구름 위로 떠서
다. 그래도 동해바다의 일출이니 인정하자. 어쨌든 기분 좋은 아침이다. 아내가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어진
다. 바닷가에서 한 노인이 생선회를 뜨고 있다. 한 점 맛을 보자고 하니
두 점을 주고 나서 더는 안 주고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아무래도 아침식사인 것 같다. 생선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살아 움직인다. 그 맛과
느낌이 꽤
오래 간다. 많은 섬과 만으로 복잡하고 아름답던 서해안 남해안과는 달리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단
순 듬직한
남성스런 동해바다다. 가끔은 정리가 안된 구간도 있지만 정말 어머님 품 속 같은 바다다. 오늘의
해파랑길은 예쁘게 단장되어 있고 가까이 바다경치가 아름다워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된다. 걷는 시간보다
메모와 사진 찍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마을 앞
바다가 명경지수처럼 티 없이 맑고 깨끗하다. 기장면 문동
에서 해파랑길을 걷는 네 명의 일행을 만난다.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하여 23일 걸렸단다. 그런데 어울려 가지
않고 띄엄띄엄 따로 따로 간다. 함께 걷는 것이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임랑해변가의 정훈희/김태화의 카페
앞을 지난다. 주말마다 온다는 그들이 오늘 일요일인데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월래해안로에서 해파랑길이
자취를 감췄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난 잘못이 없다. 나는 그저 해안을 따를 뿐이다. 고리원전으로 가까이 가
면서 또 다시 재미있는 길 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고리원전을
벗어나는 길에 다시 만난 해파랑길은 잠시 후
또 헤어진다. 해파랑이 어디로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난 비낭만적인
31번국도를 따른다. 이젠 해파랑이를 잊
자. 또 서로 만나면 반갑고 또 헤어져도 섭섭해하지 말자. 서로 길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11시 정각 부산
시를 벗어나 울산시로 진입한다. 모처럼 3,900원짜리 콩나물국밥을 먹어보려 했지만 일요일이라고
휴업이
다. 명산삼거리를 지나 동천농원의 부산과 군산에 두 딸을 시집 보내고 아들이 군에 가 있는 주인아주머니가
인심도 좋다. 같은 양띠 동년배를 알아봐서인가 배 하나만 팔라고 했더니 너무 커서 다 못 먹으니 맛보기로
준비해놓은 배를 그냥 먹으란다. 그리고는 참다래 두 개를 더 주면서 깍아서 먹으란다. 고맙습니다. 간절곶
해안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여 성게를 잔뜩 건져
올린다. 성게철인 모양이다. ‘힘들어요?’ ‘힘들어요!’ 그 한
마디에 그녀들의 고단한 삶이 살짝 엿보인다. 왜 해녀는 있어도 해남은 없을까? 드디어 간절히 바라던 정동
진보다도
해가 먼저 뜬다는 간절곶 꼭지점에 도착한다. 수 년 전 출장 길에 들렀던 기억이 난다. 간절곶에서
송정공원으로 넘어가는 중간 해파랑길은 급경사 계단을 두 번 오르고 두 번 내려가는데 사이 사이 조그만
만
안으로 파도에 밀려 온 쓰레기가 많아 마치 쓰레기 처리장을 지나는 기분이다. 용왕님도 쓰레기는 싫다고
육
지의 것들을 받아주지 않는 모양이다. 진하해변에 조성된 나무데크는 걷기에 아주 편하도록 되어있지만
쓰레
기 처리가 미흡하고 국토종주동해안자전거길에는 주차된 차들로 점령되어서인지 지나는 자전거는 한 대도
보이질 않는다. 화야강 하구를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명선교를 건너 온산읍 강양리의 바다가 보이는 호젓
한 강양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끝은 온산국가산업단지내 대형공사판이다. 잠깐 동안의 공사현장을
통과하고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지루한 공단 내 자전거길을 걷는다. 온산항사거리를 지나는 당월로를 따라가다
깜깜
해진 6시에 에스오일건설 정문에서 시외버스터미날로 가는 527번
버스를 타니 안심이 된다. 엄청나게 큰 산
업단지 내에 내가 잠잘 곳이 전혀 없다. 마침 아내의 부름을 받고 집에 가서 자기로 한다.
첫댓글 우리 친구 기인이가 우리나라 해안 (서해, 남해, 동해안) 즉, 강화~ 해남~ 부산~ 고성~ 명파까지 3,000여km를, 2014년 5월 15일부터 2015년 1월 31일까지 10번에 나누어 87일간 걸은 국토대장정 기행문입니다. 기행문 제목은 ‘해안따라 두발로’ 입니다.
아주 실감나게 재미있게 잘 썼습니다.
그러더니 금년 3월 19일부터 6월 2일까지 75일간, 히말라야트래킹(랑탕히말라야, 안나푸르나라운딩, 쿰부히말라야)을 떠난다고 열심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일반여행사에서 만든 히말라야 맛만 보는 10일짜리 구간트래킹이 아니라, FULL COURSE 트래킹이라고 합니다. 포터, 가이드 없이 혼자 다니기로 했답니다.
SK하이닉스에 다니는 아들이 환
SK하이닉스에 다니는 아들이 환갑기념으로 트래킹 여행경비를 선물했다고 흐뭇해 합니다.
기인이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 속에 하고싶은 것 맘껏 즐기며 사는 아주 행복한 친구입니다. 매우 부럽습니다.
‘다음카페’에서 ‘아무지산’을 검색하면, 우리나라 ’9정맥 산행기’, ‘해외산행기’, ‘자전거여행기’(4대강 출발점인 서해갑문부터 제주도까지), ‘해안따라 두발로’ 등의 기행문을 많은 사진을 곁들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친구 기인이가 행복한 히말라야 트래킹을 안전하게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2015.2.27일
고맙다, 정문아! 부디 너의 두발로 여행도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다녀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