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한약재 중에서도 ‘인삼(人蔘)’과 ‘녹용(鹿茸)’은 보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약재다. 여기서 인삼은 비위를 강화시켜 후천(後天)지기를 강화시키고, 녹용은 비뇨생식계통을 강화시켜 선천(先天)지정을 강화시킨다는 구분은 있지만, 두 가지 약재 모두 몸을 보강시키는 효능이 강력하기 때문에, 한의사는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알맞게 처방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에 관련된 수많은 얘기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도 매우 많은 편이다.
실제 아직도 녹용을 먹으면 뚱뚱해지는 건 아니냐고 걱정한다든지 머리가 나빠지는 건 아니냐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그 유언비어의 뿌리가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언비어가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배경에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일반인들이 함부로 복용할 수 없었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녹용은 왕에게 진상되는 중요한 공물이었다. 독도를 언급해서 유명한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충청도 공주목 남포현과 경상도 경주부 동래현 및 진주목 사천현, 전라도 나주목, 그리고 평안도에서 녹용이 약재로 왕에게 진상된다고 기록돼 있다. 알다시피 녹용은 사슴뿔을 얘기한다.
그중에서 갓 자란 싹과 같이 싱싱한 사슴뿔을 자른 경우를 녹용이라 하고, 노화돼 부러지거나 저절로 떨어진 경우를 녹각(鹿角)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옛날에는 지금처럼 사슴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사냥을 해야만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녹용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실제 태종 17년 윤 5월 9일과 세종 9년 4월 4일의 ‘왕조실록’에는 ‘사냥을 나가도 열에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는 얘기와 ‘며칠 동안 사냥을 다녀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하여 농사를 방해하고 백성을 괴롭힘이 이보다 심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얘기가 기록돼 있을 정도다.
다시 말해 옛날에는 왕족들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녹용이 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옛날에는 매우 귀했던 녹용이지만, 요즘에는 가까운 한의원에서 얼마든지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다.
또한 녹용의 치료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비뇨생식계통을 강화시켜 뼈를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이나 어린이 성장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연구 결과 밝혀졌다. 그리고 녹용한약을 복용하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것도 연구결과 밝혀졌는데, 실제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세포의 합성이 촉진되는 것이 증명됐다.
특히 학습능력에 관계되는 뇌세포의 RNA 합성을 촉진시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유언비어는 그야말로 낭설이 됐다.
마지막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10여 년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녹용 한약을 복용한 필자의 딸은 아직도 체중미달이고, 학업성적도 우수하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유언비어에 속지 말고,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내 몸에 알맞은 한약을 복용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