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 사회에 적용해도, 아니 전세계 어디에 적용해도 충분히 적절하게 설득력있는 내용이다. 우리는 충분히 발전했고 과거의 야만적인 것들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한순간 바로 그 야만적 사고로 되돌아갈 수 있다. 10년간의 소위 진보정권하에서 민주주의가 자리잡았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 70년대 권위주의로 되돌아가서 마녀사냥이 되살아난 경험을 생생히 하고 있다.
피카드가 너무나 잘 표현했듯이 뿔달린 악마는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선량한 사람으로 포장된 악인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잠복해 있다가 적절한 때가 되면 나타나서, "정의의 이름으로 공포를 조장"한다.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와 닿는 대사가 아니던가. 정의의 이름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티비화면에서 막말을 뱉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과거의 독재를 청산하고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안심한 바로 그 순간에,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집어 진 경험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다.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어 마녀사냥이 일삼는 사회였고, 정의의 이름으로 폭력이 정당화되고 공포가 만연한 사회였다. 내일 (5월 9일)이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피카드가 적절하게 짚어준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시의 눈초리를 부라리고 있어야 할 숙명을 우리는 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게을리했을때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어야 한다.
아마 지금 이 에피소드를 미국인들이 다시 본다면, 우리와 똑같이 아니 우리보다 더 절실하게 메시지가 와 닿을지 모르겠다. 트럼프의 미국은 앞으로 몇년간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댓가"를 치렀다고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DJ-노무현-MB-박근혜로 이어지는 작용과 반작용을 우리가 겪고 있듯이, 미국도 마찬가지로 부시-클린턴-부시-오바마-트럼프의 작용 반작용을 겪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결코 우리가 진보와 발전을 달성했다고 자만할 수 없다. 언제건 순식간에 황폐한 과거로의 회귀가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그것은 늘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가장 이성적이로 진실하고 품격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사실은 너무나 잘 포장된 껍질 아래 정의의 이름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꿰뚫어볼 능력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다.
여기서는 피카드가 그것을 꿰뚫어봤고, 제대로 그 사실을 밝히는데 성공했지만, 실생활에서 우리는 대부분 워프와 같이 그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현란하고 진실되어 보이는 포장에 쉽게 속는다. 심지어 명백한 범죄자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조장하는 공포에도 쉽게 속는다. 혹은 내용없는 사람이 포장한 새로운 정치라는 실체없는 허상에도 쉽게 속는다. 그래서 항상 과거로 회귀할 위험성은 항존하고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와 같이, 우리 사회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궤뚫어보는 경고 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런 에피소드는 스타트렉이 가지고 있는 매우 큰 미덕이다. 우리 안에 항존하는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 그래서 늘 우리에게 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리마인드 시켜주는 이런 내용이 종종 스타트렉을 대표하는 사상이기에 스타트렉만이 가지는 매력에 오랜 세월 사람들이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피카드와 워프가 나누는 아래 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왠만한 사상가보다 더 잘 분석하고 있다.
"We think we've come so far. Torture of heretics, burning of witches, it's all ancient history. And then, before you can blink an eye, suddenly it threatens to start all over again."
"I believed her. I-I HELPED her! I did not see what she was."
"Mr. Worf, villains who twirl their mustaches are easy to spot. Those who clothe themselves in good deeds are well camouflaged."
"I think, after yesterday, people will not be so ready to trust her."
"Maybe. But she or someone like her will always be with us, waiting for the right climate in which to flourish – spreading fear in the name of righteousness. Vigilance, Mr. Worf. That is the price we have to continually pay."
피카드의 상대로 정의의 이름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노라 사티제독 역할로 전설적 여배우 진 시몬즈가 출연해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첫댓글 처음 볼때도 그렇고 두번째 볼때도 그렇고... 과연 노라 사티 제독이 악의를 가진 악인이었는가?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악인이라기보다는, 자기확신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죠. 본인은 올바른 일을 한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확신이 잘못된 신념, 사티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에 기반한 그릇된 신념인것이고, 그런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마녀사냥과 같은 위험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에는 본인의 본성여부와는 무관하게 결국 악인이라 정의내릴수밖에 없지 않을까해요. 매카시즘의 경우를 보면 설령 매카시가 진정으로 빨갱이의 위협이 있다고 믿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공포를 조장하고 독선으로 치우쳐서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으니 결국 악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sailor 사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박모씨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마잉- 탈주하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있는데,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때만 가능하고 언제건 사라질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죠.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지키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제도라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경험으로 깨닫고 있는 셈이죠. 미국을 봐도 꽤 순식간에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것이 과장이 아닐 것 같구요...피카드가 여기에 대해 아주 잘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