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강사 (Homepage) |
2005-08-25 17:56:06, 조회 : 534, 추천 : 113 |
1. 답사 후기(1)
첫 답사를 다녀온 후 남미이주공사 답사후기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방문 일정 : 2003. 8. 27 ~9. 1
저는 피지 답사를 가면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거리가 있을지,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좋을지, 문화생활은 할 만한지 등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피지는 내가 살만한 곳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마음으로 피지를 느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난디 공항에 도착한 후 첫 느낌은 공기가 참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맘껏 숨을 들이마시니,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디에서 수바로 이동하는 3시간 동안 차창 밖으로 피지를 보았습니다. 다소 황량하게 느껴질 정도로 개발이 거의 되지 않은 시골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람에 따라 달리 느끼겠지만, 피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 저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수바로 가는 도중 어느 리조트에 들렀는데(용변을 해결할 목적으로), 그곳에서 휴양지로 개발된 피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너무나 맑은 옥빛 바다와 한가롭게 쉬고 있는 백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설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돈 많은 휴양객들을 위한 시설일 뿐, 우리처럼 피지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용할만한 곳은 아닙니다. 휴양지로서의 피지와 삶의 터전으로서의 피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잠시 소개했을 뿐입니다.
수바에 도착하여 교민이 이용하는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본격적인 수바 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저희들이 본 것은 수바거리, 공립학교, 중국인학교, 국제학교, 재래시장, 할인마트, 쇼핑센터, 교민사업체, 교민가정, 주거지역 등이었습니다. 그것들을 보면서, 제 아내는 저와 다른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사람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여기도 학교 화장실이 수세식이구나 생각했는데, 제 아내는 화장실 냄새가 무척 심하게 난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거리에 있는 상점들과 교민들이 살고 있는 집에 철창이 있는 것을 보고 제 아내는 감옥 같다고 느꼈지만, 저는 거리에 있는 경찰들이 총도 없고 방망이도 없이 맨손으로 다니는 것을 보고 큰 사고는 터지지 않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 시설이 많이 낙후되었고, 방과후 다닐만한 예체능 학원을 볼 수 없었지만, 저는 아이들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몇 분의 교민들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어보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 교육과 생활환경은 괜찮은데 사업거리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곳이란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잘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중 교민 중 한분이 하신 ‘한국에서 살만하면 한국에서 사시고, 떠날 이유가 있으면 떠나라’는 말씀이 제 가슴에 가장 와 닿았습니다.
저는 아직 피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후기를 통해 피지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피지에 대한 저의 느낌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한국에서 서울생활에 염증을 느낀 사람이 작은 도시(또는 시골)로 이사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가장 먼저 ‘저 조그만 촌구석에 가서 무엇을 해먹고 살까, 저녁 8~9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시골에서 심심해서 어떻게 살까?’ 등등의 고민에 빠지실겁니다. 하지만 그 조그만 도시에서도 다양한 사업거리가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대도시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요. 피지 교민회장으로 계시는 전정묵 회장님께서는 ‘피지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기 나름에 따라 큰 돈은 아니지만 저축을 하면서 살 수도 있고, 가지고 간 자본을 다 까먹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살만한 나라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피지 이주는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삶의 잣대로 비교하신다면, 피지는 아주 엉망인 나라입니다. 서울의 괜찮은 아파트 수준의 주거환경과 적당한 문화생활, 그리고 잘만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꿈꾸신다면 피지 이주는 그러한 것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삶의 잣대를 바꾸는 사람만이 피지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또한 저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아마 피지 답사 후에 저희 부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으실겁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가족은 피지 이주를 결심하였으며, 조만간 수속을 밟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한국을 떠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아직 할만한 사업거리를 찾은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서 현지 적응을 하면서 제가 할만한 일거리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물론 제 아내는 답사를 갖다 온 후 몇가지 이유로 피지 이주를 반대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뭘 먹고 사느냐는 것이었지요. 저도 조금 두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으로 인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 삶이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많은 토론을 거친 후 제 아내는 제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고, 지금 저희 가족은 작은 것부터 하나 둘 피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2. 답사 후기(2)
세번째 답사를 다녀온 후 남미이주공사 답사후기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두번째 방문 : 2003. 10. 01 ~ 10. 06 세번째 방문 : 2003. 11. 26 ~ 12. 01
지난 11월 말에 세번째 답사를 다녀왔다. 8월 말에 처음 피지를 방문하였으니, 4개월동안 3번을 다녀온 셈이다.
세번째 방문후기를 빨리 써야지 하면서 벌써 2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차..시사매거진 2580에서 피지에 관한 내용이 소개된 후 그에 대한 나의 느낌과 더불어 이 참에 피지 이주를 결심하게 된 과정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피지 이주를 결심하게 된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8월 말 첫번째 방문 후, 난 아내를 설득하여 피지 이주를 결심하였다. 생각을 바꾸면 피지가 살아볼만한 나라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나이로 40이니 거주비자는 생각도 할 수 없었고, 학생비자 아니면 사업비자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 한국을 방문한 피지 한인회장을 두어번 만난 후, 사업비자를 취득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였다. 내가 가진 돈이 별로 없으니 뭐 거창한 사업을 구상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피지에 적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사업거리를 찾을 동안 투자하는 형식을 택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10월 초 두번째 방문을 하였다. 항공요금을 걱정하는 아내를 설득한 명분은 투자 계약을 하러 간다는 것이었고(이는 사실 우편으로 해결될 수도 있었다), 실질적인 이유는 피지가 눈 앞에서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피지는 여전히 좋았다. 수바 시내에 차가 더 늘었는 것 같았고, 1개월 전보다 더 활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파트너가 운영하는 회사를 방문하고 난 후,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하고 돌아왔다.
두번째 방문 전에, 한동안 피지 관련 게시판을 통해 이민 사기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방문 중에 피지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리는 교민이 몇 있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해주지 않은채, 자기도 당했다고 하면서 절대 투자는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답사를 다녀오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분은 피지에서 여러 정보를 얻었는지,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투자는 하지 말라고 했다. 방문하여 돌아온 후, 아내에게 피지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한동안 아내와 나는 혼란에 빠졌다.
내 파트너가 어떤 사람일까 고민이 되었다. 정말 새로운 선택을 하는 나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일까. 2-3주의 시간이 경과하였다. 나와 아내는 파트너에에 대한 첫 느낌이 틀리지 않을거라고 생각을 정리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0.29 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고, 매물로 내어놓은 아파트가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도금을 치를 날짜는 다가오는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11월 중순경에 파트너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하다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구. 너무 서둘지 말라는 답변이 왔다. 안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급한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11월 말 피지행 비행기를 타고 세번째 방문을 을 만들어 피지에 갔하였다. 아내는 이번에도 또 항공요금을 걱정하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없는 돈다. 마음 속으로 4가지 선택지를 생각했다. 첫째, 예정대로 온 가족이 가는 방법. 둘째,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나는 기러기 아빠로 남는 방법. 셋째,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아내가 기러기 엄마로 남는 방법. 넷째, 피지 이주를 포기하는 방법.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가 가진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업 파트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피지 교민사회에 대한 파트너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지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중국인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불법 체류 등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활력에 있어선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방문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빨리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온 가족이 이주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였다. 돌아온 다음날 내가 다니는 직장에 사표를 냈다. 지금은 내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 피지로 이주할 계획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3. 우리는 왜 피지로 가려고 하는가?
나는 2년 전부터 경기도 가평, 강원도 정신, 영월 등으로 땅을 보러 다녔다. 노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려가서 살만한 조그만 땅을 찾기 위해서였다. 몇 군데 좋은 땅을 발견하였지만 때로는 돈이 부족해서, 때로는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쳤다. 아내는 내 계획에 처음부터 반대하였다. 두 가지 이유였는데 첫째는, 뭘 해 먹고 사느냐는 것이었고, 둘째는 설령 먹고 살수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중1, 초6, 초4의 아이가 있다.)
내가 시골 생활을 계획하게 된 것은 나를 돌아보며 좀 천천히 느리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나 또한 서울에서 지금껏 20년을 살며, 남과의 경쟁에서 크게 뒤쳐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그 모든 것이 허망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나? 왜 자꾸 남과 비교하여 뒤쳐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가? 아이들에게 난 좋은 아빠인가? 하지만, 나는 아내를 설득시키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피지를 알게 되었다. 피지는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다면 나와 아내 모두들 충족시킬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 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나라, 아이들 교육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약 2개월 정도 인터넷을 통해 피지를 공부한 후, 4개월 동안 3번의 방문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피지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4. 가서 뭐하며 살지?
피지 이주를 계획하면서 아내의 가장 큰 고민은 뭘 해먹고 사느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진 것과 피지 이주에 필요한 돈을 계산해 보니, 이주를 위해 길거리에 뿌리고 초기 정착에 필요한 돈과 약간의 사업자금을 제외하면 수입없이 약 6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 여유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난 10년 이상 인문학만을 공부하였기에 밥 벌어먹을 수 있는 기술이 전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는 쳤지만 난 속으로 많은 고민이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것은, 피지는 한국적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피지는 경제적, 기술적으로 낙후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망한 직종이나 기술이 먹혀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피지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피지의 관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니, 나라고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돈벌이가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와 아내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한두 가지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우린 일단 거기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부족한 부분은 따로 배우면서 지금도 그 준비를 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내 가장 취약점인 실용적인 기술을 하나 배우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 기술을 피지에서 써먹을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피지에 살다가 여건에 따라 제3국으로 가게 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기로 한 것이다. 스시아카데미에 거금을 들여 등록하고, 5주간 매일 4시간씩 초밥과 롤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퇴근 후 7시부터 11시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5주간을 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었고, 또 다른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난 피지를 잘 모른다. 피지에서 유망한 사업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전혀 모른다. 하지만 3번의 방문을 통해 피지가 점차 활기 넘치는 나라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었다. 또한 호기심 많고 진취적인 젊은 사람의 눈으로 보면,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피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5.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교육문제로 이민을 간다고 한다. 사실 우리 가정의 경우는 아이들 교육은 2차적인 문제였다. 앞서 이야기했듯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의 삶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영어권 교육에 노출시키기만 하면 저절로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 교육에서는 전문가라고 자처했던 나로서는 참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사표를 내고 인수인계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난 현재까지는 대학에서 대학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원의 신분을 갖고 있다.)
3번째 피지 방문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다. 나로 하여금 아이들 교육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김동렬씨와 그 부인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 두 분은 피지에서 아이들의 학교 교육과 가정 학습을 조화시켜 나가며,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아주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것이 능사만은 아닌 것 같다. 경제적인 여건이 된다면 국제학교에 보내는 것이 더 좋을 수는 있지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과,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닌가.
난 이 부부를 통해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6. 피지 정착기(1)-이주 동기
세 차례 현지답사를 한 후(2003년 8월, 10월, 12월) 2004년 2월 26일 인천공항을 떠나 피지에 정착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게시판에 이미 쓴 답사 후기에 이어 이주과정 및 피지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몇 차례에 나누어 피지 정착기 형태로 피지 이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고자 한다.
난 1983년 연세대학교 입학하여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2004년 2월 피지에 오기까지 근 20여년을 연세대학교에 몸담고 있었다. 1999년 12월부터 3년간은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에서 학사지도교수로 재직하였고, 피지에 오기 전 1년 3개월은 기획실에서 대학교육정책을 연구하는 교육전문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내가 대학에서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피지로 이주하게 된 것은 앞만 보며 달려가야만 하는 경쟁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또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중요한 초·중·고 기간을 한국의 입시경쟁에 내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내가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세 아이를 한국에서 제대로 교육시킬 자신이 없었던 것도 한국을 떠나오게 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다른 나라가 아닌 피지를 선택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의 여건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한국을 떠날 수 있었던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피지를 선택한 것이다. 아마 피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피지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피지 이주를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고 피지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알려고 노력하였다. 가진 재산이 별로 없어 단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우리 가족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에게 벌어질 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에 대해 검토하였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외국에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나는 일식조리학원에서 초밥 및 롤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아내는 제빵·제과 기술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사 과정을 이수하였다. 그런 기술들이 피지에서 쓰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었지만, 그렇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외국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한국을 떠나 피지로 오게 되었다.
피지는 흔히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파라다이스라고 한다. 피지의 자연환경만을 두고 말한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본 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에 형성된 리조트는 휴양을 위한 최적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적당한 기온,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 게다가 선진국 사람들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등등은 관광객들 눈에 분명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기위해 피지 이주를 계획한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활 패턴 및 문화가 한국과 아주 다를 뿐만 아니라 언어(영어) 구사 능력의 한계로 인해 이곳 사람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그들과 제대로 의사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피지에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6개월 또는 1년 정도 살다가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다시 떠난 몇몇 사람들을 보았다. 물론 돌아간 사람들이 정말 6개월이나 1년만 살다가 돌아가겠다고 애초에 계획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피지를 선택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잠시 머물다 이곳을 떠난 것은 피지에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기대를 하였거나, 피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관광객의 눈으로 피지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피지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현지답사를 충분히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곳에 답사를 오는 많은 사람들이 보통 3~4일 또는 약 1주일 정도의 답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보기에 그 정도의 현지답사는 피지 이주를 결정하는 데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현지답사를 하고, 자신이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피지 정착기(2)-정착비용
내가 2003년 12월 초 세 번째 현지답사를 마치고 피지 이주를 최종 결정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MBC는 2580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피지에 관한 내용을 방송하였다. MBC가 어떤 의도로 그 방송을 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방송의 여파는 피지에 대한 과열된 관심을 식히기에 충분하였다.
그 동안 피지는 저렴한 생활비,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한 최적지, 골프 천국, 산호초로 둘러싸인 낙원 같은 섬 등등의 좋은 쪽으로만 소개되었지만, 실상은 같은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고, 또한 생활비가 생각보다 훨씬 비쌀 뿐만 아니라 치안이 불안하다는 그런 내용이 그 방송의 골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와 아내는 거기서 소개한 대부분의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방송 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MBC가 참 적절한 시기에 방송을 하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세 번의 답사를 통해 내가 판단한 피지는 그렇게 과열된 관심을 끌만한 나라는 아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피지가 10 중 1~2명, 많아야 3명 정도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그리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야기된 과도한 관심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피지는 경제적, 교육적, 문화적으로 높은 기대 수준을 가진 사람이 올만한 나라는 못되고, 소박하지만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사람만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은퇴 후 좋은 자연환경에서 한적하게 조용히 살고자 하는 분이나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기 위해 기타의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할 정도의 생활비 충당으로 만족해 할 수 있는 사람 등에게 적당한 나라가 피지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자신이 왜 한국을 떠나고자 하는지,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이점들을 과감히 포기할 용기가 있는지, 그래도 이민을 가겠다면 피지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피지가 자신에게 적합한 나라라고 판단된다면(물론 현지답사는 필수적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이주 계획을 세워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피지로 이주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피지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월 생활비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기준으로 추산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4인 가족 기준, 중장기적으로 이곳에서 산다는 가정 하에 이삿짐을 보내는 경우)
<이주 및 초기 정착에 필요한 비용>
- 현지답사 항공료 및 안내비용 : 약 200만원 내외 - 이주 항공료(4인 가족) : 약 250만원 내외 - 콘테이너 보내는 비용(한국에서 지불) : 약 550만원 내외 - 콘테이너 찾는 비용(피지 현지 지불) : 약 100만원 내외 - 필요한 물품 구입(한국: 공산품, 식품 등) : 약 500~1,000만원 내외 - 필요한 물품 구입(피지: 냉동고, TV 등) : 약 100~200만원 내외 - 이주업무 대행 비용(이주공사에 지불) : 약 500만원 내외 - 이민국 본드금 : 약 600만원 내외 - 주택임대 deposit : 약 100만원 내외 - 로칼전화, 모바일폰, 인터넷 이용 deposit : 약 70만원 내외 - 자동차 구입비 : 약 1,000만원 내외 - 소계 : 약 3,900~4,500만원 내외
물론 이삿짐을 보내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을 이곳에서 구입하고, 또한 순전히 본인의 노력으로 이주업무를 추진한다면 비용은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삿짐을 보낼지 여부와 어떤 방식으로 이주업무를 추진할지는 본인이 현지 사정을 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민국 본드금과 주택임대 deposit은 나중에 찾을 수 있는 돈이긴 하지만, 피지를 떠날 때까지 잠겨 있는 돈이기 때문에 초기 비용으로 계산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대략적인 월 생활비 - 아껴 쓰는 것을 전제로 할 때>
- 주택 임대료 : 1,000불 내외 - 전기세 : 50불~80불 - 전화세(집, 모바일 포함) : 100불 - 인터넷(월 45시간 기준) : 75불 - 수도세 : 30불 - 자동차유지비 : 100불 내외 - 식비 및 기타 문화비 : 500불 - 예비비 : 100불 내외 - 소계 : 2,000불 내외(한화 약 140만원) ※ 1피지 달러=700원
이 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용은 하우스 걸 비용 및 자녀 과외비가 포함될 수 있다. (하우스걸 비용 : 10불/일, 과외비 : 10불/시간)
따라서 피지로 이주한다고 가정할 때, 이주비용 및 초기 정착 비용 약 4,000 만원 정도와 최소한 6개월 ~ 12개월 정도의 생활비(약 1,000만원~ 2,000만원) 정도는 준비하여야 한다. 이후 의 생활비 충당 방법은 본인의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small business를 계획한다면 별도의 사업자금으로 한화 7,0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8. 피지 정착기(3)-이삿짐 발송
피지로 이주하면서 이삿짐 콘테이너를 보낼지 말지는 참 고민스러운 일 중의 하나이다. 보내자니 돈이 많이 들고, 안보내자니 한국의 기존의 살림을 처분하는 일도 쉽지 않고 또한 이곳 생활에서 불편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내 생각으로는 피지에서 3년 이상 살겠다고 계획을 세운다면, 이삿짐을 가져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가져오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물건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일단 한국을 떠나면 장기간 외국에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던 살림 대부분과 이곳에서 필요하리라고 생각된 물품들을 추가적으로 구입해서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져온 물건 중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거의 없고 모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가 가져온 것과 그 양을 일일이 다 나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일반적인 것 중심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가전제품
한국에서 사용하던 모든 가전제품을 가져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TV는 이곳에서 TV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지만, DVD 시청용으로는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29인치 정도의 TV가 무척 비싸기 때문에, 아이들 DVD 시청용으로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화면이 큰 TV가 아주 좋다.
만일 김치냉장고가 없다면 꼭 새로 구입해서 가져오고, 용량이 큰 세탁기, 냉장고 등은 절대 버리지 말고 가져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있으면 요긴한 것은 여러 가지 노즐이 있는 다용도 녹즙기, 선풍기, 제습기, 전기장판 등이고 불필요한 것은 가습기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가져오는 경우 꼭 준비해야 할 것은 변압기(일명 트랜스)다. 이곳은 출력이 240V이기 때문에, 220V를 240V로 전환시켜주는 변압기가 없으면 가전제품이 쉽게 고장이 난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5Kw, 3Kw, 2Kw 각각 2개씩 구입하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의류, 가구 등
아주 두꺼운 겨울옷을 빼고 나머지는 다 가져오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용 반바지와 반팔티, 그리고 검은색 스포츠 샌달은 넉넉히 구입해 오는 것이 좋다. 수영복과 수경, 튜브, 비치볼, 구명조끼 등도 꼭 챙겨오기 바란다. 또한 가족들에게 별 필요 없을 것 같은 옷이나 신발도 다 가져오면 이곳에서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니 절대 버리지 말고 가져오기 바란다. 또한 장롱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침대, 책상, 책꽂이, 기타 수납장 등)는 가져오는 것이 좋다.
식품
식품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구색을 갖추어 다양하고 넉넉하면 준비하면 이곳에서의 식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 따라서 특히 꼼꼼히 준비해야 할 것이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과 우리 가족이 준비해 온 식품은 다음과 같다.
굵은 소금 및 꽃소금(10Kg짜리 최소한 2~3개), 고추장 및 된장(말통으로 최소한 3~4통), 액젖(멸치, 까나리, 새우액젖 등 말통으로 2~3통), 고춧가루(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고춧가루에 소금을 적당히 섞으면 부패하지 않는다고 한다.), 간장, 물엿 등은 가능한 한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긴 냉면, 국수, 당면 등과 미역, 다시마, 김(김밥용 및 반찬용), 골뱅이, 햄, 라면, 우동면, 한국과자 등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라면이나 과자는 이삿짐을 포장할 때 빈 곳을 채우기에 적당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구입해 두는 것이 좋다.
이외에 우리 가족이 준비한 식품은 다음과 같다. 핫케익가루, 카레(약간 매운맛), 보리차, 크림스프, 스테이크 소스, 커피믹스, 현미, 흑미, 미림, 단무지, 마른멸치, 마른새우, 오징어포, 표고버섯, 진공 포장된 창란젖 및 오징어젓갈, 찌개용 양념(순두부, 냉이된장국, 해물탕 양념 등), 각종 야채 말린 것(고사리, 무 등), 미림, 묵가루, 볶은 콩가루, 식혜가루(티백용), 춘장, 말린 황태, 소주 등이다. (단, 식품 중 변질 될 수 있는 것들은 가족이 피지로 입국할 때 비행기로 가져오는 것이 좋다.)
기타 공산품
펄프 청소기, 주방세제, 일반세제, 두루마리 휴지, 물엿, 쿠킹호일, 랩, 위생백, 지퍼백 등도 챙겨오면 좋다. 번호 자물쇠(튼튼한 것으로 5개 정도), 일반 자물쇠(튼튼한 것 3~4개 정도), 경보장치(내가 사용하는 것은 안전정보시스템에서 구입한 사이버아이), 개 줄 등은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책
영어로 된 story book(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테이프와 같이 있는 세계 명작집 시리즈-시사영어사 출판-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만화책을 제외하고 아이들이 평소에 보던 책(구입할 수 있으면 더 구입해서 가져오는 것도 좋다.) 한국 수학책 및 문제집(수준별로 골고루 가져오는 것이 좋다.) 등), 영어로 된 DVD, 영한사전, 영영사전, 한영사전, 전자사전, 어른들이 볼만한 책(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한영성경 및 한영 찬송가 등.
가져올 필요 없는 것
일반적으로 한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 중 가져오지 않아도 될 것은 장롱, 가습기, 두꺼운 겨울 옷, 밀가루, 설탕 정도이고, 나머지 모든 살림은 콘테이너 공간이 허용하는 한 가져오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나는 콘테이너를 보내면서 효성해운항공을 이용하였는데, 그 회사의 전체적인 서비스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삿짐을 아주 꼼꼼하게 싸 주었고(이곳에서 짐을 풀 때, 정말 짐을 꼼꼼히 잘 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였음.) 일정에 차질도 생기지 않았을 뿐더러 가격도 타 업체에 비교할 때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9. 피지 정착기(4)-비자취득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지는 캐나나,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과는 달리 영주권 제도가 없고, 대신 단기간(6개월~3년) 거주할 수 있는 비자(거주 비자, work 비자, 학생 비자, 가디언 비자 등)를 발급해 주고 있다. 따라서 피지 이주를 고려한다면 어떤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 자신의 여건에 가장 적합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피지이주를 결정할 때 work 비자와 학생 비자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참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내가 쓴 답사 후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겠지만, 나는 교민이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형태로 work 비자를 취득할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여건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일단 학생 비자로 피지에 입국하였다. 물론 내가 투자하고자 했던 회사에는 다른 사람이 투자를 하였으며, 그 사람은 자신이 투자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2학기 째 FIT 어학연수과정을 다니고 있으며, 조만간 work 비자로 전환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
피지에서는 외국인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work 비자를 취득하는 절차는 피지 투자청에 사업계획서를 첨부하여 외국인 투자신청을 하고, 투자허가를 받으면 이민국에서 work 비자를 발급해 준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허용하는 사업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또한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소자본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사업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조사를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곳 피지에도 현지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틈새시장이라는 것이 있고, 그 틈새를 잘 찾아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교민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성공적이라는 말은 생활비를 조달하고 조금씩 저축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이곳 현지 회사에 취업을 하여(취업을 통해 work 비자를 얻을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한국에 비해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월급으로 한국인이 이곳에서 살아갈 생활비 충당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work 비자를 취득하고 피지로 이주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만일 이곳에서 꼭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면 이곳에서 살면서 충분한 여유를 두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옛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 이곳 피지라고 생각한다.
거주비자 요건이 되지 않으면서 가족 모두가 이주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볼 때 work 비자 취득을 고려해야겠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부모 중 한명이 자녀를 데리고 피지로 오는 경우라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가디언 비자를 권하고 싶다. 가디언 비자란 초, 중, 고등학교 학생이 이곳 현지학교에서 학생 비자를 취득하면(자녀가 학생 비자를 얻은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 중 한명에게 가디언 자격으로 발급해 주는 비자를 말한다.
나의 경우는 온 가족이 모두 피지로 이주한 경우이기 때문에 가디언 비자 신청자격이 되지 않았고, work 비자를 얻을 때까지 임시로 내가 FIT 어학연수기관을 통해 student 비자를 취득하고 나머지 가족이 동반 거주 비자를 취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곳에서는 이를 일명 엄마(또는 아빠) 유학이란 말로 부르곤 한다.
내 생각으로는 물론 엄마 유학이 갖는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디언 비자가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는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가격으로 볼 때, 가디언 비자 수속비가 엄마 유학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영어를 잘 못하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겠지만, 혼자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곳에서 생활하기에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영어를 체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10. 피지 정착기(6)-주택임대
피지 이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한국의 삭막한 콘크리트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비용이나 아이들 교육문제로 인해 전원생활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피지는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다. 어디를 가든 잔디를 볼 수 있고, 푸른 나무를 볼 수 있으며, 심지어는 비마저도 그냥 맞아도 될 만큼 깨끗하다. 이런 곳에서 살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는 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있었고 아이들이 수시로 뽑아주고 했지만, 지금은 흰 머리카락을 찾아 볼 수가 없다.
피지의 주택은 그러한 자연 한가운데 있다. 피지의 일단적인 주거형태는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며, 집주인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대지의 크기와 건물의 형태가 제각각이다. 수바에서 한국 사람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2~3군이며 다른 지역에 비해 고급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의 주택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 지역의 주택가격은 내가 첫 답사를 왔던 2003년 8월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20~30% 정도 오른 것 같다. 방 3개 정도의 마당이 딸린 2층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전에는 1,000불 내외에서 고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1,200~1,500불 정도는 주어야 한다. 물론 발품을 팔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구할 수 있고, 또한 지역에 따라 같은 규모의 집이라도 가격의 차이가 있다.
피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가 집을 구하는 것이다. 피지에서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을 구할 때는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시간을 두고 발품을 팔면서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피지에서 고정비로 지출되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주택임대료이며, 대략 전체 생활비 중 주택 임대료 비중이 50% 정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생활비가 한국에 비해 적게 들기 때문에 임대료가 좀 비싸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좀 지내다 보면 임대료 1~2백불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된다. 내 경우는 성급하게 집을 계약하고 마음고생을 많이 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나는 가족들이 살 집을 미리 구하겠다는 의도로 아내와 아이들보다 약 2주 정도 일찍 피지에 입국하였다. 우리는 방이 많은 집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나는 방이 많다는 것과 공간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예산으로 잡았던 것 것보다 비싼 집을 계약하였다. 나도 임대료가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나는 그것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그 집이 관리하기에 너무 컸을 뿐만 아니라 매달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 때문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이미 3년 계약을 해 버렸기 때문에 이사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8개월 만에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지금 집은 방도 넉넉하고 아이들이 뛰어 놀 마당도 넓을 뿐만 아니라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아주 편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둘째, 집을 구할 때는 지역을 너무 따지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수바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은 Namadi Heights(읽은 때는 나만디 하이츠라고 읽는다.) 지역과 Bay view Heights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Namadi Heights에서 살았었는데, 아마 그러한 지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 취향에 맞는 집이 많이 있고, 또한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지역에 대한 수요가 많다보니 당연히 그 쪽 집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 살만한 집이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빈도수로 따져볼 때 Namadi Heights 지역과 Bay view Heights 지역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도둑이나 강도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것 같다. 결국 임대료 문제나 치안문제를 고려해 볼 때 꼭 Namadi Heights 지역과 Bay view Heights 지역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피지가 치안이 불안한 나라라는 것은 아니다. 피지에도 물론 도둑도 있고 3~4인조 강도도 있다. 때로는 일반 가정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들기도 하고, 때로는 환전소나 은행에 무장 강도가 들기도 한다. 집 앞 골목길에서 대문 근처에 숨어있던 강도에게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람들 중에도 누가 도둑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한번 나오면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게 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집의 경우도 저녁에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방범용으로 개를 2마리 키우고 있는데, 한국에서 살 때보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피지의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피지에는 살인까지 이어지는 범죄와 특히 가정 파괴범의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피지의 치안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11. 피지 정착기(7)-피지가 좋은 이유
정착기(1)에서 밝혔듯이 나는 이주하기 전에 3번의 현지답사를 했다. 그런데 나는 첫 번째 현지답사 때 난디에서 수바로 오면서 Warwick Resort에 약 10분 정도 들린 것 이외에는 3번의 답사기간 동안 그 좋다는 피지 바닷물에 발 한번 담구지 않았다. 그 대신에 수바 시내를 혼자 걸어서 돌아다녔고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교민들에게 물어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능한 관광객의 눈이 아닌 생활인의 눈으로 피지를 보고자 했으며, 내가 생활터전으로 삼을만한 나라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의 전부가 아닌 가끔씩 경험하는 좋은 것들을 보고 나면 피지에 대한 내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아니더라도 피지가 충분히 살만한 나라라고 느껴진다면, 그 좋은 것들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피지를 설명할 때도, 마당이 딸린 넓은 집에 살 수 있다는 것과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 공부하는데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한국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피지에서 살기를 원하고, 또한 너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 피지로 가기를 원한다는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불만 없이 따라 주었고, 우리 가족은 한국을 떠나 피지로 왔다.
나는 피지로 오면서 피지에서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피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피지에 오면 누구나 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 같이 둘러 않아 책을 읽고, 아이들이 무엇을 물어보면 언제든지 대답을 해주고, 그리고 가능한 아이들을 동반해서 어디를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2. 아이들에게 피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갖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배우는 것도 결국은 타문화권의 언어를 수용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피지 현지인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 가끔씩 피지 현지인들이 사는 village에 놀러간다. village는 피지 현지인들이 모여 사는 부락을 의미한다. village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village의 주거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하지만 village에 살고 있는 피지인들의 심성은 너무나 순박하고 착하기만 하다. 우리는 깊은 산속에 있는 아주 외진 village와 수바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있는 village, 그리고 옛 수도인 Levuka 근처에 있는 village에 가서 하루 또는 이틀 밤을 자고 온 적이 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척 힘들어했지만 피지인들의 전통 환영의식과 손님들을 대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외에도 우리는 대부분이 피지인도인들로 구성된 현지인 교회를 다니며 있으며, 그리고 우리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Ratu(추장) 집을 방문하여 피지 현지 음식을 대접받기도 하고, 우리 집에 초대하여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가족들은 큰 문화적 충격 없이 피지 현지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3.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 중 하나가 빠른 속도 사회에서 경쟁하면서 사는 것을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피지에서는 가능한 느린 속도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내 하루 생활을 돌이켜보면 내가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아이들 뒷바라지 하는 것 외에 가정 일을 도와주는 것, 가끔 시내에 가서 볼 일을 보는 것 등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 그 외의 시간에는 그간 못 읽었던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과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하고, 가까이 지내는 이웃과 술을 한잔하기도 한다. 물론 올 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교육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지금보다는 많이 바빠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일에 쫒기며 사는 것에 비하면 그리 바쁜 생활은 아닐 것이다.
나는 10 개월가량 피지에서 살아오면서 한두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피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나는 현재의 피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듯 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도 내가 원해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살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지에 살고 있는 모든 교민들이 피지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볼만한 사업이 없다고 불만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골프를 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너무 할 일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고, 매일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어 너무 갑갑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지에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일한 사실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판단하듯이, 피지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피지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면, 꼭 한국을 떠나야 하는지, 피지에서 얻을 것이 무엇이고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체크해보고 결정할 것을 권하고 싶다. 막연히 한국보다 더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누구는 어떻게 살고 있는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2. 피지 정착기(8)-향후 계획
우리 가족이 피지로 이주하여 정착해 나가고 있는 과정을 몇 차례에 걸쳐 정리를 해 보았다. 글을 쓰면서 가능한 사실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했지만, 글 전반에 피지에 대한 내 판단이 당연히 스며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의 정착기도 결국은 피지에 살고 있는 한 교민의 주관적 서술일 뿐이다. 내가 보지 못한 사실도 있을 것이며, 동일한 사실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하는 교민도 있을 것이다. 나의 정착기를 읽은 분들은 이 점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
나의 정착기를 읽으면서 궁금한 점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내가 피지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하는 부분일 것이다.
1. 앞서 답사후기에서 말했듯이 나는 피지에 올 때 여유자금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들을 피지로 유학 보내기를 원한 지인이 있어서, 유학생 2명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 후 그 지인의 친구 아들 한명이 더 추가되었고, 그 아이들 하숙비로 생활비 일부를 충당할 수 있었다. 나와 내 아내를 믿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보내준 한국의 부모들에게 이 글을 통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피지 현지에는 나처럼 유학생을 돌보고 있는 가정이 꽤 있다. 형편에 따라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4~5명 정도 돌보기도 한다. 교민 중 어떤 가정은 홈스테이로 사업허가를 취득하고 work permit을 해결한 가정도 있다.
만일 피지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유학생으로 동반하는 것도 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유학생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할 수 있고, 돌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활에 도움이 되니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초5~중2 정도의 학생들이 2~3년 정도 유학을 오기에는 꽤 괜찮은 나라인 것 같다. 피지는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기가 한국에 비해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으며,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골프나 승마 등을 손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아닌 다른 아이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피지에서 홈스테이하는 것이 가장 쉽게 생활비를 버는 일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자기 자식을 제대로 돌보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집 아이를 그것도 부모와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제대로 돌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 초, 중, 고등학생 유학생을 돌본다는 것은, 대학교 앞에서 하숙을 치는 것 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없이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2. 지난 10개월 동안의 피지 생활은 나에게 탐색의 시간이었고, 피지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8월 이후부터 피지에서의 교육사업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왔고, 다양한 경로로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내가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사업은 피지 최고 수준의 사립학교를 설립하여 교민자녀 및 현지인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단계 사업으로 사립유치원과 학원형태의 영어교실, 수학교실, 예능교실, 체육교실 및 컴퓨터 교실(현지인 무료교육)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미 피지 교육부로부터 사립 유치원 및 부대시설 설립허가를 취득하였고(허가번호 E7/1802), 피지 투자청으로부터 이러한 시설 운영을 위한 법인 ‘Korean Pre-School Education Culture Center' 설립허가를 취득하였다.(허가번호 2000). 또한 학교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부지 약 1,000평을 확보해 두었으며, 교육사업에 뜻이 있는 투자자가 학보 되면 2005년 중에 교사를 신축하고 교육 기자재를 갖추어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및 부대 학원 시설들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되며, 6개월~12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1단계 사업이 활성화 되고 추가 시설자금이 마련되면 2단계로 피지 최고 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사립 Primary 및 Secondary School을 설립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교육사업은 단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사업이다. 왜냐하면 수익의 많은 부분을 2단계 사업을 위해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5~10년 정도 후에는 피지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사립학교 설립자(이사)의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사업이기도 하다. 나는 그러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수익성 보다는 교육 자체에 뜻을 둔 투자자를 찾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자는 교육 자체에 뜻을 둔 사람이면 그 자격이 충분하지만, 유치원(또는 어린이집) 운영 경험자, 중고생 수학 교육 가능자, 예능 교육(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등) 가능자라면 더욱 적격이라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 의향이 있는 분은 아래 메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
메일 주소 : ket1109@hotmail.com 또는 etchild@hanmail.net
* 지금까지 저의 답사 후기 및 정착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피지 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실 내용 중심으로 서술하였으나 모든 것을 담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추후에 다시 정리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제가 올린 글 중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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