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임의로 불매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함 같이 사람의 인생은 눈으로 보나 내 임의로 아니됨을 절감하였으므로 저토록 아름다운 꽃이 그곳에 있어 볼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해 하는 오늘의 안주에 감사한다. 내일도 그 행복이 말없이 나를 맞아 준다면 또 얼마나 감사할까.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과 고마우신 친지들 그리고, 언제나 향기로운 내 친구들과 이 아름다운 봄을 함께 나누고자 하며 그대의 3주기에 <안개의 불>을 당신께 올립니다.
1996.5.12 저자 강숙려
제 2 시집 안개의 불 해설
글 작성 시각 : 2002.10.31 17:01:34
육체를 거름으로 정신을 초목으로 가꾸는 "바람"의 시 정신
ㅡ "미소 담긴 눈빛에 대하여"
강숙려 시인은 단적으로 말해도 좋지만, 시적 동기의 출발을 '버림'에다 두고 있다. 그가 시를 쓸 때 말하고자 하는 눈빛과 몸짓을 '버림'이라는 붓을 들고 시작하지만 그의 '붓'은 '칼'이 되어 시인 자신을 다듬어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 ...............................
시인 한공육선생님께서 해설을 써 주셨고 도서출판 솔바람에서 출판 되다..
제 1 부 꿈꾸고 싶다
글 작성 시각 : 2002.10.31 18:01:17
제 1 부 꿈꾸고 싶다.
<꿈꾸고 싶다>
꿈이고 싶다 돌이키지 않은 것들도 잊지 못해 가슴 아픔도 모두 한갖 꿈이었으면 싶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가슴 벅차고 가슴 아픈 것들 모두 이슬처럼 떨어 뜨리고 싶다 그렇게 잊고 싶다
당신의 손길 아니면 안되던 자식들 모두 자라 떠나 보내고 행여나 자식들에 폐가 될세라 발꿈치 들고 걸으시며 숨 죽이시는 어머니
새벽 잠이 얕으시는 어머니는 자식 위한 기도로 시작과 끝을 맺으시며 고이 성경 읽으시고 문소리도 살그머니 산책길에 서시면 새소리 벗하여 얘기하시지요
자는 듯이 소롯히 한잠에 가야한다고 자식들에 폐 되지 않아야 한다고 내 고운 어머니는 평생에 곁에 둔 일기장에 가슴 속 말들을 적고 계신다
2
언제나 나의 거울이신 어머니 당신의 가슴이 그리운 오늘 왜 이렇게 눈물이 나나요
모든 일 묵묵히 참아내시며 작은 몸집에 어찌 그리 큰 가슴으로 포용하시나요
이제 제 딸아이 어미 되어 싸릿문을 들어 섭니다만 어머니 무엇으로도 어머니의 향기에 못 미치오니 그저 젖고만 싶습니다 지난 모든 것 용서하소서 그냥 용서 받는 딸이고 싶습니다
앙상한 당신의 손 데워드리는 딸이고 싶습니다.
<거울>
나의 어두운 모든 것들 애써 감추어도 촛불 켜고 들추어 내는 너는 내 허기진 모습 눈웃음 치며 애원해 보지만 잔주름 하나도 모질게 드러내 숨겨 두질 못한다.
때론 너는 말하지 실눈 하지 말고 깊게 내려와서 네 심장을 꾹 눌러 보렴 하고
한 점 구김없이 사랑하고 한 점 헛점없이 드러내는구나
하얀 것은 하얗게 추운 것은 춥게 내 오만도 네 앞에선 무릎 끓고 한갖 꿈이었나 싶은 지난 여름도 줄줄이 네 앞에선 지울 수 없는 불꽃처럼 황홀하구나.
<지천명의 얼굴>
언제나 꽃이고 싶겠지만 금방 마흔 되고 쉰 된단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꽃띠에서 머물지 그것은 나만이 아니고 나의 어머니, 할머니,증조할머니였던 너의 고조할머니도 늘상 마음은 열아홉 소녀였으리니
우리는 항상 겉사람만 보고 지는 꽃이라 생각하지만 난 아니야 그리고 또 그리고 아니야 그렇지만 거울 속의 얼굴은 지천명의 무거운 얼굴이구나
그래, 이제 이쁜 것은 너희가 갖고 내 값에 어울리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시와 같은 고운 여인으로 남으련다.
지문 만큼이나 독특한 나만의 그림을 위하여 내면을 딲는 오늘이고 싶구나.
<언제나 열아홉>
그때는 사진 찍는 데마다 얼굴을 내밀었는데 이제는 찍자찍자 해도 멀리서 웃기만 한다네
어느날인가 생소한 나이든 한 여인이 사진 속에서 내 눈과 마주쳤을 때 다시는 사진 같은 것 찍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지 가슴이 썰렁한게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더라구
딸아이의 싱그러운 젊음이 보기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이 내 것이었더니 어느새 그리움만 노오랗게 피어오르고 가슴에 차 오르는 회한이 뜨거운 눈물로 떨어지는구나
그러나 마음은 열아홉 그 시절 열정이라네.
<고향의 물결>
발자국이 짧던 그 시절엔 그렇게 높게만 보이던 뒷동산 언덕 꿈이 흐르던 시냇물 동구 밖 정자나무 이제 빈 까치둥지만 외로워라
각시풀 땋아 내리던 꽃길엔 흰 싸리꽃 눈꽃처럼 내리고 잔물결 하얗게 쓸어내리던 시냇가 송사리도 떠난지 오래여라
물안개 어리던 산그늘 아래 보리물결 출렁이면 깜북이 휘날리던 곳 언제나 눈 감으면 달려오는 고향하늘 동심에 찬 큰 아이되어 휘둘러 보니 터는 고향 턴데 모두가 낯 설어라
꽃잎 나물에 흙밥 짓던 고사리 손 세상때에 절여 갈퀴가 되었으니 고향 인들 어찌 옛 노래만 부를 수 있겠스랴
발자국이 짧던 그 시절엔 오월의 꽃잎처럼 꿈이 자랐지.
<풍경이 있는 해거름의 고향>
보리쌀 삶는 구수한 내음이 드리운 해거름
생솔가지 태우는 매캐한 저녁 연기가 동네 어귀에 풀려 흐른다
낱가리 마당엔 삽살개들이 얼려 놀고 짚동 속엔 술레잡기에 바쁜 아이들의 소리들
참새 서너마리 곳간 창틀에 달려 재잘거린다
꼴머슴이 김이 솟는 소죽 한 통 퍼 누렁이가 누워있는 소 마굿간으로 들어가고
곰방대를 흔들며 대추나무집 순덕아범 마실 나간다.
에헴, 에헴,으에헴.
제 5 부 나는 할 수 없지만
<나는 할 수 없지만>
편치 않은 마음이 있다.
노도처럼 휘몰아치는 격정 엉킨 실타레처럼 짜증스런 심사 어디에서 연유되는지 알 수 없는 이 곤혹스런 날은 무서워서 떠날 수도 없다.
그렇게 좋던 난도 귀치 않고 그리움의 꿈도 꾸고 싶지 않다.
어리석고 못나고 벌레 같기만 하다 부끄럽고 챙피하여 숨었으면 싶다 무엇으로 나를 세우며 살려나.
아, 기도가 있었구나. 나를 부르는 소리 있었구나. 나는 할 수 없으나 나를 위하여 하시는 이가 계시었구나. 감사한 이 사실을 잠시 잠깐 또 잊고 있었다네
교만한 마음으로 내가 하려 들었으니 주여 용서하소서. 이 어리석음을.
<나는 홑이 아니라 겹이었다네>.
알고보니 내 속엔 언제부턴가 두 사람이 살고 있었네 나는 홑이 아니라 겹이었다네
진정 선하고 싶은 나와 또한 욕망의 나와 항상 싸운다네 싸운다는 것은 내 속에 둘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나의 적은 욕망이라네 내 육체와 정신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네
죽으면 썩어질 육체에 져서 되겠나
육체를 거름으로 정신을 초목으로 푸르게 가꾸어 초막집이 무너지는 날 내 님 계신 곳으로 허위허위 가겠네.
<기도 1 >
지갑 속에 그날 쓸 몇 푼의 지폐와 떠나고 싶을 때 언제나 떠날 수 있게 내 기동력에 가솔린 가득 채워져 있다면 오, 주여 얼마나 감사합니까
내 남은 여생 당신의 말씀 따라 오고 가며 철따라 색깔 맞추어 웃을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입니까
남 가진 것 아무 것도 못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한 자락 그것만 있다면 저는요 기쁨으로 자고깨는 날 속에서 행복으로 살겠습니다.
<기도 2 >
내 마음을 나 보다 더 잘 아시는 이 있어 나는 기도만 한다네
내가 일용할 양식만으로도 기뻐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네
내 힘으로도 울음으로도 안되는 일 그대 이미 이루어 놓으셨다네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고 고민할 것 이미 다 아시고 이루어 놓으시고 기다리시는 그대 사랑이여
세상으로 눈 돌리지 말라 엄히 상심하시는 이 우리는 항상 곁길로 나가 그대 가슴에 못 박고서야 돌아서는 어리석은 자 였었지
이제 돌아와 그대 품속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기도할 수 있다는 오늘에 감사, 감사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로>
아침에 눈 뜨면 늘상 해 오던 기도가 요즘 들어 기도 보다 먼저 달려오는 정리 되지 않은 생각들로 씨름을 하고 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머리에 들어와 있나 보다 세상일은 염려와 걱정 뿐인데 무언가에 욕심내고 있다보면 염려와 걱정이 오는게 아니겠는가
가슴을 비우자 비우자 하면서도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욕심을 버리자 버리자 하면서도 성경 읽기를 게을리 하면 꼭 튀어나오는게 죄의 삯 밖엔 없다니까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도하며 내 날보다 그대들의 날을 위하여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이 되도록 뿌리 깊은 나무를 닮아가야 하겠다.
<작은 점이었던 나>
황홀한 오이도의 낙조 그 앞에 작은 점인 나 그 점이었던 나를 그대 피 흘려 죽기까지 사랑하셨나니
순간의 시간도 가늠할 수 없으면서 내일을 위하여 바쁜 내 발길 철없다 않으시고 어루만져 살펴주시니 그대 사랑 이제 깨닫습니다
값없이 받은 이 사랑 전하려 하나 모두 입었다 하니 더러운 의의 옷 벗기기 너무 어려워 당신의 애닲은 마음 눈물 같은 기도입니다.
가슴에 눈섶달 자라 둥근달로 떠 그대 사랑 노래하며 전하고 전하려 오늘도 골고다 언덕을 오르옵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솔잎을 씹으며 뜨겁게 붙어 있는 흔적 떨치려 시월의 산에 오른다
낙조에 어우러져 곱디고운 단풍이던가 가슴에 흐르는 서늘한 바람 오래 참고 인내하며 삭여도 더러운 옷 같은 내 의 일뿐 용서되지 않는 눈물 나를 위하여 기도하는 밤
이 작은 일에 가슴을 열지 못하는 미련함을 용서하시나요
시간의 벽을 넘고 그대 가슴에 불 밝히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꽃을 꽃이라 보지 못하는>
가슴을 열어 털어 보여도 구석 어느 곳에 숨겼다 한다
마음을 열어 흔들어 보여도 모퉁이 어디엔가 담겼다 한다 의심 마귀는 의심만 낳는다
믿지 못하는 괴로움이란 차라리 안 믿는 것 보다 더 괴로운 것
꽃을 꽃이라 보지 못하는 가엾은 눈은 눈물도 흘리지 못할거야
둥둥둥 가슴의 북이 울려도 듣지 못하는 귀로는 어거정어거정 게처럼 옆길로만 간다.
<오라, 내게로>
사랑을 저울대 위에 올려 놓고 아침 저녁으로 달고 있다
욕망의 추 앞에서 사랑은 벌거 벗긴채 문 밖에서 울고 있다
계산 없던 그 시절의 순수했던 빛갈의 사랑도 지고 더러운 저울대 위에서 몸을 떨며 사랑이 울고 있다
이 겨울의 바람 앞에서 오라, 목화솜 보다 더 포근한 사랑을 주리라
값없이 받은 나의 님의 사랑을 눈금 없는 저울로 모두 퍼 주고 싶다.
<겨울나무>
여름날의 영화로움도 영광스러운 가을날의 찬미도 순리 앞엔 한갖 부질없는 꿈이었다
초연한 자세로 훌훌 벗어 던진채 황홀히 서 있는 너의 자태
비울 수 있었기에 다시 채울 수 있는 영광 또한 너의 것이다
갖고 싶지 않은 것 까지도 붙들고 놓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너의 여린 가지 앞에서 차마 고갤 들 수 없구나.
제 2 시집 "안개의 불'을끝내고
글 작성 시각 : 2002.01.08 17:33:19
바람이 임의로 불매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함 같이 사람의 인생은 눈으로 보나 내 임의대로 아니됨을 절감 하였으므로 저토록 아름다운 꽃이 그곳에 있어 볼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해 하는 오늘의 안주에 감사한다. 내일도 그 행복이 말없이 나를 맞아 준다면 또 얼마나 감사할까.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과 고마우신 친지들 그리고, 언제나 향기로운 내 친구들과 이 아름다운 봄을 함께 나누고자 하며 그대의 3주기에 <안개의 불>을 당신께 올립니다.
96. 5. 12
나는 이렇게 머리말에 썼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오늘 여기 이 자리에서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새 행복의 자리에서 나의 재산을 집듯 이글을 읽으며 하나님께 감사해 하고 있다. 저자 강 숙 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