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체자원 앰플보존 모습. 사진출처: 질병관리본부 국가 차원에서 보유한 세균·바이러스 등 인체유래 병원체자원이 1만주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어서 생물자원 주권을 강조하는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대책 마련이 필요할 듯 싶다.
31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국가병원체자원은행(NCCP)이 발간한 ‘2012년 국가병원체자원은행연보’에 따르면 국가에서 관리하는 인체유래 병원체자원의 수가 2012년을 기점으로 1만주를 넘어섰다.
현재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 보유·관리하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곰팡이·효모)과 병원체 연구를 통해 얻은 항체, 항독소, 단백질 등 파생자원의 종류는 7월 현재 1만1,631주에 이른다.
이 중에서 약 2,000주는 매년 일반 연구자나 의료기관 등에 분양돼 백신을 연구·개발하거나 환자를 진단할 때 재료와 대조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병원체자원TF 신나리 연구사는 “병원체자원은 신종·변형체로 인한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에 대한 백신개발, 백신효능 평가, 진단법 개발 등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며 “병원체자원은 나고야의정서 제8조에 따라 유전자원 범주에 포함돼 더욱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연구사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표준화된 병원체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외국의 병원체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었다”며 “병원체자원이 1만주를 돌파했다는 것은 국내 연구 환경의 토대 마련과 병원체자원에 대한 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병원체자원의 국가자원등록은 내년 10월 국내에서 개최되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앞서 6월쯤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고야 의정서에 대비해 각국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종 감소로 종 다양성 보전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됐다.
1993년 12월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관련 이익의 공평한 공유 등 세 가지 목적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생물다양성협약 발효 이후 유전자원 접근과 이익 공유 원칙이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이라는 다른 두 가지의 목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생물자원 보유국들은 이익 공유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 규범의 채택을 요구했고, 그 결과 생물다양성협약의 목적 중 ‘유전자원의 이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위해 지난 2010년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된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에 따르면 유전자원 이용국은 제공국의 승인 후 자원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에 따라 발생한 이익은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
신 연구사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병원체자원의 주인에게 이익에 대한 공유를 해줘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원료물질을 수입해 분병한 후 백신을 제조·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체자원을 수집하고 연구를 통해 실제 상용화에 이른다면 외화를 유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생물자원이 국가적으로 자원화 및 무기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신종·변종 감염병으로 인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보건의료산업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병원체자원 확보의 중요성은 부각돼야 할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국가병원체자원거점은행 3곳 운영
국내에서는 병원체자원의 효율적인 수집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경남, 경북, 전북에 위치한 3차병원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병원체자원거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고야 의정서 범정부대책을 수립하고 국가생물자원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및 관련 법 정비에 나섰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1년 6월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연구자원법)’을 개정해 질병관리본부를 병원체에 대한 기탁등록보존 책임기관으로 지정했다.
이후 복지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등에 관한 규정’ 제25조 제13항에 따라 연구 성과 분야별 관리·유통 전담기관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으로, 기탁등록보존기관을 질병관리본부 국가병원체자원은행으로 명시했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생물자원이 부족해 생물유전자원이 풍부한 국가로부터 자원을 제공받아야 하는 ‘자원이용국’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앞서 병원체자원 확보를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남지역 국가병원체자원거점은행의 총괄관리를 맡고 있는 조명제 교수(경상대의전원 미생물학교실)는 “병원체자원이 1만주를 넘어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기초 수준”이라며 “연구자가 원활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최소 100만주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1년에 4억원의 예산을 전국 3개의 병원체자원거점은행이 나눠 사용하는 방식으로는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보다 많은 병원체자원을 수집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도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대비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신나리 연구사는 “미국 미생물보존센터 ATCC의 경우 보유·관리하는 병원체자원의 수는 10만주 이상이고 독일의 DSMZ는 2만주 이상의 생명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생명자원의 수는 아직 부족하고 더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