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째ㅡ이탈리아의 해변도시...작고 조용한 "사보나" 입니다
기사님 식당
국민학교 1학년 다닐 적 우리 아래 동네에는 굴다리가 있었고, 그 굴다리 주변에는 딱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몇 개 있었다. 그 중에서 내 시선을 끌며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 가게가 있었는데 두 가게 모두 식당이었다. 한 가게는 기사식당, 조금 아래 있는 식당은 기사님 식당이었다. 기사 또는 기사님 이라고 해봐야 그 당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은 택시기사, 즉 택시아저씨들이었다. 그 택시 기사들의 직업들이 얼마나 좋길래 식당이 따로 있을까?
하굣길 그 앞을 지날 때면 항상 노란 제복 입은 아저씨들로 북적거렸는데, 대개는 식당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이라 안은 볼 수 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아저씨들은 동전 잔뜩 든 주머니를 들고 종류별로 동전을 하나씩 동전 정리 통에 담으며 그 오후 1시의 따뜻한 햇살 아래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노란 제복에 누런 이가 제법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가끔은 그 이름 때문에 우리 집에서 키우던 누렁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당시 기사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택시 기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택시 타고 천원을 종이돈으로 내고 50원의 거스름돈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들만 갈 수 있는 식당이 따로 있는 특별한 직업의 아저씨들이 아니었던가!
기사아저씨들만 갈 수 있다고 알고 있다가 일반 사람들도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성인이 되고도 한참 지나 서른 살도 지났을 때다. 그 곳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그 특별한 식당에 들어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우쭐해졌다.
요즘 가끔 택시를 타는데 내릴 때 택시 아저씨들의 수고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는 그 옛날 제복을 입고 특별한 식당을 가는 특별한 아저씨들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