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주 실업수당 사상 최대
美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분기 성장 -50%로 추락할 것"
전문가 세계경제 떠받쳐 온 美
이젠 불황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세계 경제를 떠받쳐왔던 미국 경제가 코로나19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심장'인 뉴욕과 캘리포니아가 코로나 사태로 마비되고 소비 활동이 얼어붙어 경제가 차갑게 식어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고, 반면 실업자 수는 수직 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갑작스러운 침체는 세계경제를 고꾸라뜨릴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23일 "경제 전문가들의 입에서 '대공황'이란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50%'비관론도
코로나 사태 악화로 미국의 경제활동이 일제히 멈춰 서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충격적인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따. 지난주까지만 해도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10%대 마이너스를 기록하리라는 예상이 흘러나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22일엔 모건스탠리가 2분기 경제성장률을 -30%를 예상했고, 마이너스50%(세인투루이스 연방준비은행총재)까지도 나왔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금융위기 등 과거의 대형 경제 충격을 뛰어넘은 암울한 수치다. 나카마에 다다시 나카마에국제경제연구소 대표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그동안 거품이 커지던 세계 경제는 미국 소비에 힘입어 불황을 면해 왔다. 코로나19는 미국의 소비를 직격하면서 감속하고 있던 세계 경제를 단번에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없는 미국의 침체 우려는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실제의 삶'이 일제히 멈춰 선, 이른바 실물경제의 마비로부터 기인한다. 미국 곳곳에서 '전원재택근무' 같은 특단의 거리 두기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식.엔터테인먼트.운수.여행 할 것 없이 미국 전역에서 전방위적으로 소비가 이토록 마비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비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한다.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지표들은 이미 '번지 점프' 수준의 소비 폭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식당 예약 서비스인 미국 오픈테이블 분석 결과 3월 둘째 주의 미국 레스토랑 예약은 전년 대비 약 70% 줄었고, 지난주엔 급기야 100% 감소했다. 식당 예약이 아예 사라졌단 뜻이다. 수퍼마켓 등 소매 판매도 가파르게 감소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소매점 방문자 수는 전년보다 70% 감소했다.
◆소비 절벽이 일자리 위기로
미국은 정규직이 적어 권고사직이나 해고가 비교적 쉽다. 공유경제 확산으로 프리랜서도 많다. 이 때문에 소비 절벽은 곧바로 일자리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제임스 불러드 총재가"실업률이 2분기에 30%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불러드는 22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전투를 벌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폐쇄.격리 조치로 국민소득 중 약 2조5000억 달러(약3169조원)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3월 셋째 주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26일 발표예정)가 약 225만건으로 과거 사상 최대치인 (1982년)인 69만5000건의 3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의 예상은 이보다도 훨씬 비관적인, 약 400만건에 이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활동이 멈춰서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소비를 못 해 다시 자영업자와 기업이 타격을 입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불러드는 이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최대 마이너스50%까지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정부가) 꺼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경제가 '독감'에 걸려 쓰러지면, 세계 경제는 '중병'이상의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서이 크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국제통화기금 집계)에 달하며,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2대 수출국이다.
출처: 조선일보 2020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